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추석날의 일기
추석날의 짧은 생각들과 일들 _ written Kyoungseok Park,(2014.9.8.)
1.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아침에 농성장을 가기 위해 집을 오는 데 옆집에 놀러온 이웃 같았다.
젊은 부부인데 아이와 함께 있었다. 나를 보더니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인사해봐,,,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하라버징 안녕"
"옳지"
으아 그 좁은 아파트 골목에서 도망가지도 못하고.. 웃으며 "안녕!!" 하고 빨랑 도망쳤다.
아,,, 추석날 아침부터 듣는 소리라고는 .... 하라버지라니 .. '악' 세월은 도망쳐도 아무도 피할 수 없다.
2. 5번의 명절과 3번의 추석
추석날은 장애등급제 ·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며 광화문광장 해치마당 지하도에서 농성한지 749일째 되는 날이다.
5번째의 명절을 지냈으며, 3번째의 추석을 지냈다.
그 사이에 농성장 앞에는 9명의 동지들 영정이 있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때문에 불타죽고, 자살해 죽어갔다.
활동보조24시간 받지 못해서 붚타죽고, 수용시설에서 죽어간 장애인들이다.
저번 명절보다 2명이 늘었으며, 1년 전보다 5명이 늘었다.
하루빨리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하고, 활동보조24시간 보장받고, 수용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완전하게 참여하여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을 굳게 다짐했다. (이건 꾹기에 대한 맹세도 아니고 무슨 맹세인가?)
3.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요.
농성장에서 차례를 지내고 함께 점심을 먹었다. 우리는 제사보다 제삿밥에 더 관심이 있었는지 허겁지겁 먹어대었다.
그때 정의당 장애인위원장님께서,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는 것은 모두다 박근혜 정권 때문이야요." 라고 하길래
나는 "아니예요. 모두가 내 탓이예요. 내 탓,, 내 큰 탓이예요"
그랬더니 잠깐 어색해하면서, "왜요?"
"권력은 박근혜이든 누구이든 언제나 그러한 속성이 있고, 그러한 속성이 있는 권력을 제대로 바꾸지 못한 우리의 탓이 더 크기 때문에 반성하면서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749일을 투쟁하고 있잖아요."
말은 조금 되는 것 같은데 도덕군자처럼 말이 들리는 것 같은지 별로 논쟁이 없이 스쳐가는 바람처럼 허공에 말이 떠나갔다.
사람들은 속으로 .. "우쉬,, 너 똥굵고 잘났다... 그래 그게 반성하는 태도야? " 뭐 이랬겠지..
4. 야,,, 장애인이다.
하루종일 지하 농성장에 있으니 답답해서 담배 한까지 피러 광화문광장 지상으로 올라와 길을 건너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갔다. 광화문광장에서는 담배피면 안된다. 5천원 벌금을 내야한다.
담배를 피고 있는데, 꼬마 아이들이 ...
"야,, 장애인이다" 라고 소리지르고 달려간다.
옆에 있던 박 승하가 "맞는 말 했네!"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그래 맞는 말은 했지, 장애인이니까. 그런데 남자 꼬마 아이들이 여자들 볼때 마다 '야... 여자다!' 하면서 소리지르고 따라다리고 하면 기분 좋겠냐? 임마"
5. 달맞이 축제
하자센터와 노들장애인야학이 함께 장애등급제 · 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과 말맞이 축제를 했다.
너무 신나는 길놀이, 공연 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현장에서 섭외되어서 한곡을 뽑았다. 그것도 메들리로 뽑았다.
공간이동이라는 곡의 랩부분과 타는 목마름으로 불렀다.
(어디서나 섭외가능, 공연비는 협상가능)
잘불렀는데 삑사리 났다.
나는 나의 노래로 사람들이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나도 노래를 사람들 앞에서 공연이 가능하겠구나!"라고...
6. 달과 세월호
마치고 추석날 하늘에 뜬 달은 본다. 사람들이 카톡으로 보내준 달을 보았다.
참 좋다.
집에 가기 위해 세월호 농성장을 들렀다.
그곳에서는 하늘에 배가 떳다.
달도 뜨고, 세월호 농성장에 배도 떳다.
"수사권,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기는 간절히 빌었다"
달에게 소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