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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피플퍼스트 운동과 참정권

 

 

 김수원

발달장애인과 함께 권익옹호 활동을 하는 한국피플퍼스트 김수원

 

 

 

 

  한국피플퍼스트 운동의 시작

 

  발달장애인 자기권리옹호운동 ‘피플퍼스트(People First)’는 1974년 미국 오리건주에서 열린 자기옹호워크숍 컨퍼런스에 참가한 한 발달장애인이 자신들을 ‘mentally retarded (정신지체)’로 부르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I wanna be known to people first (나는 우선 사람으로 알려지기를 원한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피플퍼스트(People First)’라는 명칭과 발달장애인 자기옹호집단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이후 1980년대부터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의 국가로 피플퍼스트 운동이 확산했고, 1990년대 일본 등 아시아로 확산하여 현재 약 43개 국가에서 피플퍼스트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피플퍼스트는 2013년부터 일본피플퍼스트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한국 사회에 피플퍼스트 운동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2014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이하 발달장애인지원법)이 제정되며 기존의 보호자, 전문가에게 대변되어 오던 발달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단체를 구성하게 되었다.

 

  2015년에는 전국의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리더들이 한국피플퍼스트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2016년 10월 ‘한국피플퍼스트’를 공식 출범하여 지역 조직을 세우기 위해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개최지를 직접 선정하고 기획 및 진행하는 한국피플퍼스트대회를 10회 진행하였다. 현재는 발달장애인 참정권 운동, 탈시설 운동, 발달장애인 통신사 사기 피해 예방 운동, 노동권 확보 등 발달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 우리는 서로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또한 사회가 아주 냉정해져 가거나 가난한 마음이 되더라도 서로 도와주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 장애인 차별을 비롯한 괴롭힘 당하는 사람, 집단 따돌림과 왕따나 상처를,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 발달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서로 가족으로 대해 달라. 우리는 발달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게,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 우리는 서로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또한 사회가 아주 냉정해져 가거나 가난한 마음이 되더라도 서로 도와주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 장애인 차별을 비롯한 괴롭힘 당하는 사람, 집단 따돌림과 왕따나 상처를,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 발달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서로 가족으로 대해 달라. 우리는 발달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게,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한국피플퍼스트 권리보장 요구안 일부-

 

 

  발달장애인 참정권 활동

 

  한국피플퍼스트 운동을 시작하면서 발달장애인들은 국민으로서 참정의 권리는 있지만 정보와 편의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해 투표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2016년 4월,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시기에 참정(투표)권을 보장해달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발달장애인도 참정의 권리를 가진 국민으로서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쉬운 공보물, 그림투표 용지, 투표 공적 조력인 등 정당한 편의와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 중이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투표 참여의 어려움 사례>

 

사례 1: 투표 공보물을 아무리 봐도 어려운 말투성이라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공보물 수량도 엄청 많아 내가 투표를 해야 할 내용과 연결하기가 힘들었다.

 

사례 2: 과거 장애인 거주시설에 살 때는 내 선택이 없는 ‘선생님’이 찍으라는 대로 찍는 것이 선거였다. 나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시설교사가 원하는 대로 기표하였다.

 

사례 3: 투표소에 갔을 때 투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이 없어 투표를 하지 못하고 돌아오거나 처음부터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례 4: 내가 뽑고 싶은 후보를 고르려고 하는데, 선거 공보물에 있는 후보자의 사진이나 정당 로고가 (투표용지에는) 없어 당황했다. 투표하고 나서도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답답하고 불편하다.

 

사례 5: 지침이 바뀌어 갑자기 혼자 투표하게 되어 너무 당황했다. 원래 손을 떨어 도움이 필요한데, 이번에는 너무 당황해서 손이 더 떨렸다. 투표 칸에 맞게 투표하는 것이 힘들었다.

 

  첫 번째로는 이해하기 쉬운 선거 공보물 제작이다. 선거 후보자들의 선거 공보물에는 어려운 단어, 영어, 한문, 신조어, 함축된 문장들과 관련이 없는 사진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에 후보자의 공약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에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명확한 문장을 구성하고 관련된 그림이나 사진을 넣어 다양한 정보를 담은 선거 공보물을 요구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그림투표용지 제작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글과 숫자로만 이루어진 투표용지는 유권자가 글(자)을 알아야만 알아볼 수 있다. 이에 이미 대만 홍콩, 영국 등 전 세계 101개의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후보자의 사진과 정당의 로고, 색깔 등이 들어간 투표용지를 사용해 글과 숫자를 몰라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공적인 조력인을 투표보조로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이미 시각장애인과 신체장애인들은 투표의 과정에서 필요한 투표보조를 받고 있기 때문에 발달장애인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비밀투표의 권리, 타인에게 영향을 받지 않고 공정히 투표할 수 있도록 객관성을 담보해 줄 수 있는 선관위 직원과 가족이나 지인이 함께 투표보조를 지원해야 한다. 

 

  네 번째로는 지역별 투표 설명회와 모의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신분증을 내고, 자기 이름에 서명을 하고, 표를 받는 등의 투표과정이 낯설고 투표소의 분위기에 따라서도 심리적 압박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각 지역의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의 진행과정과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어떠한 투표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과 모의투표를 통해 발달장애인이 투표의 과정을 직접 몸으로 경험하고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나가며

 

  발달장애인들은 이 사회 속에서 보이지 않던 존재, 사회와 분리된 배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들도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국민이며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고 존중되어야 할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18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모두에게 주어져야 하는 참정권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발달장애인도 유권자로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고, 정치 참여에 대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올해 4월에 있을 선거에서는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닌 정치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나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수원1.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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