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봄 130호 -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한 배움 <모두의 학교> / 김유미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한 배움
<모두의 학교>
김유미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일도 종종 하는 사람
<모두의 학교> 제작년도 : 2017년 감독 : 도시나가 마나베 기획·제작 : 가니 타카유키, 사코가와 미도리 제작 형식 : 다큐, 106분
오오조라 초등학교가 목표로 하는 것은, 등교거부 제로! 특별 지원 교육의 대상이 되는 아이도, 자신의 기분을 잘 컨트롤 할 수 없는 아이도, 모두 같은 교실에서 배웁니다. 일반 공립초등학교이지만 개교 후 6년간 학생과 교직원뿐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민이 함께 어울려 누구나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왔다. 금방 교실을 뛰쳐나가 버리는 아이도, 무심코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헤 버리는 아이도 모두 함께 지켜본다. 어느 때, "그 아이가 간다면 넓은 하늘에도 가고 싶지 않다"라고 소문난 아이가 입학했다. "그럼 그 아이는 어디 가?, 그런 아이가 안심하고 오는 것이 지역의 학교일 것이다"라고 키무라 야스코 교장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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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해외초청작
오오조라 초등학교 사진 위에 일본어로 '모두의 학교'라고 쓰여있는 사진
‘일다’에 소개된 <모두의 학교> 이야기를 보고,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아래 영화제)에 이 영화를 상영하자고 제안했다. 영화제는 일본의 영화 제작자들과 연락해 상영 허락을 구하고, 번역 작업을 거쳐 지난해 19회 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상영했다.
<모두의 학교>는 일본 오사카에서 2006년 개교한 시립 초등학교의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모두가 함께 만드는 모두의 학교’를 모토로 운영되는 이 학교엔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 학생이 많이 다닌다. 다른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이 학교에 전학을 오기도 한다.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체육복을 입고 학교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로 힘들어하는 교사와 학생을 보듬기도 하고, 강한 어조로 학교의 원칙을 설명하고 반성하게 하기도 한다. 그런 교장선생님도 학교생활 초기에, 굉장히 어려운 행동을 많이 하는 학생이 입학했을 때 흔들린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새롭게 시작한 학교를 잘 운영해보려고 하는 순간, 너무나 어려운 학생이 온 것이다. 그때 교장선생님은 저 학생만 없으면 좋은 학교가 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하지만 문제는 그 학생 개인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함께하기 위해 바뀌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으며 오조라는 ‘모두의 학교’가 되어간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매일같이 수업을 방해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게 만든다고 생각해버린 학생이 있었다. 야학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저이와 함께 있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했고, 좀 더 전문적인 곳으로 보내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 의견도 나왔다. 그때 교사들은 매일같이 모여 회의를 하고,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작했다. 그런 때가 있었다. 그래서인가, 이 영화를 노들 사람들과 함께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월 23일 하루 날을 잡고, 노들에서 <모두의 학교> 공동체 상영회를 열었다. 노들야학과 노들센터와 센터판과 법인이 함께 상영회를 하기로 하고, 시간을 쪼개 하루 4번의 상영회를 기획했다. 영화제도 상영회에 합류하고, 관객과의 대화도 준비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노들에서 경험한 여러 장면이 떠올랐다. 나를 포함해 여러 사람이 일상에서, 지원과정에서 해온 실수들이 떠올랐다. 또한 어떤 불안함과 불편함에 학교를 어려워한 사람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힘들었던 그때들에, 그리고 여전히 어려움이 산재한 지금에도 이 영화가 도움을 주는 듯했다. 너무 구구절절해 나누기 힘든 말들을 영화가 가볍게 훌쩍 뛰어넘어와 전하고 있었다. 이 영화를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 학교 안에서, 센터 안에서, 어떤 공동체 안에서 ‘어떤 상황’이 어렵고 힘들게 느껴질 때. 다른 사람의 입장에도 서보고, 또한 어떤 능력을 가진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하며 각자가 노력하며, 함께 있기를 고민하고 시도했으면 한다.
아래는 2월 23일 <모두의 학교> 공동체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관객과의 대화에는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의 최경화 님, 노들장애인야학의 김진수 님이 참여했다. 사회는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의 강희석 님이 맡았다.
