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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 핫이슈]

국가의 거리 : 코로나19 위기 속

대구지역 장애인의 고군분투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 장애학과 박사과정.

활동도 하고 연구도 하며 더 평등한 세상을 같이 만들고 싶어요.

우리 모두 살아남아요.

 

 

전근배_사진.jpg

 

 

 

  재난이 일상이 되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일상이 재난이었던 장애인의 삶이 대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등록 장애인 기준 확진자 및 사망자 집계가 별도 존재 하지 않아 정확하진 않지만, 6월 1일 현재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병원이나 시설 등에 수용되어 파악되고 있는 장애인을 제외한) 대구경북 장애인 사망자는 15명 이에요. 1명은 뇌병변·발달장애인이며, 14명은 신장장애인이에요. 이들은 모두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만성실질환, 만성신부전 등 기저질환/만성질환을 갖고 있었어요. 지난 2월에서 5월 간 대구에서 일어났던 장애인 확진자와 사망자, 자가격리자, 비감염자의 이야기들을 말씀드릴까 해요. 그리고 이들과 함께 했던 대구 장차연 활동가들의 모습도 짧게 이야기 하려구요.

 

  2월 23일에 처음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장애인 자가격리자가 발생했어요. 같은 층에 근무하는 활동지원사가 확진이 되면서 13명의 장애인이 동시에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죠. 그런데 격리기간 동안 누가 활동지원을 해주는지 정부 지침이 없었어요. 집에서 생활한다고 해서 활동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정부 대책은 24시간 지원 기준이 아니었었어요.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해 같이 격리 통보를 받은 비장애인 활동가들의 수에 맞추어 1:1 또는 1:3으로 당사자가 있는 주택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어요. 센터에서 상근하는 장애인 활동가 2명은 그마저도 인원이 맞추어지지 못해 14일을 혼자서 버텨야 했어요. 이 과정에서 자가격리자 지원대책, 자가격리 시 장애인 당사자에게 맞는 적절한 구호물품/생활용품/간편식 제공, 자가격리 장애인에 대한 이동검체, 건강상의 사정이나 주거취약(예: 원룸 등) 가구인 장애인에 대한 별도의 자가격리 지원시설 운영, 장애인 당사자가 아닌 함께 사는 가족이 자가격리 통보를 받을 경우에도 동일한 조건으로 장애인에게 활동지원 24시 간 제공 등이 문제로 나타났어요.

 

  그런 활동의 결과 중 하나로 2월 마지막 주 즈음하여 정부가 자가격리 장애인에게 24시간 활동지원을 제공한다는 지침을 냈어요. 근데 여기에는 장애인이 확진자가 될 경우의 대책이 또 빠져 있었어요. 신의 장난일까요? 정부가 자가격리 장애인 지원지침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 장애인지역공동체에서 장애인 확진자가 발생했어요. 자립주택에 머물던 발달장애인이었어 요. 하지만 보건소로부터 입원 병상이 모자라니 집 안에서 자가격리한 상태로 대기하라고 문자 통보만 받았어요. 또 상황이 복잡해졌어요. 병원도 못가고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하는데 활동지원을 할 사람이 또 없었어요. 본인의 증세를 표현하기 어렵고, 지금 상황을 인지하기 어려워 누군가의 지원이 꼭 필요했거든요. 결국 비장애인 활동가가 다시 방호복을 입고 집에 머물며 지원해야 했어요. 장애인(특히 기저질환·만성질환자)에 대한 최우선의 입원 조치, 장애인 입원자 별도 지정 병동·병원 확충, 병원 내 (준)의료인력 확충을 통한 생활지원 실시, 장애인 입원자를 위한 의료기관 적용 매뉴얼 마련, 장애인 입원자 생활 상황 모니터링, 퇴원 후 2주간 자가격리 시 관련 지침 동일 적용 등의 이슈가 또 나타났어요. 하지만 이 문제는 6월이 된 지금도 풀리지 못하고 있죠.

