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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 핫이슈

정부의 불법적 행태에 맞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지키자!

 교통약자법 시행령 개정안과 24시·광역운행 의무화

 

 

 이재민

(사)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활동가

 

 

 

 

  숨만 쉬어도 답답한 뜨거운 여름의 아침 10시, 전국의 활동가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 있는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오늘부터 장애인콜택시의 광역운행이 의무화된다고 하는데, 우리 도(道) 끝으로 지금 갈 수 있을까요?” 이내 상담원이 대답한다. “아니요, 아직 전달받은 바가 없습니다.” 가뜩이나 날씨도 더운데 분통이 터진다.

 

  전국 곳곳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유예하는 불법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2023년 7월 19일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 시행령이 발효되어 장애인콜택시의 24시·광역운행이 의무화되는 날이었다.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에서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161개 기초지자체 중 경상남도의 기초지자체를 제외하고는 이 법을 지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시행령의 주요 골자는 이렇다. 첫째, 모든 지역에서 휠체어 이용자들이 장애인콜택시를 24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가능한 시외·고속·광역버스가 전무한 상황에서 장애인콜택시는 해당 지자체가 행정구역으로 속해 있는 도(道) 전체와 인근의 특·광역시까지 무조건 운행하여야 한다. 하지만 많은 지방정부들이 관내 장애인콜택시 이용자들의 대기 시간 증가와 운전원 부족을 이유로 고민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중이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

[시행 2023. 7. 19.] [대통령령 제33493호, 2023. 5. 30., 일부개정]

 

제14조의4(특별교통수단의 운영 기준)

① 법 제16조 제10항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특별교통수단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할 때 적용되는 기준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특별교통수단의 운행 시간은 매일 24시간으로 할 것

2. 특별교통수단의 운영 범위는 다음 각 목의 구분에 따른 지역으로 할 것

    가. 시(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제주특별자치도는 제외한다. 이하 이 호에서 같다)·군의 경우: 다음의 지역

        1) 해당 시·군의 관할구역 안

        2) 해당 시·군의 관할구역 밖의 지역 중 다음의 지역

            가) 해당 시·군을 관할하는 도의 다른 시·군

            나) 해당 시·군과 관할구역 경계를 접하는 시·군

            다) 해당 시·군과 관할구역 경계를 접하는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

            라) 해당 시·군(관할구역 경계를 접하는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가 없는 시·군으로 한정한다)의 인근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 이 경우 해당 시·군의 조례로 1개 이상의 지역을 정해야 한다.

            마) 그 밖에 생활권이나 지역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특별교통수단의 운영 범위에 포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지역으로서 해당 시·군의 조례로 정하는 지역

 

    나.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제주특별자치도(이하 이 목에서 “특별시 등”이라 한다)의 경우: 다음의 지역

        1) 해당 특별시 등의 관할구역 안

        2) 해당 특별시 등의 관할구역 밖의 지역 중 다음의 지역

            가) 해당 특별시 등과 관할구역 경계를 접하는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시·군

            나) 해당 특별시 등과 관할구역 경계를 접하는 도. 이 경우 해당 특별시등의 조례로 1개 이상의 지역을 정해야 한다.

            다) 그 밖에 생활권이나 지역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특별교통수단의 운영 범위에 포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지역으로서 해당 특별시등의 조례로 정하는 지역

 

② 제1항의 기준에 따라 조례로 정하는 사항 외에 특별교통수단의 운영에 필요한 세부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

 

[본조신설 2023. 5. 30.]

 

 

  왜 이 지경까지 왔나? 문제는 예산과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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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장애인콜택시 평균 대기 시간 (이미지 출처: 한겨레)

 

  장애인콜택시의 전국 평균 차량 1대당 운전원 수는 1.16명에 불과하다. 이 숫자는 크게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운전원들은 일주일에 최소 2일은 쉬어야 한다. 따라서 적어도 차량 1대당 운전원 수가 1.25명은 되어야 그 지역에 있는 모든 차량이 한 대도 빼놓지 않고 매일 운행할 수 있다. 만약 그 이하라면 그 지역의 차량들은 최소 2일 이상 차고지에만 박혀있게 된다. 둘째, 차량 한 대당 운전원 수가 2명이 되지 않으면 하루에 운행하는 시간은 고작 8시간에 불과하다. 기껏 비싼 돈을 들여 사놓은 특장차가 매일 매일 16시간은 그냥 멈춰있는 셈이다. 이 피해는 누가 감당하는 것일까? 바로 장애인 당사자이다. 운전원이 부족하면 시간대별로 가동할 수 있는 장애인콜택시의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반대로 운전원의 수가 2배로 된다면 장애인콜택시의 가동률이 2배로 뛰고, 시간대별 운행차량도 2배로 굴릴 수 있다. 이를 조금 분산한다면 야간운행이나 광역운행도 가능한 구조가 된다.