운동장에 한 어린이가 바닥에 앉아있고, 다른 어린이가 바닥에 앉은 어린이의 등 위에 손을 얹고 있는 사진
강희석
저는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단어가 뭘까 찾아봤는데, ‘기다렸다’라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기다렸어’, ‘걱정했어’ 이런 이야기. 학교 밖으로 나간 학생들을 데려오는 순간 순간에 ‘어디 갔다 왔어?’, ‘왜 나갔어!’가 아니라 ‘기다렸어’, ‘걱정했어’ 하는 이 말들이 그 학교를 얼마나 안전하게 했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기다렸다’는 말이 영화 내내 마음에 많이 남았던 것 같아요. 경화 님이 계신 발달장애인청년허브 사부작. 사부작이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 마을과 연결되어 있는 공간이라고 들었어요. 어떤 연결성들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최경화
제가 사부작에서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제 아들이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청년이에요. 그래서 성미산 마을에서 마을 학교를 다녔어요. 성미산 학교죠. 성미산 학교를 다니고 그때부터 고민이 계속되었죠. 졸업을 하고 나서 어떻게 지역에서, 어떤 삶을 꾸리면서 살아갈 것인가, 그런 고민들을 계속 했었고. 그런데 졸업을 하고 일단은 그럼 마을에 일자리를 만들어보자 해서 ‘성미산좋은날협동조합’을 만들었었어요. 거기서 커피를 만드는 일들을 마을에서 했었는데, 사실 그런 일자리들이 얼마나 영세한지 아시잖아요. 그래서 조금 벌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채용할 수는 없고. 대부분 거기서 일하는 발달장애인들은 마을 학교를 졸업했거나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해서 일자리를 진행했어요. 청년들이 주문이 들어오면, 그 청년들은 자기가 맡은 일만 하잖아요. 거기 앉아서 계속 일만 해야 되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저의 목표는 마을과 연결되어 사는 삶을 꾸리는 것인데, 그 안에서 계속 커피만 포장하고 만들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것은 아닌 것 같다... 노동에 대한 개념? 노동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아마 그때부터 한 것 같아요. 그래서 거기를 과감히 탈퇴하고 나와서 마을에 고민을 던졌어요. 왜냐하면, 그런 청년의 삶을, 한 사람의 삶을 꾸리는 것조차 부모가 혼자서 만들어가는 힘은 아무데도 없고, 이것은 ‘마을과 같이 고민해야 되는 문제다’ 이렇게 생각을 했고, 그 마을에서 화두를 던진 거죠. ‘왜 발달장애 청년들은 학교를 졸업을 하면 마을에서 볼 수 없는 것인가’ 이런 화두를 가지고 마을 주민과,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발달장애인 부모님들 이렇게 5명이서 사부작을 만들게 된 거예요. 근데 여기서 가장 주목할 것은, 저는 사실 성미산 마을에 약간의 실망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다른 사회적인 이슈, 특히 인권에 관련된 모든 일에는 전국 어디든지 달려가서 같이 연대를 하잖아요. 그런데 같이 마을에 살고 있는, 활동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에게는 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가 이런 실망감이 있었는데, 저희가 “우리가 마을에 연결되는 삶을 꾸리려면 허브가 있어야 돼. 발달장애인 스스로 어떤 관계를 맺기는 어려워. 그러니 우리가 그런 허브가 되어보자”라고 말했을 때,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보증금 1억원을 마을에서 모두 빌려주셨어요. 후원도 들어오고, 50만원도 빌려주고, 100만원도 빌려주고, 1000만원도 빌려주면서 보증금을 한달 반 만에 모두 마련해주셨어요. 그래서 그 공간을 가지고 2018년부터 지금까지 활동을 하고 있어요. 해마다 급하신 분들은 돈을 갚아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그러면 또 마을에 알려요. 우리 또 돈 돌려막기 해야 한다. 그러면 또 관심을 가지고 빌려주셔요. 지금 4년 넘게 돌려막기를 하고 있어요. 이런 것들을 통해서 마을 주민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발달장애인 청년들의 삶을 응원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무슨 질문이었죠?(웃음)
강희석
마을에 발달장애인 옹호가게가 운영이 되고 있다고 들었어요.
