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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유미

 

야학은 코로나 때문에 휴교를 연장하다 수업시수를 대폭 줄여 임시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업이 줄었으니 할 일이 조금은 줄겠구나, 싶었지만 새로운 시절에 맞는 새로운 일들을 구상하느라 되려 바빴습니다. 휴교 기간에 야학 학생들 집을 방문할 계획을 짜고, 방역 물품을 준비하고, 반찬을 준비하고, 차를 몰아 가가호호 방문. 단순한 일처럼 보였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일이더군요.

 

이 와중에 야학 건물에 엘리베이터 공사를 시작해 야학은 1층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학교를 운영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걸맞은 임시 시간표와 수업 내용이 필요하고 부족한 것은 어떻게 채울지, 안 해본 것들을 새롭게 계획하고 이행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6월에는 또 다른 새로운 일을 준비하느라 장기회의에 야근을 일삼으며 머리를 맞댔습니다. 고장샘은 피피티를 들고 같은 내용을 수없이 설명하고 다녔습니다. ‘권리중심의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라고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단어들을 다 짜깁어 놓은- 새로운 일자리를 구상하고 7월부터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자리는 근로능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평가되어 노동시장에서 배제돼온 최중증장애인, 시설 거주 경험이 있는 있는 분들을 우선하는 일자리입니다.

 

 이 사업의 담당자인 박임당이 야학 학생들의 신청 서류를 훑어보다가 놀란 듯, 시설 거주 기간을 읊어줍니다. 신** 님 38년, 손** 님 42년, 박** 님 48년 ... 교사 나이보다 많은 시설거주 년수에 입을 딱 벌리고 맙니다. 장애인거주시설 인강원에 사는 학생들과 낮수업을 한 지 이제 사년이 되었고 수업에서 만난 학생들이 이제는 노동자가 되어 야학에 옵니다.

 

 낮수업 학생들이 적게는 3년 많게는 5년, 그동안 함께 배워서 갈고 닦은 것들을 지역사회로 들고 나갈 예정입니다. 그동안 춤을 배우는 수업을 해왔다면, 이제는 춤으로 공연을 만들어 낯선 사람들 앞에 서려고 합니다. 갇혀지내온 중증장애인이 누구인지, 어떤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었는지,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서 는 무엇이 필요한지 바로 보게 하는 시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누군가의 눈에 이것이 무슨 공연이냐, 이것이 무슨 노동이냐 할지 모르겠으나, 장애인에게 한없이 무례한 이 사회 속으로 용기내어 들어가는 일입니다. 저 스스로도 이 길이 낯설고 어지러워서, 학생들과 동료들에게 손뼉치며 용기를 내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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