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름 127호 - 『죽은 자의 집 청소』 읽기를 추천합니다. / 다독다독
『죽은 자의 집 청소』 읽기를 추천합니다.
사회적기업 노란들판 도서위원회
‘다독다독’
책읽기 모임 후 각자의 생각을
모아보았습니다.
C
평소에 모든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죽음 또한 크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마주해야 하는 운명이니 때때로 나또한 죽음이라는 것을 떠올려 볼 때가 있다. 어떻게 죽게 될지, 누구와 죽을지,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될지 등등. 죽음보다는 청소나 정리가 나에게는 더 익숙한 단어들이었기에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책 또한 정리와 청소라는 단어로 인터넷을 하다가 알게 된 책이다. 특히 사람과의 접촉이 없어서 사람이 죽은 후 오랜 기간 방치되었던 장소 흔히 말하는 고독사한 장소를 청소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흥미를 느꼈다. 책의 중후반부터는 글쓴이의 개인적인 감정이 많이 섞여있어서 텐션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내용으로 보았을 때는 오랜 기간 특수한 청소를 해온 작가의 경험이나 기억 그때의 그 상황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최근 늘어나는 1인 가정, 고령화, 고독사 문제가 한국에서도 점점 이슈화 돼가는 상황에서 나또한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하는 죽음이기에 어떻게 죽는 것이 이런 고독사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까? 어떠한 죽음이 건강하고 행복한 죽음이 될까? 라고 이 책을 읽은 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H
최근 들어 급격히 많아진 청년 고독사에 대해 많은 생각이 겹쳐진 책.
책에 나온 사례는 대부분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수북이 쌓여있는 미납고지서와 체납독촉장, 자기 집이 아닌 세들어 살고 있는 집(주로 원룸), 찾아주는 가족이 없거나 혹은 사회적으로 관계 맺고 있는 이가 없거나.. 그리고, 책에서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번번한 일자리를 얻지 못했던 사람들로 추측된다.
고독사 후 몇 개월 동안 방치된 집을 청소하며 느꼈던 저자의 이야기들을 통해 마지막까지 혼자서 끝없고,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고민들을 끌어안다 결국 마지막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작가의 표현 중 ‘가난에 눈이 먼 자의 틀에 박힌 시선’이라는 표현이 처음엔 이질적으로 느껴졌지만 사실 가난이라는 세계에 완벽히 갇힌 것은 맞는 것 같다. 감히 개인 혼자서는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정해진 틀과 아무리 돌아도 끝나지 않는 그 쳇바퀴 같은 삶에.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질문하게 된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그냥’ 살고 싶지만은 않을 것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고,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 우울증 없이 사는 게 더 이상할 수 있는 지금의 사회에 그럼에도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남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질문을 바꿔보았으면 좋겠다. 내 삶을 어떤 가치들로 채울것인가? 로. (*씨리얼_2021.4.21.방영분 참고.)
K
특수청소부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을 가진 글쓴이의 경험에 바탕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글을 읽다보면 죽은 이의 흔적을 지우는 일은 결코 쉽지않은 직업이라 생각된다. 요즘, 고독사에 대한 뉴스가 종종 들리는데 적어도 내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을 가진다면 이러한 죽음은 줄어들 거라 생각된다.
B
삶 옆에 찰싹 달라붙어 절대 떨어지지 않는 죽음을 애써 외면하다 이번 다독다독(노란들판 책모임 이름)을 통해 여러 사람과 얘기할 수 있게 돼 무척 새롭고 재밌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조직은 강해지고, 그에 소속된 개인은 성과와 경쟁으로 심신은 더 없이 지치고 약해져 툭 치면 바스러질 것 같다. 표면적으론 보이지 않는 아픔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시력을 길러야겠다.
P
작가는 삶을 떠난 이들의 흔적들을 만나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흔적들은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사람들이 죽음을 선택 또는 맞이하기까지 삶을 어떻게 이어왔을지 감히 상상해본다. 최근 언론에서 접하는 죽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떠올랐다. 각자 다른 삶과 죽음. 그 모습들이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죽음의 순간과 남겨진 흔적까지 차별받아서는 안 될 일이다. 고단한 삶 뒤에 비참한 죽음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볼 때면 너무나 아프다.
A
작가는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며, 죽은 사람이 남긴 것들을 보며 어떤 사람일지 생각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도를 한다. 단순히 일로써 청소만 하거나 여느 인터넷이나 방송에서 나오는 것처럼 가십거리로 취급하는 것도 아닌 잔잔하게 작가의 방식으로 죽은 자들을 애도하는 것이 따뜻하고 인상 깊었다.
죽음이 끝이 아닌, 죽음 뒤에 오는 고지서들, 죽어서도 편하게 죽지 못하고, 집 값이 떨어질까봐 전전긍긍하는 집주인의 모습들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최소한 존엄을 지키면서 죽는 것은 어떤 것일까. 동시에 막연하고 두렵게만 생각했던 주제인 '죽음' 에 대해 고민하면서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바라보게 되었다.
J
청소하기 전 집의 상태를 상세히 묘사한 부분을 읽을 때는 정말 고통스러웠다. 소변을 채운 페트병으로 가득 찬 집이나, 배설물로 꽉 차 있는 변기, 고양이 번식장이었던 것 같은 시설을 갖추고 있던 집의 살아있는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가 한데 어울려 있었을 모습, 냄새를 지우기 위해 뿌려댄 소독약과 그 사이 유일하게 깨끗했던 침대와 그 위에서 잠들었을 의뢰인이란 사람, 이불 위 죽은 몸이 누워있었을 길고 동그란 자국……. 극히 일부의 예시인데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쩌면 눈살을 찌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시간을 지우고, 아주 깨끗이 지우고, 새로운 공간으로 태어나게 하는 특수청소라는 직업과 직업인의 사명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시간이었다. 순리라는 것이 있다면, 모든 생명은 죽는다는 것,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차원에서라면 죽는다는 것은 그렇게 슬픈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순리대로 죽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행복하자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