최경화
옹호가게는 운영이 따로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발달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하고 갈 수 있는 가게들을 말해요. 저희가 옹호가게를 하는 취지는 약간 다르게 접근하는데, 지역에 있는 모든 가게를 찾아가서 ‘발달장애인들의 옹호가게가 되어주세요.’ 이런 접근이 아니라 사실 발달장애인들은 이미 마을의 주민인 거예요. 오래 살았어요. 이용하는 가게들이 분명 있죠. 그래서 ‘그 이용하는 가게들은 어떻게 관계를 맺었을까?’ 거기서부터 시작을 한 거예요. 그래서 지역의 발달장애인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그렇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게는 어떤 가게냐 물었죠. 그리고 가게에 가서 주인을 만나보고. 주인과 발달장애인이 이미 관계를 맺고 있고, 이웃이 된 곳들을 옹호가게로 정했어요. 그리고 그것을 영상으로 만들고 주변에 홍보하고, 그런 식으로 옹호가게를 늘려가고 있죠. 그리고 <모두의 학교>를, 작년 2021년도에 마을에서 발달장애인 마을포럼 하면서 상영했었어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있었어요. 마을에서 환경을 만드는 거죠. 우리의 캐치프레이즈는 ‘경계없이 다정하게 마을에서 함께 살자’인데요.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을 나타내는 그런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희석
성미산 마을에 살고있는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그 지역사회 안에서 경계없이 다정하게 어떠한 삶을 따뜻하게 살고 있는지, 사부작과 이후에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여기 노들야학 김진수 선생님 함께 계신데요. 발달장애인 분들이 노들에 학생으로 점점 많아지고 있지요? 교사 분들도 고민이 많이 있을 것 같은데요. 영화에서도 조력자들의 문화가 상당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지금 노들야학의 상황들을 발달장애인과 노들야학 교사들과의 만남, 혹시 노들야학을 통해서 발달장애인분들이 변화하는 건지, 아니면 달라져야 할 사람들이 달라지고 있는 건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진수
저희 학생분들 같은 경우는 학령기 때 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대부분인데요. 발달장애인분들과 같이 저희가 낮수업이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저희도 준비없이 겪게 된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 여러 일들을 겪게 되면서 우리 안에서도 계속 궁금증이 생기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시행착오도 겪고 여러 시도를 했어요. 영화에서도 부모님 대상으로 세미나를 한 것처럼, 저희도 계속 다른 기관을 찾아가 보고, 회의도 하고, 수업 끝날 때마다, 지금도 항상 같이 회의를 하고 있거든요. 이런 기록들을 쌓아나가고, 이런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겪으면서 느끼게 된 거예요. 무언가를 굉장히 꽉 알맞게 준비를 해서 맞았다기보다는. 저는 이런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탈시설을 하신 분들이 갈 곳이 없어요. 이분들이 야학에 와서 함께 하고 있는데, 저희는 어쨌거나 함께하기로 받아들인 거잖아요. 저는 이 함께하기로 한 순간들이 큰 에너지가 되었던 것 같고, 어떤 준비보다는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고요.
변화를 느끼는 거는 제가 10년 전에 김OO님이라고, 그 분이 야학에 처음 와서의 모습과 10년이 흐른 지금의 모습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그때는 욕도 많이 하시고, 자기 멋대로 하시고. 이런 행동을 하셨던 분인데, 집에도 혼자 못 가셨고. 시설에서 워낙 오래 사셨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거든요. 그분한테 노들이 도대체 어떤 영향을 미쳤던 건가 보면, 노들은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공간이에요. 저희가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관계가 깊든 얕든, 맺어질 수밖에 없는 공간이죠. 아까 허브 이야기를 하셨는데, 말 그대로 허브같다는 생각을 계속 하거든요. 그래서 그게 발달장애인분에게 긍정적인 영향 혹은 부정적인 영향도 다 필요하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해요. 나중에 어떻게 해석하느냐, 어떻게 이야기하고 풀어내느냐 이게 중요한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 환경이 노들에서는 계속 있었고, 그게 김OO님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고, 그래서 노들과 계속 이어지는 부분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도 발달장애인분들을 만나면서 변하는 부분들이 계속 있었어요. 지금 한국 사회가 비장애인 중심사회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둘 다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우선순위는 비장애인에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바꾸고 시도해야 하는 부분은 비장애인에게 더 많이 있는 거죠. 저도 발달장애인 분들을 만나면서 시행착오가 많이 있었어요.
