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 131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 김유미
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유미
<노들바람> 편집인
2021년 12월 혜화역에서 시작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권리예산확보투쟁이 지하철 타기, 삭발투쟁, 오체투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30일부터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답변을 기다리며 아침 8시 경복궁역에서 삭발투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을 타는 대신 삭발투쟁을 하며 인수위의 답변을 기다려보기로 한 것이었는데요.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할 때도 기대를 해보았지만 답이 없었고, 투쟁의 거점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삼각지역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새 정부와 정치권 어디에서도 책임있는 답이 없고 7월 현재까지도 삭발투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투쟁에 노란들판 전체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반년 동안 아주 밀도 높은 투쟁을 해온 것 같습니다. 상근자들은 조를 나눠 아침투쟁 현장에 참여하려 애쓰고, 삭발투쟁을 하겠다고 나서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대표님들은 어디서 힘이 나는건지, 거의 매일 아침 출근길 선전전에 나섭니다. 건물에 빡빡 깎은 머리들이 너무 많이 보입니다. 누군가는 매일같이 바리깡을 들고 동료의 머리카락을 밀어냅니다. 어떤 아침엔 옆자리 사람이 지하철 바닥을 온몸으로 기어 훑습니다. 그의 곁에 어떤 이는 이제 지하철을 타면 바닥의 먼지부터 보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매일 아침의 몸부림에도, 어째 어디서도 답이 없을까요.
<노들바람> 여름호에는 노들의 지금 이 뜨거운 시간을, 기록해두고 싶습니다. 노란들판 활동가들의 삭발투쟁결의문을 모아 싣습니다. 71차 삭발 동안 노들 활동가는 13명이 참가했더군요. 오체투지에 참여한 중증장애인 활동가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았습니다. 큰 관심을 모았던 이준석, 박경석의 썰전 후기와 날카로운 비난이 쏟아지는 아침 투쟁 현장에 함께 있으며 힘을 보내준 연대자들의 목소리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