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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 핫이슈

고립된 시설에서 발생한 학대사건

 

 

 

 

정민구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구에요.

누가 요즘 나의 소원을 뭍는다면 첫째도 통잠이요, 둘째도 통잠이요, 셋째도 통잠입니다.

 

 

 

 

 

 

 

안녕하세요야학에서 타로수업 하고 있는 민구에요. 오랜만에 내 인생의 핫이슈장판 핫이슈를 함께 전해 드릴까 해요:) 먼저 내 인생의 핫 이슈.얼마 전 514일 개똥이(태명)가 태어났어요. ~~!생명탄생의 신비로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 지금은 현실 육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요즘은 정말 퇴근해서 집에 가면 다시 출근하는 기분이에요. 주말도 주말 같지 않고. 요즘 제 일상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다면?

 

 

 

 

 

 

 四面楚歌 사면초가 

그림2.png

 

   

    사면초가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보고 있으면 너무 좋아요. 이렇게 바라만봐도 행복해지는 존재가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할 정도에요. 밥 먹고 똥 싸고 빽빽 울어 제끼기만 하는 신생아인데 왜 이렇게 예쁠까요. 보고 있으면 빠져드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숨은 그림 찾기처럼 저랑 비슷한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재미가 쏠쏠해요. 발볼 넓고 발가락 사이사이가 벌어져 있는 거나 잘 때 다리로 7자 만들고 자는 거. 저와 비슷한 모습을 발견할 때 마다 놀라운 유전자의 힘을 실감해요,

     

    날씨 좋은 날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다 보면 아이들이 무척 행복한 모습으로 뛰어 놀고 있을 때가 많아요. 옛날에는 흐믓하게 바라보며 지나쳤는데,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 저 정도로 키우려면 양육자가 고생 꽤나 했겠다

 

 

    세상은 딱 아는 만큼만 보이나 봐요. 이 세상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가 경이롭게 느껴지는 요즘이에요.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이는게 하나 더 있어요. 짝꿍이 제왕을 해서 병원에 45, 산후조리원에 일주일 있었는데요, 저도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했어요. 코로나 시대라 외출도 못하는 상황에서 좁은 공간에 갇혀 있다보니 여기가 시설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병원은 정말이지, 너무 했어요. (사생활권?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그림3.jpg

 

    병원에서 하는 노크는 들어가도 될까요?’의 허락의 의미가 아니라 나 들어간다는 통보의 의미에요. 짧고 간결한 두 번의 노크소리 똑똑아직도 이명이 들리는 듯. 우리에게 허락된 공간은 좁은 병실과 복도가 전부였어요. 짬짬이 병실 복도를 산책하는 게 우리의 유일한 신체활동이었. 우린 그렇게 좀비처럼 밤이든 낮이든 복도를 서성였어요언젠가 발바닥 활동가가 시설을 묘사할 때 이런 말을 했어요.

      ‘어떤 시설을 가 봐도 똑같은 장면이 있다. 그건 시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아주 많은 이용인이 방에서 나와 복도에 쪼르륵 앉아 있거나 서성이는 모습이다.’

       

     병실 복도를 서성이는데 그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래서 복도에 나와 계셨구나..

혹시 태어난지 한 달된 정원이를 궁금해 하실까봐 사진 한 장 투척해 봅니다. 이 분이세요, 우리 집 상전. 손가락 표시가 마치 미얀마 시위에 함께 하는 느낌이 있어서 선택해 봤어요.

 

 

 

 

 

 여주 라파엘의집 학대사건 

 

     그럼 이제 장판핫이슈로 넘어가, 여주 라파엘의집 학대사건에 대해 얘기해 볼께요.

     여주 라파엘의 집은 140명이 넘는 이용인과 70명이 넘는 직원이 생활하는 대형 거주시설이에요. 전국에 있는 시각, 발달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모여 계신 시설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작년 코로나19 감염병이 한창일 때 이 곳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설이 코호트 격리조치 됐어요. 안그래도 심심산골에 있는 시설이라 외부인의 출입이 많지 않은데 격리조치까지 되니 시설은 철저히 고립될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그렇게 철저히 사회로부터 고립된 시설에서 끔찍한 학대사건이 발생했어요, 마치 한 편의 재난영화처럼.

 

 

     밥 먹지 않는다고 때리고, 짐볼을 발로 차서 25차례 연속으로 이용인을 맞추고, 나무로 자체 제작한 기립기에 이용인을 결박했어요, 온 몸에 피멍이 들 때까지. 하아... 저는 종교가 없지만 십자가에 못 박혀 고통스럽게 죽어간 예수님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18명의 직원이 8명의 이용인 학대에 가담했어요. 전체 직원이 76명인 곳에서 18명이 학대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 정도면 전체 직원이 학대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방조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일상적으로 권리 침해가 일어나서 감수성이 둔감해진 걸까요? 인권지킴이단이 있고 수시로 점검도 하고 회의도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상황이 이 정도인데 인권지킴이단도 몰랐다는 사실이 더 놀랍더군요.

 

 

     사건에 대한 지자체의 대응은 더 어이없습니다. 강남구청에서 내린 행정처분은 개선명령이 고작이에요. ?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 무엇을 개선할 수 있을까요? 개선할 의지가 있기는 할까요?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손 놓고 있는 사이, 경찰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한 달여 동안 가해자와 피해자는 같은 공간에서 지내야 했어요. 그동안 2차 가해나 진술오염은 없었을까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서울장차연)와 발바닥에서는 경찰청을 찾아가 기자회견 하며 신속한 수사와 시설학대사건 조사를 전담하는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요구했어요. 그리고 얼마 전 서울시 장애인정책과 면담이 있었죠. 그 자리에서 나온 주옥같은 말을 소개해 드릴께요.

 

 

 

 

 

 자체 제작 설치한 기립기(4번방) 

 

정민구_3.jpg

 

 

서울시

 “시설에서 생활하는 게 편하다고 말하는 거주인도 있다. 그들의 자기결정권도 지켜져야 한다. 그들에게도 인권이 있다. 욕구에 기반해서 탈시설을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합리성이다.”

 


서울장차연

  “욕구기반은 문제가 있다. 라파엘에서 욕구표현이 어려운 분들이 많다. 그림이나 다른 자료 활용한다고 해도 안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 판단은 누가 할 것인가.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시

그런 사람들은 시설잔류계층으로 보고 있다. 시설에 남는 것도 인권이다. 그 사람들도 인권이 있다.”

 


 

 

 

     욕구조사에서 무응답층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대다수의 중증장애인을 서울시는 시설잔류계층으로 보고 있다는 말입니다. 서울시탈시설권리선언은 왜 한 걸까요? 이것이 바로 오세훈 효과일까요? 마치 굉장히 합리적인척 욕구표현 한 장애인만 탈시설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욕구도 경험과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고 생각해요. 평생을 시설에서만 살아온 사람에게 사전에 아무런 정보와 경험도 없이 어느 날 문득 낯선 조사원이 찾아와 탈시설 하고 싶은지 묻는다면 그건 제대로 된 욕구조사가 아니에요. 더 이상 욕구조사를 핑계로 탈시설을 늦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탈시설을 권리로 보장되어야 하고 그렇기 위해 하루 빨리 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되면 좋겠어요, 비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듯 장애인도 손 든 사람만 시설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탈시설이 권리로써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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