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봄 114호 -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향해 - 2018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 / 박철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향해
- 2018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
박철균 │ 2015년 4월부터 3년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활동 시작하자마자 420에 함께 했기 때문에 420은 참 남달라요. 문화제, 기자회견 MC 하는 거 좋아하고, 강의도 좋아하고 웹자보 만들거나 글 쓰는 것도 좋아해요
1991년 4월 20일, ‘장애인복지법’에 의거한 법정기념일로 장애인의 날이 지정된 이후,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로 세상에 알려져 있어요. 꼭 4월 20일이 되면 장애인의 어려운 점들을 ‘체험’하는 행사들,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자는 이야기들이 잔뜩 나오죠. 마치 4월 20일이 한국의 300만 장애인의 생일이 된 것인 양 얘기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4월 20일에 나오는 이 모든 이야기는 거짓입니다. 다시 4월 21일이 되면 어제 얘기했던 장애인을 생각하자는 이야기들은 쏙 사라지고, 다시 장애인에게 냉혹한 현실로 돌아옵니다. 여전히 장애인은 시내 및 시외를 버스를 타고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때문에 제대로 된 자립생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할뿐더러 자립생활이 아닌 시설에 갇혀 지내는 것이 ‘복지’라고 기만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운동은 매년 4월 20일에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을 결성해서 3월 26일부터 5월 1일까지 2달에 걸쳐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365일 중 4월 20일 하루만 장애인을 생각한답시고 생색 내지 말고 1년 365일 내내 장애인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투쟁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장애인운동은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부르고 있습니다. 매년 420마다 420공투단은 다양한 활동으로 일상에서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투쟁해 왔습니다. 2015년 420 때는 비를 맞아가며 동대문 사거리를 막으며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쳐대기도 했고, 2016년 420 때는 온갖 경찰의 훼방에 저항해가며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으로 행진하여 소녀상에 장애운동의 상징인 ‘분홍종이배’를 달아 주며 함께 연대했습니다.
박근혜 퇴진 운동의 열기와 함께 했던 2017년 420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 열정적인 투쟁의 현장이었어요. 아스팔트 바닥에 장애인 차별철폐의 목소리를 담은 낙서를 하고, 당시 광화문 사거리 앞 빌딩에서 고공농성하던 장기투쟁 사업장의 동지들을 위해 광화문 사거리를 막고 연대의 함성을 외치기도 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함께 1박을 한 다음 광화문에 서 한강을 건너 여의도 주요 정당 사무실까지 20리 가까이 되는 길을 아침부터 행진하며 3대 적폐 정책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 수용시설 정책 -을 폐지하라고 목소리 외쳤습니다.
거리의 일상을 멈춰 서게 하는 우리의 목소리에 그동안 동정과 시혜의 시각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은 우리를 향해 욕을 할지 모릅니다. 십여 년 거리에서 외쳤던 우리의 목소리는 세상 사람들에게 싫든 좋든 이 세상은 장애인이 살아가기 어렵다는 무언의 메아리를 마음속에 울러 퍼지게 했습니다. 그 속에서 사회 제도를 바꾼 것뿐만 아니라 조금 더 사람들에게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가 아닌 동등한 인간임을 조금씩 조금씩 인식을 변화시켜 나갔죠. 그러기에 우리의 목소리는 420이든 아니든 계속 이어지는 것입니다.
2018년도 420공투단은 움직입니다. 2015년 UN총회의 기본 정신인 “Leave NO ONE Behind” 즉,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기본 슬로건으로 하고 3.3.7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며 2018년 420공투단은 또 뜨겁게 이 사회에서 목소리 외칠 것입니다. 3월 26일 광화문 광장과 청와대에서 그리고 4월 19일~20일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시청과 청와대 등 서울 곳곳에서 울려 퍼지겠죠. 5월 1일 해산식 이후에도 지방선거 때까지 420 때 외쳤던 목소리는 끊임없이 계속 될 것입니다. 우리의 투쟁이 장애인의 권리를 4월 20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1년 365일 일상에서 계속될 수있도록 변화시켜 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의 투쟁은 이 사회를 차별 없는 사회로 계속 변화시킬 것입니다.
장애인이 차별 받지 않고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 장애인뿐만 아니라 빈민, 홈리스, 성소수자, 청소년 등 사회의 모든 사회적 약자들이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향해 장애인운동은 420공동투쟁을 비롯한 다양한 투쟁에서 함께 할 것입니다. 그 한 해의 장애인운동의 절정인 420 투쟁이 펼쳐지는 2018년 봄이 돌아왔습니다. 함께 해요! 차별에 저항하는 장애인 운동은 이제 또 새로운 시작입니다.
3대 목표
① 증세 없이 인간다운 삶은 불가능하다. 세금을 올리자.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②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삶을 보장하라. 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배제하지 마십시오.
③ 결국 예산의 분배 문제.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만납시다.
3대 적폐 폐지 요구안
① 장애인수용시설 폐쇄하라 :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일명, 꽃동네 폐쇄법) 제정하라.
②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 폐지(廢紙)가 아니라 폐지(廢止)하라.
③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하라 : 생계급여, 의료급여 기준에서도 폐지하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7가지 요구안
① 중증장애인노동권을 보장하라.
② 장애인활동보조권리 보장하라.
③ 장애인이동권을 보장하라.
④ 장애인교육권을 보장하라.
⑤ 장애인문화예술체육의 권리를 보장하라.
⑥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지켜라.
⑦ 발달장애인·뇌병변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