 

  병원에 입원해도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었어요. 한 장애인은 병원에서 자신과 같이 확진을 받은 활동지원사로부터 생활지원을 받아야만 했어요. 그러다 그 활동지원사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자 다시 간호사로부터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했어요. 병원에서도 입장이 난처하긴 마찬가지였어요. 간호사 인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들이 의료·간호지원부터 장애인 확진자의 병원 생활지원까지 모두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어요. 장애인 확진자 입원에 따라 간호인력을 추가 확충하여 생활지원을 한 서울의료원과 같은 곳도 있지만,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의 대다수 지역은 이런 공공병원이 모자라고 장애인 입원자 지원 경험도 많지 않은 실정이에요. 그래서 장애인 확진자가 입원했을 때에 병원 인력이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도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신장장애인들은 특히 더 위험한 상황이에요. 신장 장애인은 신장이식이나 투석으로 인해 면역기능 자체가 매우 낮을 수밖에 없어요. 이틀에 하루, 주 3회를 반드시 병원에 가서 투석을 해야 하는 신장장애인이 많아요. 투석을 받지 못하면 바로 생명이 위험해지죠. 또 한 번 투석하면 4시간 30분이 걸리는데 이 투석을 하는 공간에 20명~30명의 장애인이 같이 투석을 받아요. 자연스럽게 투석을 위해 병원으로 이동하는 문제, 병원 내에서의 집단감염 문제, 자가격리 되었을 때에 투석 받을 곳이 없는 문제 등이 발생하죠. 실제로 본인이 다니는 병원에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다른 병원에 가서 투석을 당장 받으라고 한다거나,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고 병원에 알리니 그럼 14일 이후에 투석하러 오라고 한다거나 의심증상으로 검사를 받으면 투석 병원을 이용할 수 없다거나 하는 문제가 지금도 반복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사망자의 절대 다수가 신장장애인이 되고 있기도 하죠.

 

  확진자나 자가격리자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코로나19 위기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에요.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장기화되면서 학교, 사회복지기관 등 그나마 존재했던 지원체계가 붕괴되고 있어요. 장애인 개개인에 대한 개별 지원보다 한 기관에 가면 서비스를 받고 가지 못하면 서비스를 못 받는 식의 시설 중심형 지원체계가 자리잡아 온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은 치명적인 것 같아요. 모든 기관이 멈추니 장애인은 고립되고 말아요. 저희는 대구에서 코로나19를 겪으며 위기 상황이 되었을 때 실제 작동하는 우리나라의 장애인 지원체계는 단 두 가지라고 보았어요. 하나는 소득으로서의 연금, 또 다른 하나는 사회서비스 인 활동지원제도였어요. 이 두 가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형태였죠. 때문에 재난 상황에 맞게 더 이상의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죽지 않도록 코로나19 위기가 끝날 때까지에 한하여 모든 장애인에게 장애인연금을 조건 없이 지급하고, 희망하는 장애인에게 매우 단순한 조사를 거쳐 일 6시간~8시간 이상의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요구까지 나오게 되었어요.

 

  대구장차연은 사안별 대응과 정책활동 외에 현장 지원활동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어요. 2월부터 저희가 파악할 수 있는 네트워크 단체에 소속된 약 1,500 여 가구와 약 600명의 지원기관 종사자 및 활동지원사 등 지원인력에게 마스크와 위생용품을 확보하여 공급하고 있어요. 지금은 긴급 인력지원체계를 대구시사회서비스원에서 가져가 운영하고 있기도 해요. 여러 지역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도와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어요. 최근에는 2차 유행을 대비해 대구장차연 산하에 코로나19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기관별 사무국장 및 활동가들이 운영지원팀, 물품배분팀, 인력지원팀을 구성하여 한 기관이 폐쇄되어도 한 기관에서 누락 없이 관리·지원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어 가고 있어요.

 

  제주에서 장애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도 목숨을 끊은 어머니, 울산에서 새벽일을 하는 부모님이 없던 사이에 화재로 세상을 떠난 장애형제…….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정말 모를 일이에요. 부디 코로나19로 더 이상의 비극이 없었으면 해요. 사회적 거리는 유지하고 마음의 거리는 좁히자는 말을 세상은 쉽게 해요. 하지만 그게 말처럼 되나요. 사회적 거리두기와 금지조치는 장애인에게 곧 고립이며 죽음이에요. 좁혀야 할 것은 마음의 거리에 앞서 국가의 거리에요. 국가가 더 이상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으면 해요. 아무 쪼록 노들의 동지들, 전국의 동지들이 무탈하시길 기원하며 글을 마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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