영화 속 교장선생님이 했던 말 중에 제게 인상 깊은 부분을 보면서 적어봤는데.. 한 학생이 학교에 올 수 있었던 건, 교장선생님에게 올 수 있었던 건 “주변의 아이들이 달라졌기 때문에 왔던 거다”라는 말도 하셨고, “선입견이나 잣대를 가지고 보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말아라”라는 말도 하셨고, “자기 눈으로, 자기 마음으로 유즈키라는 학생을 알아가라”고 학생분들에게 했었어요. 이러한 가치들이 “지금 사회에 되게 결핍된 거”라고 이야기하셨고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하는 시도” 이런 이야기도 하셨어요. 그리고 학생분과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있어서 처음에 어떤 이야기를 한 게 인상 깊냐면, “선생님한테 맡겨줄래?”, “믿어줄래?” 이 이야기로 시작된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도 조금 인상에 남아서.. 이건 겪지 않으면 모르는 어떤 감수성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지금 이동권이나 탈시설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장애인분들이 지역사회에 함께 살아야지 겪을 수 있는 감정, 감수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강희석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줄서기고, 많은 것들이 경쟁으로 줄서기에 너무 익숙하죠. 그런데 <모두의 학교>에서 보여줬던 모습은 그냥 ‘각자의 힘을 갖는다’, 저는 그 표현도 크게 마음에 남았어요. 각자의 힘을 갖는다. 그 각자의 힘의 크기가 어떤 사람은 엄청나게 클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그렇게 크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건 각자의 힘이죠. 그랬을 때 우리가 ‘어떻게 서로 보완하고, 연결되어 있고, 기대어진 존재로서 살아갈 것인가’라고 질문하게 되는데요. 어릴 때부터 그런 감성을 가지고 성장한다면, 지역사회의 변화를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확산된다면 세상은 그렇게 변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육’과 ‘배움’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모두의 학교> 영화를 마무리해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최경화
굉장히 심오한 질문이에요.(웃음) 제 생각은 항상 ‘교육’, ‘배움’은 어느 특정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만나는 매 순간 배움은 일어난다고 믿고 있고, 사실 그런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 발달장애인과 함께 하는 순간이에요. 그것을 깨우쳐주는 분들이고. 이 말은 꼭 하고 싶은 게 오조라 학교는 요즘은 어떤가. 지금은 어떤지. 만약 그 안에 구성원들이 달라졌을 때 계속 그런 가치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일본은 초등학교만 통합교육을 한다는데, 영화 속 아이들의 지금 현재 모습은 어떨까? 이런 것들이 궁금해요. 그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어쩌면 완성되지 않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진수
노들에서 ‘배움’과 ‘교육’은 비장애인 사회에 균열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제가 보기에 지난 10년의 장애인 투쟁은 물리적인 환경을 계속 변화해오고 있는 건데요. 턱을 없애고,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시설을 없애고 하듯이. 지금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다음 발달장애인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투쟁은 마음에 환경이나 구조라고 할까요. 개인이 가지고 있는 부분들이요. 중증발달장애인은 워낙 낯선, 나와는 굉장히 다른 존재로 여겨질 거예요. 물론 개개인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다 다르고 모르는 존재이기는 한데, 어쨌거나 비장애인 중심 사회이고,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격리시켜서 아예 만나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다 보니까. 지난 10년의 투쟁을 통해 물리적인 환경이 변화가 돼서 발달장애인분들이 지역사회에 함께 나오게 되면, 이런 투쟁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들을 우리가 만나서 겪으면서 드는 배움들. 내 마음에 어떤 불편한 지점이라던가 내가 지금껏 갖고 있었던, 비장애인 사회에서 당연시 갖게된 생활습관이나 생각들 같은 것들이 깨질 수밖에 없는 순간들을 한번은 겪게 되지 않을까. 그걸 겪게 되면 나를 돌아보게 되는 상황들, 그 안에서 느껴지는 오만가지 감정들을 해석하면서 거기서 배움이 일어나고 교육의 토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희석
그동안 선생님들이 교육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삶의 현장에서 쌓아온 발달장애인분들과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깊은 고찰과 이야기를 나눠주신 것 같아요. 영화 중에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어요. 졸업식 장면에서 교장선생님이 한 학생에게 “니가 있어줘서 참 좋다. 큰 공부했다.” 하는 대사가 나왔어요. 우리가 서로의 만남에서,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공간에서 서로서로 큰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장애와 비장애, 발달과 비발달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가를 우리사회가 더 많이 인식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오조라가 하늘이라는 뜻이더라고요. 하늘이 누구를 특별히 어떠하기 때문에 배제하지 않잖아요. 다 품어내는 하늘. 오조라가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아요.
오늘 <모두의 학교> 영화를 보고 우리가 있는 곳이 모두의 마을이었으면 좋겠고, 모두의 사회였으면 좋겠고, 모두의 집이었으면 좋겠다, 모두의 우주였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우리 모두의 학교, 모두의 마을, 달라지자! 이정도 구호를 하면서 마무리해볼까요?
<모두의 학교> 관객과의 대화 중 수어통역사, 김진수, 최경화, 강희석이 차례대로 앉아있는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