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봄 130호 - 노들센터의 조직문화 워크숍 후기 / 꼬비
노들센터의
조직문화 워크숍 후기
꼬비
어쩌다보니 노들센터 4년 차 활동가가 된 꼬비입니다.
여러분이 일하고 싶은 단체는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는 곳인가요? ‘평등하고 민주적인 조직’은 많은 운동단체들이 꿈꾸는 조직일 것 같아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단체의 제도와 원칙을 만들고, 조직을 운영하고, 함께 활동을 하고 있죠. 우리가 활동하는 노들도 평등하고 민주적인 조직운영을 위해 평등한 급여체계, 자유로운 활동 지원, 수평적인 조직 문화 등 여러 원칙을 만들었겠죠? 하지만 지금의 원칙만으로 우리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조직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 애초에 ‘평등하고 민주적인 조직’은 어떤 단체일까요?
제가 노들센터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4년차가 되었네요. 4년차가 될 때 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평등하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활동할 수 있을까? 나는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인 것 같아요. 그 고민을 바탕으로 20년도에는 센터 내 다른 활동가들과 내부 조직문화 워크숍을 준비해서 진행했었어요. 하지만 저의 첫 번째 내부 조직문화 워크숍은 미숙한 준비와 진행으로 아쉬움만 남긴 채 끝이 났죠. 그래서 2년이 지난 올해. 드디어! 외부단체를 통해 다른 관점과 시선으로 노들센터를 바라보기 위해 외부 단체와 함께하는 조직문화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워크숍은 듣기 훈련, 회의문화 돌아보기, 조직에 대한 요청과 동료에 대한 요청사항 등으로 진행했어요. 듣기 훈련은 둘이 짝지어 같은 내용이 적힌 종이를 받은 a‘들’이 일정 시간동안 내용을 숙지한 후 종이를 보지 않고 ‘b’들에게 종이에 적힌 내용을 설명해주고, ‘b’들은 돌아가며 ‘a’가 설명해 준 이야기를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죠. ‘a’들 모두가 같은 내용을 읽었지만 ‘b’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은 조금씩 다른 점들이 있었어요. 어떤 사람은 글의 화자의 감정을 위주로 설명하고, 어떤 사람은 사건의 진행 순서대로 이야기하는 등 같은 내용을 읽었지만 사람에 따라서 설명하는 방식과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회의문화 돌아보기에서는 ‘회의 때 두려움 없이 의견을 내기 위해 이런 규칙이 필요하다!’라는 주제로 조별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각 조에서 필요한 규칙을 정리해서 발표했는데, 내용이 겹치는 규칙이 많이 있었고, 워크샵이 끝나고 난 후 오늘 나온 규칙을 센터 회의에서 적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세 번째, 조직에 대한 요청과 동료에 대한 요청 사항을 각자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조직의 원칙, 민주적 조직 운영, 평등한 일상 등 다양한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었어요.
각자의 고민을 화이트보드와 벽면에 붙이고 다른 활동가들의 의견을 살펴보고 센터에서 가장 잘 실현되고 있는 것에 파란색 스티커를, 제일 안 되고 있는 것에 빨간색 스티커를 붙였어요. 어떤 요청사항은 같은 색으로 몰표를 받고, 어떤 요청사항은 많은 사람이 잘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안되고 있다는 빨간색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어요. 활동가들이 원하는 센터와 지금의 센터, 원하는 동료와의 관계와 지금의 동료와의 관계에 대해서 볼 수 있었어요. 이후 요청사항을 하나씩 읽으면서 활동가들이 마음에 걸리는 요청사항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어요. 여기서 저는 같은 색으로 몰표를 받은 의견과 많은 파란색 중에 홀로 빨간색 스티커가 붙은 의견에 더 마음이 가더라구요. 평등하고 민주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겠지만 소수의 의견도 중요하게 논의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한 활동가가 적은 요청사항처럼 ‘덤덤하게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의 조직은 어떤 결정을 할 때 대다수가 동의하고, 소수의 다른 의견이 있을 때 어떻게 논의하고, 결정하고 있나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센터 활동가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는 시간은 소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워크숍에서 나온 이야기를 좀 더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함께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평등하고 민주적인 조직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