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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들 2015.01.09 01:21
    노들웹진 45호_2014.1 - [Wz045_나쁜 행복을 말하다] 무감정

    나쁜 행복을 말하다

    무감정

    시설 있으면서도 시설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어. 내 집처럼 생각했지.
    내가 몇 살인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점점 이상한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어.
    학교 친구는 “넌 왜 옆에 집(시설)에서 살아?”
    “엄마아빠는 어디 있냐?” “왜 학교에 안와?”
    “엄마아빠 없어서 학교 옆에 있는 집(시설)에서 사는거니?”
    내가 하는 말... “엄마는 있는데 아빠는 몰라.”
    “솔직히 말하자면 방쌤들이 엄마인줄 알았어. 그래서 엄마 있어...”라고 했어.
    사실 내 엄마도 아니었는데 학교 친구들이 꼬치꼬치 물어볼 때마다 그만 좀 물어봐라고 속으로 그랬어. 난 암말 할 수가 없었어.

    암튼 초등학교 6학년이었나? 중1이었나? 한 아이가 내 방으로 오게 되었어.
    새로 들어온 아이... 그 아이는 7살이었어. 내 방에 들어오자마자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거야. 엄마엄마 아빠아빠... 엄마아빠한테 갈거야 내 집에 갈거야 지금 집에 갈거야 보내줘. (너 집 여기야) 울불치면 땡깡을 부리는거야. 또 말은 또박또박 잘하는지. (이 애랑 어떻게 살지? 갑갑했어) 한 달이 지나니깐 적응 잘 하고 잘 살고 있었는데 방학 때가 됐어. 방학 때 엄마 아빠들이 와서 그 애를 데리고 집에 가. 방학 끝나기 며칠 전에 시설로 데리고 와. 오면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야. 그 애가 왜 울지? 엄마아빠도 동생도 있는데? 그 애는 이 시설에 왜 온거지? 등등등.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다. 집에만 갔다 오면 자랑은 어찌나 잘하는지... 방학 땐 또 갈거다 언니는 시설에 있는 엄마 말고 진짜 엄마아빠 어딨는데? 왜 안 오셔? 몇 살 때부터 여기 왔어? 그럼 엄마아빠 보고싶지 않아? 등등등. 나한테 물어보길래 글쎄... 글쎄다... 몰라. 계속 물어보길래 없다 없다. 언니는 그런거 없어. 없다고 말해놓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몇 달 뒤 또 내방에 5살짜리 아이가 들어왔어. 이 아이도 부모님 곁에서 키우다 시설로 오게 된 아이였다. 이 아이는 아직 어린애였어. 조용히 울고만 있는거야. 가족들이랑 떨어지기 싫어서 울고만 있었어. (달래주느라고 애 많이 먹었지...) 이 아이 엄마는 한 달에 한번 두 달에 한번 애를 보러와. 무슨 사정이 있어서 몇 년 잠깐 맡겨놓은 상태였어. 말을 잘 못하는 애였는데 1년이 지나고 나니깐 좀 말 잘한다. 한 달에 한번, 두 달에 한 번씩 아이 보러 엄마가 오는데 오는건 좋아. 보고가면 이 아이는 조용히 혼자 구석에서 울고 있어. 딴 아이가 돼.

    마찬가지로 이 아이도 방학 땐 집으로 갔다가 방학이 끝나면 시설로... 잘 지내다가도 집에만 갔다 오면 둘 다 집에만 갔다 오면 우는 거고 며칠 동안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차라리 안 오셨으면 했어.) 도 자랑질은 엄청 해싸. 난 이 두 애들한테 말은 좋았어? 좋았겠네. 엄마아빠가 그랬어? 방학 때 또 가겠네 좋겠다. 비위 맞춰주고 있지만 내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맘 속에선 울고 있고 이상한 감정이 들고 있었어.
    내가 중2학년 때 학교에서 일기 쓰라고 해서 일기를 썼는데 쌤이 매일 일기 검사를 했었어. 어느날... 내가 하루는 나도 모르게 엄마의 가족에 대한 얘기를 일기에 쓰고 있는거였어. 진짜 엄마도 아닌데 시설에서는 왜 엄마라고 부르게 하지? 진짜 엄마가 보고싶다... 날 왜 버리고 갔을까? 등등등. 온갖 생각으로 일기를 써내려갔다. 한참을 생각하고 살고 잊고 또 생각 또 잊고 살다가... 근데 뜬금없이 가족들과 같이 살면 내가 어떻게 됐을까? 궁금 생각 시작했어. 이렇게 이년정도 지나니 일기를 안 쓰게 됐다. 숙제 내주면 거짓 일기를 쓰게 돼. 아니면 매일 내용은 다르지만 방법은 똑같은 일기... 그냥 하루에 있었던 일을 쓰게 되고 방학 때 몰아서 한 번에 쓰게 돼. 일기를 솔직하게 쓰면 안되겠구나 생각이 들었어.

    두 아이가 커가면서 집에만 갔다 오면 울어재끼니깐 그래서 쌤이 한소리 했어. 이렇게 울거면 담에 방할 때 집에 가지마. 엄마가 와도 안 보낼거야. 쌤이 이런 말 했을 때 나도 안타깝긴 했지만 속은 시원했어. 처음엔 안타까워서 울면 달래주고 안아주고 짜중부리면 다 받아주고 자랑을 해도 비위 다 맞춰주고 그랬는데 그것도 한두번이야 말이지. 몇 년 동안 그러니 다른 사람 생각 좀 해줘야지. (누구는 여기가 좋아서 있는지 알아? 엄마아빠만 있으면 다야?)

