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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교육 이야기

민족사관고등학교 인권교육을 다녀왔습니다

 

 

 

 허신행

사단법인 노란들판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가게 되었나?

 

  지난 2월 19일 월요일에 민족사관 고등학교(이하 민사고)에 장애인권교육을 하기 위해 다녀왔습니다. 민사고 신입생들은 입학 전 4주간의 오리엔테이션 기간을 가지며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는데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장애인권교육을 진행한다고 하여 4명의 강사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음성 꽃동네 등에서 자원활동을 했다고 하니 이번 교육의 중요성이 더 느껴져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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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사고 첫 느낌

 

  민사고는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입니다. 학교의 운영방침과 교과과정 등에 있어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높은 성적의 학생들을 선발하고, 국내 대학뿐 아니라 외국대학을 준비하는 과정도 마련되어 있어 공부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갓 중학교를 마치고 입학하는 신입생인데도 원서를 보고, 대학교 교재를 보는 등의 모습은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에게 인상 깊었던 것은 ‘조국을 사랑하라’, ‘민족을 위하라’, ‘리더가 되어라’라는 등의 문구가 학교 곳곳에 적혀있었다는 점입니다. 예상컨대 설립자는 보수적인 분이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실제로 드러나는 것은 북한의 그것과 닮아있어 ‘극과 극은 통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혼자 웃기도 했습니다. 

 

  약간 우려되었던 점도 있었습니다. 이른 나이부터 소위 엘리트 교육을 받고 성적이나 사회적 성공에 포커스를 맞추는 환경에 계속해서 노출되기 때문에 시야가 좁아진다거나,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을 놓치고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칫 권력과 자원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이분법적 구분에 익숙해져서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대상화한다거나 그들이 본인의 커뮤니티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래서 이번 교육도 그 부분을 해체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허신행2.jpg

 

 

  교육의 내용

 

  이번 교육에는 장애 당사자, 장애 부모님, 인권교육 강사, 시민단체 간사, 이렇게 총 4명의 강사단으로 구성하였습니다. 교육방식은 우선 신입생 160여 명을 네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의 강사가 3시간 정도 개별교육을 한 후에 마지막 1시간은 전체 강사와 학생이 모여 즉문즉설 방식의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제가 맡은 교육에서는 처음에는 강사 개인이나 장애와 관련해 궁금한 모든 질문을 받은 후 그것에 대해 답변했고 그다음엔 사회적 정의와 비장애인중심주의에 대한 내용을 총론으로, 노동권·교육권·탈시설권리를 각론으로 진행했습니다.

 

  교육 내용 중에는 두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하나는 학생들의 질문 그 자체였고, 나머지 하나는 탈시설에 대한 공감대였습니다. 아래 나열한 학생들의 질문목록을 보면 요즘 청소년들의 관심사가 어떻게 되는지, 인권 이슈에 대해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부분적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질문을 가지고 토론을 이어가며 안타까웠던 점은 생각보다 반페미니즘 정서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아직 3주밖에 되지 않았는데 몇 차례 이슈가 되었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장애에 전장연의 지하철 투쟁에 대한 반감이 상당했으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도 있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이 부분을 잘 설명하기 위해 꽤나 노력을 많이 기울였습니다.

 

<민사고 학생들의 질문 목록>

 

가족 중 장애인이 있나?

나이는?

여자친구가 있는가?

대학교 어디 나왔나?

장애학을 접한 계기

 

페미니즘을 지지하나?

페미니즘이 조롱의 대상이 되는 이유

인어공주 실사화를 어떻게 보나?

 

지하철 시위에 대한 입장

주호민 자녀 사건에 대한 입장

우영우에서 권모술수 권민우에 대한 평가

자폐인이 살인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장애인 쿼터제(의무고용제)

 

소수자 우대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사회적 약자는 항상 선한가?

다양성은 어디까지 용납될 수 있는가?

평등과 공평은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나?

동성결혼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이번 축구 갈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생각

 

당신의 정치성향은 어떻게 되나?

서울의 봄을 재미있게 봤는가?

 

  두 번째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탈시설권리에 대한 학생들의 깊은 공감대였습니다. 3주간의 짧은 기숙사 경험이 시설생활을 상상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재료가 된 듯싶었습니다. 유니폼을 입는 생활,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부정, 규율화 된 일상들, 선택권의 부재 등이 아주 똑 닮아 있었습니다. 심지어 충북의 모 거주시설의 전경 사진을 보여줬는데 그것마저도 민사고와 닮아있었습니다(참고로 민사고는 횡성에 있습니다. 주위에는 파스퇴르 우유공장 이외엔 아무것도 없어서 그야말로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있습니다). 학생들은 3년간의 제한된 시간이지만 시설거주 장애인들은 평생을 갇혀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도 장애인권과 탈시설에 대한 작은 씨앗은 심어놓고 온 것이 아닐까 하고 자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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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느끼고 왔나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받으며 안일함에 빠져있던 제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장애계에 있었다는 이유로 내가 많이 안다고 착각했었는데 스스로 마음에 드는 답변을 못 하는 상황이 여러 번 벌어지면서 저의 무지와 무감각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장애계뿐만 아니라 인권운동 전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본인만의 관점을 잘 세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궁리소에서 나온 책들도 열심히 읽고, 비마이너 기사도 주의 깊게 봐야겠습니다.

 

  시민들이 장애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것처럼 저도 민사고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하고 좋은 성적을 받는 것에만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 연락처를 받아 간 학생이 이틀에 걸쳐서 “왜 다른 사회적 이슈에 비해서 장애인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시간 채우기나 스펙 쌓기에 불과한 봉사활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교육 때 연락처를 받아 간 경우는 종종 있기는 했는데 이번처럼 진지하게 질문을 계속해온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더욱 신선했습니다. 

 

  이번 교육을 계기로 청소년들이 장애인권이나 소수자인권에 대해 접할 기회가 참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들바람의 독자라면 장애인권에 대한 고민과 감수성이 깊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주변의 많은 분들과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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