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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역 참사 20주기,

이날이 올 줄 몰랐다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2001122, 오이도역에서 엘리베이터(훗날 수직형리프트라고 정확히 알게됨)를 타던 어느 노 부부가 떨어져 한 분은 돌아가시고 한 분은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단체들이 이동권 연대를 결성하게 된다.

 

 

      오이도역 참사가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그 당시까지의 상황은 중증장애인들에게 가혹하리만치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국가가 진행하는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장애인은 한달에 3번 외출하기도 힘든 상황이었고, 그 이유는 대중교통에서 철저히 외면 받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지하철이 많이 놓인 상황에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며 그나마 설치되어 있는 편의시설은 휠체어 리프트가 전부였다. 그 리프트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은 역도 반 이상이었다. 그러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동하지 못하였다. 적어도 대중교통으로는 ..

 

 

      당시에(2000년대초) 장애인 단체 행사가 있어서 수동 휠체어를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구 동대문운동장역)에서 아차산역으로 갈아탈 예정이었으나 환승통로에 놓인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은 수백미터에 달했다. 거기에 유일하게 편의시설은 휠체어 리프트가 있었는데 승강장에서 대합실까지 올라가는데만 14, 다시 내려오는데 14분이 걸렸었다. 재수가 없어서 리프트가 올라가 있는 상태이면 그 리프트를 내리고 다시 올라가는데만 30분 가까이 걸리는 것이다. 만약 휠체어 2대를 이용한다면 대략 1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엘리베이터가 직통으로 설치되어 있어 대기하는 시간만 고려하더라도 2~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바꾸고자 이동권 연대는 다양한 투쟁을 하게된다. 일단 지하철 선로를 점거하고 지하철을 온 몸으로 막는 투쟁도 했고, 지하철을 일부러 늦게 타고 늦게 내리는 연착 투쟁도 했고, 정기적으로 시민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알리는 서명전도 꾸준히 진행했다.

 

 

      버스상황은 더 열악했다. 비장애인들은 지하철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을 누비는 버스라는 대중교통을 통해 단돈 몇백원으로 (지금은 천원이상이지만) 못 가는 곳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체 장애 뇌변병 장애를 비롯한 시각장애 청각장애인 등등 버스를 타기에 많은 불편이 있거나 아예 타지를 못했다. 지금도 있는 버스지만 계단이 3~4개 있고, 아예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하는 버스가 전부였다.

 

 

      그래서 이동권 연대에서는 '장애인도 버스를 타자'라는 구호 아래 실제로 억지로 버스를 타는 모습을 보이며 정차시키고 시민들에게 이러한 현실을 알리는 투쟁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몇년간의 노력으로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보장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했지만 정부는 갖은 핑계를 대며 그 법률을 지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예산부족, 기술부족, 환경구축 부족 등등이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저상버스를 도입할 때 도로환경에 대한 이해를 많이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상버스가 운행하기에는 도로환경이 좋지 않다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도로에 과속방지턱이라던가 언덕도 많아 버스가 망가진다고 이야기를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다 거짓말이었다. 실은 예산이 없었던 것이었다.

 

 

 

 

      지하철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문제도 마찬가지 논리로 거부를 했었다. 지하철역이 예전에 지어져서 구조가 안나온다던가 안전상 문제가 있다던가 심지어 지상에 나가는 엘리베이터를 사유지에 설치를 해야 해서 힘들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것도 결론은 하나였다. 예산문제였다.

 

 

      이동보장법을 근거로 그리고 우리의 투쟁으로 이런 상황은 현재 많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설치하기 어렵다던 광화문역이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다. 이런 결과를 보면 아무리 많은 예산과 시간이 많이 들더라도 사회적 합의와 그 의지를 만들어 내는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이동권이 어느정도는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오이도역 참사가 일어난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투쟁을 하고 있다. 여전히 저상버스는 서울의 경우 100%가 아닌 60% 정도밖에 도입이 안 됐으며, 마을버스 같은 경우에는 1대의 저상버스도 없는 상태이다.

 

 

      서울시 안의 지하철역 20군데에는 아직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그런 역 중에 하나가 신길역인데 그곳을 이용하던 장애인 한 분은 리프트를 타다가 계단아래로 굴러 떨어져서 돌아가신 경우도 있다. 서울시는 아직도 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소송과정에서 돌아가신 분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은 개별적인 것 같지만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이동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나타내고 있는 사례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오이도역 20주기 투쟁은 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필요가 없을 줄 알았다. 그저 그런 사건이 있었고 지금은 괜찮으니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그런 추모제 정도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또 다시 투쟁을 했다. 왜냐하면 아직도 이동권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보장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요구는 간단하다. 장애인도 편리하고 안전하고 빠르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원하는 곳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그것을 제한 받는다면 그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인권 침해이다.

 

 

5년 후 또는 10년 후에 오이도역 25주기 또는 30주기 투쟁을 제발 안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 날이 안 오도록 끝까지 연대하여 투쟁해야겠다.

 

 

투쟁 !

 

 

 

 

 

서기현_오이도역20주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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