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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노래공장의 노래가 만드는 우리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해고노동자 복직투쟁 기금 마련을 위한 노래집 발간에 부쳐

 

 

 최바름

노들노래공장 탬버린 담당

 

 

 

 

  들어가며

 

  2024년에 서울시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의 직무 전체를 중증장애인이 하기 힘든 내용으로 바꾸면서 (2023년에 이미 직무 하나를 그렇게 바꾼 것에 이어) 중증장애인 일자리로서의 사업 의미를 퇴색시켰다. 같은 시기에 기획재정부는 장애인 동료지원가 사업의 내용을 유지하면서도 사업처를 고용노동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바꾸며 노동으로서의 사업 의미를 퇴색시켰다. 이것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운동단체들이 2017년부터 만들어 온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운동’의 성과로 성립되었던 두 가지 일자리의 의미가 퇴색되었다.

 

  특히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에서는 바뀐 직무 내용을 소화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이 많이 실직했다. 이들 중 일부는 다행히 다른 일자리 사업에 고용되었지만 그렇지 못해 완전히 실직 상태가 된 이들도 있다. 이번 노들노래공장 노래집 발간은 이번에 실직한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의 복직투쟁 기금 마련을 위해 기획되었다. 노들노래공장은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의 일부로 진행하던 일자리인데, 여기에 소속된 이들도 마찬가지로 이번에 갑작스레 실직하며 혼란을 겪고 있다. 이제 노들노래공장은 다른 일자리 사업의 자금을 자원으로 진행하게 되었고 이때 부분적으로 부족한 자금은 노들노래공장을 포함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해고노동자들을 위해 기획된 이 복직투쟁 기금을 통해 보전될 예정이다.

 

  나는 돈의 차원에서의 이런 대의를 앞세워 의미의 차원에서 노들노래공장을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한다. 일자리 예산이 삭감되거나 없어진 것이 아니라 일자리 내용이 중증장애인이 하기 힘든 것으로 바뀌거나(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으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이 ‘복지’로 바꿔 불리게 되었다는(동료지원가) 점에서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운동 성과는 돈의 차원에 앞서 의미의 차원에서 퇴색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퇴색된 장애운동의 의미를 회복하고자 1)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운동을 계기로 시작된 노들노래공장의 노래가 장애운동 안에 어떤 ‘우리’를 만들어내는지 보이려고 한다. 또 2) 자신을 장애운동과 직접적으로 관계짓지 않는 이들이 노들노래공장의 노래를 매개로 어떤 ‘우리’가 될 수 있는지 보이고자 한다.

 

 

  1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운동의 성과로 만들어진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로 되었지만, 그 유산으로 남아있는 노들노래공장의 노래는 ‘우리’에 대한 의식을 만들고 ‘우리’를 장애운동의 일부로서 확인하게 한다. 내가 노들노래공장에 참여한 지는 꽤 되었지만, 이런 생각은 이번 교사수련회 뒤풀이 때 금문(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의 이야기를 통해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교사수련회 뒤풀이 장소에 노래방 기계가 준비되어 있었다. 고장쌤, 신입교사 중 몇몇, 그리고 원하는 사람들이 한 곡씩 부르다가 사람들의 권유로 나도 부르게 되었다. 노들야학 학생인 장기 님이 평소에 즐겨 부르는 걸로 유명한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불렀다. 나를 포함한 노들야학 교사들에게 이 노래는 몇 번이고 박수를 치며 장기 님을 따라 불렀던 노래이기 때문에, 경험을 살려 다 같이 불렀다.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금문, 미경 선생님은 탬버린을 쳐가며 중간중간 환호하거나 ‘잘한다’ 등의 응원어린 추임새를 넣어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술을 어느 정도 먹고 시간이 늦어 뒤풀이 자리에 남은 사람이 몇 없을 때, 우리가 부르는 노래에 관한 금문의 고민을 듣게 되었다. 금문은 민중가요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단순히 행사 순서 중 하나로 소비되는 문제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요즘엔 대부분 민중가요 모르는데, 그러면 트로트가 우리 노래인가? 노들노래공장에서 만들고 있는 이런 노래들이 될 수는 있겠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가 우리 노래가 될 수 있나?” 금문에게 민중가요에 관한 고민은 적어도 장애운동에 관심을 갖고 모여 있는 사람들이 함께 부를 수 있는 ‘우리 노래’가 있을 수 있는지, 그럴 수 있다면 그 노래는 무엇이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인 것 같았다. 금문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앞서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불렀던 사람으로서, 이에 관한 고민이 나에게도 이어졌다. 

