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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위 2014.12.16 02:35
    노들이 노들섬 노들텃밭에서 짓는 농사이야기
    2013.8.
    내가 노들텃밭을 좋아하는 이유

    특별한 경험을 한 뒤로, 그 장소는 자꾸만 과거인 채로 존재한다. 그날의 사진이 내 안 어딘가에 걸려 있는 것처럼, 지금도 난 그 장소에서 그때를 본다. 그날, 다리 위를 기어가는 사람들을 오래도록 보았다. 봄이었고 공기는 탁했다. 매캐했다. 어떤 사람들이 오후부터 저녁까지 한나절 내내 다리위를 기었다. 움직인 거리에 비해, 움직인 시간이 너무 길었기에 사람들 위로 우뚝 솟은 건물과 약간 물 빠진 느낌의 아스팔트 그리고 그 위를 느리게 느리게 움직여 건넌 사람들의 모습이 한 장의 사진처럼 기억난다. 긴 시간 동안 비슷한 장면이 느리게 이어졌다.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ㄷ르이 다리 위로 줄지어 들어오더니 한 순간
    지나가던 사들을 막고, 옆에 있던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서 아스팔트 차도로 내려왔다. 그리고 기어가기 시작했다.
    바닥에 엎드려 기기도 하고, 무릎으로 서서 움직이기도 하고, 뒹굴거리며 앞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햇빛 받은 아스팔트는 따뜻했다.

    그러다 누군가는 탈진해 응급에 실려 갔다. 어떤 이는 바지 무릎에 구멍이 나고, 생전 처음 신발이 닳았다. 그렇게 해가 졌다.
    종일 구호를 외쳤다.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하라' 이미 오래전부터 외쳐온 구호였다. 다리아래에 오페라하우스가 지어진다고 했다.
    공사에 들어가는 예산이 엄청났다. 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몇 시간째 꿈틀거리고 있는 이들을 위한 예산은 늘 부족했다.

    그렇게 한나절 서울 도심 교통이 막혔다. 용산과 노량진 사이 한강을 건널 수 있게 하는 한강대교가 막혔다. 교통방송은 종일 우리를 주목했다. 웬일인지 경찰은 나서지 않았다. 반나절 도로를 막고 있었지만 아무도 경찰에 연행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어제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어디까지 기어갈 것인가, 나는 그런 것이 궁금했다. 해가 지고 서로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때가 되어서야 다리의 가운데 다다랐다. 사람들은 한강대교 한 중간에 모두 모였다. 진이 빠진 사람, 손뼉치는 사람, 구호를 외치는 사람... 그렇게 끝이 났다.

    2013년 봄, 한강대교 가운데에 있는 노들섬 버스정류장에 서서
    2006년 4월 어느 날을 본다. 물 빠진 아스팔트의 도로 위로 빠르게 움직이는 찯르을 본다. 구호 없는 조용한 다리가 낯설다.

    한강대교 한한중간에 버스정류장이 생겼다. 다리 아래로 예의 짙은 한강이 흐르고, 누런 흙색의 노들섬이 눈에 들어온다. '노들텃밭'팻말이 꽂혀있다. 한강대교 아래, 오페라 하우스 대신 텃밭이 만들어졌다.
    오페라하우스만 한 텃밭이라고 해야 할까. 텃밭은 서울시민에게 나눠졌다.
    도시농업, 유기농, 공통체 텃밭 같은 말들이 그곳을 떠돈다.

    지난해 두물머리 유기농지 보존 투쟁의 영빨이 가시지 않은 노들 - 우리도 노들이다!- 야학과 센터도 다시 농사를 지어보려고 서울시에 땅을 요청했다. 장애인과 농사, 중증장애인과 농사. 참 안 어울리는 단어. 그런데 왜 일을 벌였단 말인가!?

    *이 글은 계간소식지 노들바람 2013년 여름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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