    방을 바꿔도 엄마아빠 가진 동생은 꼭 한두명씩 있거나 없을 경우는 어느 날 갑자기 새로 들어오게 돼. 사실 난 가족 있는 애들이 부러웠다. (부러움이 가득) 그래서 가족이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엄마아빠 생각이 많이 났어. 난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 다 키우지 못 할거면서 날 왜 낳았을까? 키우지 않고 왜 나를 버렸을까? 사정이 있어서? 있으면 뭘까? 나 왜 안 찾지? 왜 날 데리러 안 오지? 미혼모가 낳았나? 돌아가셨나? 날 죽이지 않고 살려놨지? 시설에 보내지 말고 그냥 입양 보내지. 시설에 몇 명은 입양 보내졌어. (나 입양 보내주지... 어차피 여기서 사나 입양 보내나 똑같은데 입양으로 보내지면 시설은 아니잖아. 내가 입양가고 싶었거든.) 등등등. 내가 태어난게 아니 살아있는게 부끄러웠어. (차라리 죽었다면 편했을텐데...) 고민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한참동안 잊고 살았어. 없는 가족인데 생각만 하면 뭐하나 싶어서 생각을 아예 자체를 안했어. 시설을 가고 나서 시설쌤한테 물어본적이 있어. 기록에는 뭐라고 하셨는데 뭐라고 하셨는지 생각이 안나. 암튼 미혼 얘기를 하셨어. 미혼모였구나. 충격도 받지 않았어. 미혼모 생각도 해본 적이 많이 있었으니깐. 기록 따위 믿지 말고 못 들었다고 생각하자. 잊어야지...

    어떻게 하다가 노들야학도 다니게 되었어. 노들쌤과 학생들이 나한테 하나하나 물어보기 시작했어. 몇 살이냐? 어떻게 왔냐? 시작해서 쭉~ 물어보는데 나한테 왜 관심들이 많냐? (나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난 그게 어색했어. 신기하기도 했고.) 왜 물어보지? 내가 뭘 잘못했나? 여기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건가? (안되는데 여기 다녀야하는데...) 온갖 생각이 다 들어서 멘붕이 왔어. (헐...) 묻는 말에 다 얘기는 해줬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안 좋았어. 이 기분은 뭘까? 생각생각 또 생각생각했어. (뭐지? 뭐지? 말 못한 얘기!! 부모님 없어서 서러움.) 한동안은 내 자신을 창피해하고 있는거야. 부모도 없고 난 아직 시설에 있고...

    어떻게 해서 시설을 나오고 자립생활준비를 하면서 부모님 생각이 난 적 있었어.
    사람들이 물어봐. 가족이랑 사세요? 부모님 있어요? 전 가족 없어요. 둘 다 없어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전 몰라요. 안 계시는게 아니라 없다고. 몰라요...
    보통 없다고 하거나 모른다고 말을 해. 미혼모가 낳아서 버렸다고는 말을 안 해. 또 어떤 사람들은 이런 말도 해. 괜한 질문을 했네요. 미안해요. 전 괜찮다고는 얘기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해. 왜 미안한지? 이해가 안 갔어. 활보한테 물어보니깐 사람들은 보통 부모님 돌아가시면 속상해한다고. 돌아가신 생각이 나게 해서 미안해요라고 말한다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부모님 계시는 줄 알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아 그래요. 안 미안해해도 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깐 엄마아빠를 왜 보고싶어 했을까? 이마 날 버렸는데... 아주 가끔 부모님이 있는 사람들 보면 부럽긴 하지만... 부러우면 지는거야.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건 부모님이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은 아닐까 생각했어. 시설에서 살다가 지금은 혼자 살잖아. 아마 부모님이 있었으면 난 이 자리에 없었을거야. 또 이런 생각도 했어.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부모님이 나타난다면... 날 찾아온다면... 내가 어떤 반응이 나올까? 부모님이 같이 살자고 하면? 앞으로 알고 지내자고 하면? 나도 모르겠는데 두 가지 상상을 했어. 아마 어이없어서 난리칠거 같어. 알고는 지내겠지만 같이는 안 살거 같아. 정반대로 무감정일거 같고. 앞으로 다신 찾아오지 말라고 할거 같아.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은 부모님 안 보고싶어. 보고싶은 마음이 사라진지 오래야. 아주 가끔은 생각이 나기도 하는데 보고 싶지는 않아. 나도 찾을 생각 없고 부모님도 날 안 찾아왔으면 좋겠어. 누가 날 낳았는지 모르겠지만 나를 죽이지 않고 이 세상으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내가 기죽지 말고 잘 살았으면 해.

    여기서 글이 끝난 줄 알았지? 아닌데ㅋㅋ 근데 난 무감정은 오래 못가. 언젠간 또 생각이 날거 같아. 속상해하면서 생각하면서 지낼거야. 부러워 많이 할거고 우울해도 할거야. 한번쯤은 부모님 사랑이 어떤 느낌인지 부모님을 잃는다는게 (죽는다는게) 슬픔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도 해. 하지만 난 느낄 수도 없고 감정도 해볼 수가 없어. 그냥 한번쯤은 연극으로 들어가서 느끼고 싶어. 내 반응이 어떻게 변하는지... 연극은 다 해볼 수 있잖아. 연극은 가짜긴 한데 가짜 연극도 진짜 연극 될 수 있어. 사람마다 느끼는게 다르긴 하잖아. 나도 가짜를 진짜로 생각하면 뭔가 느끼지 않을까 싶네. 여기서 그만... 그래도 난 부모님 없이도 지금처럼 앞으로도 잘 살거야. 나는 나를 책임지는 것도 좋아. 앞으로 지금처럼 무감정으로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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