 

  아마 금문이 ‘우리 노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여긴 노들노래공장의 노래는 ‘T4’와 ‘열차 타는 사람들’일 것이다. 각각 ‘장애인의 삶을 억압하는 국가’, ‘장애인의 이동권’이라는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있고 무거운 분위기의 멜로디와 힘 있는 박자로 만들어져 민중가요 형식에 가깝다. 이 노래들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는 작사자가 주제 의식을 명확히 드러내는 가사를 써서 노들노래공장에 작곡 및 노래 녹음을 의뢰했을 때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곡은 집회 및 시위 현장에서 자주 재생되면서 듣는 이에게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달한다.

 

  금문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듣는 이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큼 중요한 효과가 부르는 이에게도 일어나는데, 노들노래공장의 노래가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을 장애운동의 일부로 생각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는 이런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시위 현장은 종종 매우 혼란스러워지거나 때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은 것처럼 지루해질 수 있는데, 이때 ‘T4’나 ‘열차 타는 사람들’은 산만해져 있는 시위 참여자들을 주변의 온갖 사람들과 다르게 만든다. ‘우리’가 온갖 사람들의 무리 안에 섞여 있을 때, 혹은 주변 사람들이 ‘우리’의 요구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 노래를 중얼거리는 이들은 스스로와 서로를 장애운동의 일부로서, ‘우리’로 확인한다. 

 

 

  2

 

  어떤 노들노래공장 노래는 잠재적으로 더 확장된 ‘우리’를 만들고 함께 노래를 즐길 수 있게 한다. 나는 재작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노들노래공장 구성원들이 출연한 공연 <등장인물>에 온 관객들이 노들노래공장의 노래인 ‘시원한 여름’(“시원해요, 차가워요, 이시려요, 무서워요. 식중독 조심해요, 죽을 수도 있어요.”)을 들으며 웃고 ‘사랑의 마음’(“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줄게요. 마음을 다 주면 그 사람도 알겠죠.”)을 들으며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며 이 노래들이 관심을 이끌어내고 감정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노들노래공장 노래들에는 종잡을 수 없는 재미나 감동이 있어서,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와 같은 종류의 곡들은 (장기 님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노들야학 구성원들이 대부분 트로트와 같은 대중가요를 즐기기 때문에, 또 노들노래공장의 예술강사 만수 쌤이 “우리 노래는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래는 공연장에 온 온갖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함께 노래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이때 확인한 것은 어떤 노들노래공장의 노래는 스스로를 장애운동과 관계짓지 않는 이들까지 같은 노래에 반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해고노동자 복직투쟁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이번 시점에서 나는 특히 장애운동이 아닌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장애운동과 교차하고 있을) 다른 주제를 중심으로 모인 이들에게 노들노래공장 노래의 이런 기능을 강조하고 싶다.

 

  작년 겨울, 홈리스추모제에 갔다가 예상치 못하게 익숙한 노래 ‘우리가 바꾼다’를 들었다. 이 노래는 2022년에 빈곤사회연대의 김윤영 활동가가 가사를 써서 노들노래공장에 작곡을 의뢰했던 곡이다. 노들노래공장은 그해 여름에 노래를 만들고 녹음해 전달했고, 김윤영 활동가는 이후 밴드를 꾸리고 연습해 1년도 더 뒤에 홈리스추모제에서 이 노래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쪽방촌을 가리고 세워진 높은 건물들 아래에서 서로가 아는 노래를 불렀다. 이렇게 노래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함께 기억해야 할 이야기가 있음을 상기했고, 서로의 운동 사이에 연대감의 고리를 다시 한번 그렸다.

 

  나의 희망일 뿐이지만 노래를 주고받는 이러한 과정에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비슷하고도 다른 의제를 중심으로 모인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애운동과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노래를 주고받으며 서로가 함께 아는 노래를 만드는 것은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것을 늘리고 공동의 주제를 생성하는 일이다. 앞서 얘기한 어떤 순간처럼 혼란스러워지거나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때, 우리는 조용히 같은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혹은 더 단순히, 어떤 노래를 우리가 모두 들어봤다고 느끼거나 함께 부를 수 있는 것은 그 자체로 기분 좋은 일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노들노래공장의 노래는 서로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나가며

 

  장애운동의 성과가 일부 퇴색되었더라도, 그 유산으로 남아 있는 노들노래공장은 새로운 운동의 씨앗이 될 어떤 우리들을 만들고 있다. 아래의 링크를 통해서 노래집을 구매하거나, 노래를 듣거나, 노래를 의뢰해서 이에 함께 할 수 있다.

 

 

최바름1.jpg

노들노래공장 노래집 2022.2-2023.12

 

 


 

구입 링크 https://mansu.space/

 *노래집 판매 수익금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해고복직투쟁을 위한 기금에 사용됩니다.

 

노들노래공장 홈페이지 nonogong.kr

 *홈페이지에서 음원을 들을 수 있고, 노래 만들기 신청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신청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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