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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위 2014.12.13 00:45
    노들야학 스무해 톺아보기 프로젝트

    .........................................20주년 기념 낭송글

    아이쿠야 제가 덜컥 20주년 기념식에서 낭송을 맡았네요.
    다들 아시다시피 전 정말 무대 체질이 아닌데....
    암튼 이건 얼굴이 아니라 목소리니까...
    (그래도 관심 안가져주시면 상처 쫌 받는다는...)

    노들야학의 스무 살 생일을 축하하며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
    참 힘들고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더군요.
    스물세 살의 나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방황하던 그때, 당신을 만났습니다.
    '숨 쉬는 것 빼고는 모든게 차별'이라고,
    30년을 집안에서만 갇혀서 '수인(囚人)'처럼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만나서 했던 처 번째 일은, 일상을 만드는 것이었지요.
    지하철을 타고, 학교를 다니고,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
    그런 평범하고 눈부신 일상 말입니다.

    그것은 또한 얼마나 지켜내기가 버겁던지요.
    우리는 '차별'의 백만 가지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 하루하루들은 정말이지 온몸으로 밀어야만 겨우 가질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말했었지요.

    일사의 모든 현장이 교실이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이 가장 훌륭한 교과서다.

    ㄱㄴ을 가르치기 위해, 때로는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에 물었습니다.

    그 인생에 휘말려들 준비가 되었는가. 노들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는가.

    '일상'이란 말은 내가 노들에서 배운 가장 멋진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단단한 말이었습니다.
    나는 이 근사한 학교의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얼마나 억눌린게 많았던지,
    당신은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고, 나는 '괜찮다'는 말을 달고 살았었지요.

    소리 질러도 괜찮아요.
    울어도 괜찮아요.
    싸워도 괜찮아요.
    무서우면 같이해요.

    우리의 대화 끝에 항상 마침표로 찍던 '같이 해요'라는 말,
    그건 또 얼마나 무섭고 무서운 말이던지요.
    열 번 스무 번 고민하고 나서야 겨우 밖으로 꺼낼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의 말은 입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누군가를 조직한다는 것이 결구 나 스스로를 조직하는 것이었음을
    나는 시간이 한참 더 흐른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가장 많이 변한 건 바로 나 자신이었으니까요.

    우리에겐 할 말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한 존재'이다.
    세상에는 그 머릿수만큼 많은 몸의 차이가 있고,
    그것이 모욕과 멸시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우리에게도 지키고 싶은 삶이 있고,
    그것을 다 빼앗긴 존재들에게 필요한 건

    적응이 아니라 저항이다!

    당신을 따라 그 말을 외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기고 그 말을 따라 사느라고 조금 고단했습니다.

    스무 해,
    잡히지 않는 희망을 망연히 바라보면서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온몸으로 밀면서 온 시간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어서 걷고, 달리고, 굴려서 온 그 20년.
    나는 우리의 역사가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이 버텨주었으므로 나도 버틸 수 있었고,
    내가 버텼으므로 어느 날의 당신도 버틸 힘을 얻었겠지요.
    우리 모두에게 수고했다고 칭찬했주고 싶습니다.

    진심을 지극한 것들은 다른 길을 걷더라도 같은 길에서 만나게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 앞으로도, 오래,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신.
    지난 20년 동안 이 지루한 이어달리기를 지켜보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세상에서 가장 애틋한 마음을 보냅니다.
    노들야학과 함께 해주셔서 고맙스빈다.

    2013년 10월 26일 노들야학 교사 홍은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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