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 115호 - 인권의 비와 자립생활의 나무사이, 공! / 김진수
인권의 비와 자립생활의 나무사이, 공!
노들 420 종로구에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자립생활의 나무를 심자!
김진수│에어컨을 사고 나서 싫었던 여름이 조금 좋아지고 있습니다.
열 받은 나를 식혀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 뜨거운 여름,
서로에게 에어컨 같은 존재가 될 수 있길!
장판에서 4월은 어느 달보다 가장 뜨거운 달입니다. 우리에게 4월이 가장 뜨거운 이유는 4월을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420.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동정과 시혜는 거부하고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차별에 맞서 싸우자는 약속. 그 약속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은 곳곳에서 저마다의 힘으로 차별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420주간에는 각 자치구별로 투쟁이 진행됩니다. 종로구에 속한 노들장애인야학과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420을 맞아 종로구에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번 노들 420은 4월 5일 식목일에 맞추어 종로구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자립생활의 나무를 심자! 라는 슬로건으로 종로구청 앞에서 진행했습니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종로구에 우리의 요구를 함께 외쳤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야학에서 낮 수업을 하는 인강원 분들이 현장수업으로 참여를 해주었던 것입니다. 기자회견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이형숙 소장님의 발언을 시작으로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소장님, 노들장애인야학 학생회장인 이상우 님, 그리고 박경석 고장샘까지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알록달록 잎사귀 하나하나에 우리의 요구를 적어 매단 나무를 종로구청에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그 퍼포먼스의 의미는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이유에서 보듯, 이 세상에 나무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처럼, 나무가 없으면 세상이 지속될 수 없듯이, 종로구에 장애인이 자립적으로 살 수 있는, 자립 생활 권리의 나무를 심어,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종로구가 되자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나뭇잎 마다 적힌 요구안은 이렇습니다.
① 탈시설 장애인을 위한 종로구 관내 자립생활 주택 마련
② 지역사회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지원
③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운영비 지원 확대
④ 종로장애인인권영화제 공동개최
⑤ 장애인평생교육기관 노들장애인야학 운영비 지원 확대
3 비가 내린 그 날. 작년 노들 420의 슬로건이 생각났습니다. ‘종로구 장애인 인권 기우제, 종로구에 장애인 인권의 비를 내려라!’라는 슬로건입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자립생활의 나무는 태양과 같은 사람들의 관심과, 인권의 비로 자라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420의 의미를 생각해 봤습니다. 사람들은 420을 4월 20일이 아닌 사이공으로 부릅니다. 사이공이란 소릴 말하고 들을 때면 그것은 어떤 날이 아니라 마치 주문처럼 느껴집니다. 사이에 막힘이 없게 하는 주문처럼. 사이에 있던 벽을 거두자는 주문처럼. 사이에 있던 찌꺼기를 비우자는 주문처럼. 자연이 보여주듯이. 비와 나무는 막힘이 없이 서로 만나듯이. 사이의 차별을 공 하게 하는 ‘사이공’. 종로구에 인권의 비와 자립생활의 나무가 막힘없이 만날 때까지. 그래서 그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날 때까지. 다 함께, 사이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