 

  하지만 장애인콜택시의 원활한 운행과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해 대다수 지자체는 일관된 무관심을 나타낸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장애인의 이동을 권리가 아니라 편의나 서비스로 인식하며, 이동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자료 수집과 계획 수립을 외면한다. 그리고 예산은 늘 뒷전이다. 그래서 차량 운전원 수는 부족하고 장애인은 꼼짝없이 자기 지역에 갇히거나 하염없이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려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재작년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출근길 지하철에 올랐다. 특별교통수단 운영비를 각 지자체의 예산에 맡겨놓음에 따라 운행시간, 운행범위, 운행조건 등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예산을 지원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시행령으로 24시·광역운행을 의무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쥐꼬리만한 예산(237억 5천만 원)만을 편성했고, 이에 지자체는 배 내밀며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장연은 상반기 전국을 돌며 지자체라도 그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했고, 많은 지자체들이 시행령에 따른 24시·광역운행 의무화를 위해서는 적어도 운전원 2인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그리고 반영을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남겼다. 이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답해야 한다. 특별교통수단의 일일 운행률 제고를 위해, 차량 1대당 운전원 두 명을 전제로 예산을 편성하고 중앙정부가 이를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

 

이재민2.png

이동권 관련 2023년 정부 예산안과 2024년 전장연 요구안

 

 

  서울시, 이동권이 이미 보장되고 있다고? 새빨간 거짓말!

 

  가장 어이없는 것은 서울시 역시 시행령을 위반하고 있는 대표적 지자체임에도 불구하고 이동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자찬하는 현실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단기 운전원을 고용하여 차량 대기 시간을 30분까지 감소시키겠다고 밝혔다. 또한 저상버스 도입률은 73%에 달한다며 전국 1위라고 당당히 말했다. 하지만 일례로 카카오택시의 배차 대기 시간은 평균 15초이다. 더욱이 서울시는 교통약자법 시행령이 발효되었음에도 경기도나 인천광역시로 장애인콜택시를 운행하지 않는다. 서울시와 인접한 지역만을 운행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저상버스의 경우에도 시내 노선은 예비 차량까지 포함하면 63%, 마을 노선까지 포함하면 도입률은 39%에 불과하다.

 

  지하철 역시 1동선 확보율을 93%까지 달성, 아직 1동선이 확보되지 않은 역들도 엘리베이터를 모두 설치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한 연구에 따르면 휠체어 이용자의 지하철 환승 시간은 평균 15분으로, 비장애인보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13분 정도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오세훈 시장은 공식 사과를 해도 모자랄 지금,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교육받고 노동하고 함께 살기 위해 당연히 전제되어야 할 이동권을 가지고 진보적 장애운동과 시민들을 갈라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말이다.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우리의 존재를 알릴 것이다.

 

  그래서 전장연은 여전히 지하철을 지키고 있다. 지하철에서 장애인도 차별받지 않고 동정과 혐오가 아닌 권리를 보장받으며 함께 살 것을 외치고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른 이동권은 각국 재량에 따라 유예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비준 즉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임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예산을 이유로 일상을 살아갈 권리를 제약하는 T4 실험을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이제는 중단해야 함을 시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부터는 앞서 말한 서울시의 탄압에 맞서 버스에서도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장애인의 권리를 무참히 짓밟으며 혐오로 일관하지만, 버스에서 만나는 시민들 중에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함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분들도 많다.

 

  저명한 모빌리티 사회학자인 존 어리(John Urry)에 따르면 ‘이동’은 현대 사회를 연결하며 사회성을 가능하도록 하는 거대한 하부 구조이다. 그리도 교통학자인 미미 쉘러(Mimi Sheller)는 현대 사회에 대해 “어떤 이동은 가능하게 하면서 다른 이동은 방해하는, 정당하지 않은 모빌리티 체제”라고 정의내리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누가 이동하고 무엇을 움직일지를 누가 결정하는가?” 이에 대한 답으로 우리는 오늘도 다시 한 번 이렇게 외친다. “장애인에게 권리를! 차별은 이제 그만! 동정은 집어쳐! 혐오는 쓰레기통에! 장애인에게 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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