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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아가며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명희 │노들장애인야학

 

 

꾸미기_추모용_2.jpg

 

 

몇 주기가 되었는지 손으로 꼽아 봐도 여전히 믿기지가 않습니다. 평원재단에 이종각샘은 여전히 계실 것만 같고, 코밑을 슥슥 비비던 호식형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을 초저녁쯤부터 술이나 진탕 퍼마시고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떠난다는 것은 그렇게 나와 당신을 채우고 있던 배경들이 점점 옅어지는 건가 봅니다. 종각과 호식을 우리는 더 이상 찾을 수 없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노들야학의 일상에 매일같이 그를 곱씹지도 그리워하지도 못하지만, 사람들은 그리고 저는 어느새 삶에서 그들을 비우고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체득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마 언제 끝날지 모르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종각샘의 추모사를 맡았던 저는 노들장애인야학에 명희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이 소개에서 함께 하지만 추모식만큼 떨리지는 않을 겁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좋아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우리가 받은 최고의 응원 중 하나였다는 것을, 우리는 당신에게 배웠습니다. 굉장히 든든했거든요. 그리고 아주 많이 고마웠습니다. 선생님의 장례식에 장애당사자들이, 노들야학의 친구들이 가득 차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차려준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어 먹었습니다.

 


노들야학에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중증장애인의 자립지원을 위해 기금을 만들어 개개인별로 후원을 해주셨고, 종로구 이 비싼 땅에 평원재단이라는 건물을 지어, 중증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공간을마련해 주셨습니다. 서울시 관할 소재에 있는 체험홈에 입주를 하려면, 서울시 관할 소재의 시설에서 퇴소를 해야지만 입주를 할 수 있습니다. 제도에 해당 되지 않는 그 외의 사람들, 그 사각지대에 있는 중증 장애인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평원재였고, 갑자기 핸드폰을 시설직원에게 빼앗겨, 밖으로부터 차단된 삶에 공포를 느낀 여성 중증장애인이 시설 밖을 기어 나와, 늦은 밤 몸을 기대어 한숨 잠을 청할 수 있었던 곳도 평원재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기댈 곳 없는 중증장애인의 삶 한 편에 따뜻한 집과 같은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었던 분이 이종각선생님이었습니다.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지도 않았고, 야학에서 얼굴 한번 제대로 비추어 주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 모든 것들을 항상 조용히(?) 처리 해주기만을 원하셨던 이종각샘은, 조금은 특이하고 더 많이 알고 싶었던 노들야학의 키다리 아저씨였습니다. 호식과 종각, 같은 날에 떠난, 노들야학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이 친구들이 지금 노들야학에 함께 있다면 아주 많이 좋았을 겁니다. 내일이라도 이종각샘에게 전화가 온다면, 혹은 호식형이 야학 수업에 늦게 와 잔소리를 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우리는 달라지지 않았는데 당신들이 없다는 게 이상합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는 4월 초마다 당신을 기억하며,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납골당(용미리)에 있는 호식형을 보러갈 사람들을 확인할 거고, 특장차와 봉고차를 대여해서 열댓 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그곳에 가서 도시락을 먹겠죠. 내년에는 올해처럼 4월 7일이 너무 춥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따뜻한 그날처럼 맛있는 도시락을 먹는 상상을 했지만, 올해에는 갑자기 너무 추웠거든요. 내년에도 용미리에서 돌아와 함께 마로니에 한 곳에서 추모제를 진행하겠죠. 그리고 당신들을 기억하는 이야기로 가득 채울 겁니다. 어느 가수의 노래도 울려 퍼질 거구요. 끝나고 야학으로 들어와 함께 밥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 하겠지요. 그렇게 4월 7일이 지나고, 하루하루를 살며 또 한 해가 지나갈 겁니다. 지나는그 시간동안 김호식, 이종각을 잊지 않겠습니다. 노들야학을 올 때면 지나야 하는 밟아야하는 그 길 하나, 하나를 기억하듯 그렇게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사랑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남기지 못했지만, 그렇게 아쉬움만 가득 찬, 시간들이라 어느 날 사무치게 그리울 때는 마로니에공원 이종각샘의 나무 앞에 앉아 잠깐 함께 했던 시간들을 가늠해 보고, 쉬어도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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