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노들바람 제95호 겨울호
2012년 12월 노들바람 제95호 겨울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와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를 치렀습니다. ‘화’를 못
누르고 술을 한 사흘 정도 퍼 마셨습니다. 눈 뜨면 아침, 눈 뜨면 대낮, 세상은 그
대로 굴러가고 내 몸만 바뀌더군요. 아이고 고단해라. 고만하자. 건강한 음식 소
박하게 먹으며 운동하고 차분하고 담담하게 앞으로 살아갈 겁니다, 라며 일상을
추스르는 가운데 사람이 뚝뚝 이 세상에서 떨어져 나가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새
처럼 철탑에, 굴뚝에 둥지를 튼 사람들이 내려오지 못하는 것도 비통한데 저 스스
로 목숨 끊는 노동자들 소식에 사는 게 마냥 무서워지더군요. 희망버스? 노동자대
회? 어디선가 만났을 멀지 않은 그들의 선택이었기에 더 그랬습니다. 미안합니다.
지우와 지훈이. 엄마, 아빠가 일 보러 나간 사이 집에 불이나 유독가스를 마시고
중태에 빠졌던 두 아이. 두 아이 모두 세상을 떠났습니다. 2012년 겨울, 서울 광화
문역 안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엔 이 아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분향
소가 차려졌습니다. 아이들 영정 옆엔 역시나 화재로 먼저 세상을 떠난 김주영 씨
의 영정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죽음 이후, 뉴스 사회면을 통해 장애인
화재 사고 소식을 몇 건 더 접했습니다. 이러한 죽음이 그간 없었던 것일까, 이제
야 뉴스 가치가 생기기 시작한 것일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가 누구
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드러나지 않는 채 ‘미처 불을 피하지 못해 사망한 어느
장애인’으로 기록되는 죽음이 쓸쓸할 따름입니다.
“집계될 수 없는 그들의 죽음은 소리 없는 눈처럼 내린다.”
2012년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를 준비한 한 활동가가 쪽방에서, 거리
에서 생을 마감한 홈리스분의 삶을 기록한 글을 봤습니다. 그는 누군가의 죽음은
눈처럼 소리 없이 내리기에 수시로 창을 열어 보아야 보인다고 했습니다. 올해 추
모제에도 새로운 액자들이 내걸렸습니다. 죽은 이의 얼굴이 담긴 사진 액자들. 하
나의 거대한 우주가 소리 없이 사라지고, 사진 한 장으로 남아 서울역을 바쁘게 지
나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이 모든 게 사실일까? 이것이 현실인가? 꿈인가? 눈 뜨면 전달되는 죽음에 어안
이 벙벙합니다. 죽음에 사로잡힌 어느 겨울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노들바람 제95호 보기 ▶ 노들바람 95호.pdf
- 이야기 구성 -
02 노들바람을 여는 창
03 [장판 핫이슈] 살아 남아주세요 그리고 우리 만나요
06 [뽀글뽀글 활보상담소] 어느 장애인 이용자의 토로
08 모두가 하늘이다!
12 씨앗성장기_흙의 이야기
13 [노들아 안녕] 박기남 신입학생
14 [노들아 안녕] 최재민 신임교사
16 [대학로야 놀자] 좋은 예, 나쁜 예
20 일본 하나아트센터와 에이블아트
28 [교단일기] 273버스 안에서
30 [현수막으로 바라보는 세상] 관심 가지기
연간기획 [우리, 집, 이야기]
34 내가 살고 싶은 집
40 우리가 그린 살고 싶은 집
43 극단판 아니, 센터판 출범!
45 순회공연을 하고 나서…
48 [나는 활동보조인입니다] 김남흥 님
50 혜화독립진료소 세 돌을 맞이하며
52 [형님 한 말씀] 겨울의 길목에서
53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54 [동네 한 바퀴] 다 같이 돌자~♬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56 [노들책꽂이] 『도토리의 집』
58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이지연 님
61 [노들은 사랑을 싣고] 센터 전 활동가 박상호 님을 만나다
67 고마운 후원인들
- [장판 핫이슈]살아 남아주세요 그리고 우리 만나요,
- [뽀글뽀글 활보상담소]어느 장애인 이용자의 토로,
- 모두가 하늘이다!,
- 씨앗성장기_흙의 이야기,
- [노들아 안녕]박기남 신입학생,
- [노들아 안녕]최재민 신임교사,
- [대학로야 놀자] 좋은 예 나쁜 예,
- 일본 하나아트센터와 에이블아트,
- [교단일기]273버스 안에서,
- [현수막으로 바라보는 세상]관심 가지기,
- 연간기획[우리. 집. 이야기],
- 내가 살고 싶은 집,
- 우리가 그린 살고 싶은 집,
- 극단판 아니 센터판 출범!,
- 순회공연을 하고 나서…,
- [나는 활동보조인입니다]김남흥님,
- 혜화독립진료소 세 돌을 맞이하며,
- [형님 한 말씀]겨울의 길목에서,
-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 [동네 한 바퀴]다 같이 돌자~♬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 [노들책꽂이]『도토리의 집』,
-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이지연님,
- [노들은 사랑을 싣고]센터 전 활동가 박상호 님을 만나다,
- 고마운 후원인들,
-
2013년 3월 노들바람 제96호 봄호
2013년 3월 노들바람 제96호 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쓰러지고 깨지는 것들 속에 서있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괴롭고 슬픈 사람들, 쓰러지고 짓밟히는 것들의 동무일진대, 신경림 시인이 이르듯 이것이 그다지 억울할 것은 없다.” <부싯돌> 1호, ‘교사의 글...Reply0 Views1416 -
2012년 12월 노들바람 제95호 겨울호
2012년 12월 노들바람 제95호 겨울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와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를 치렀습니다. ‘화’를 못 누르고 술을 한 사흘 정도 퍼 마셨습니다. 눈 뜨면 아침, 눈 뜨면 대낮, 세상은 그 대로 굴러가고 내 몸만 바뀌더군요....Reply0 Views1233 -
2012년 11월 노들바람 제94호 늦은 가을호
2012년 11월 노들바람 제94호 늦은 가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머릿속이 텅 비었다. 한동안 이 책을 빨리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 말고는 끈질 기게 이어지는 생각이라는 것이 없었다. 할 수 없었다. 사람이 죽었다. 얼마 전 농성장에서도 마주친 사람이 죽었...Reply0 Views1179 -
2012년 8월 노들바람 제93호 여름호
2012년 8월 노들바람 제93호 여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①... <노들바람>이 점점 두꺼워지고 있습니다. 계절에 한 번 낸다는 이유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습니다. 제법 계간지 같은 모습이 되어 가는데, 단체 소식지치곤 과한 모습이지요. 우리의 <노들바람>은 ...Reply0 Views1341 -
2012년 4월 노들바람 제92호 봄호
2012년 4월 노들바람 제92호 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밀려나고 있는 것 같은데, 밀려와 보니 출렁이는 한가운데. 나의 손바닥 친구들은 이 봄밤에도 출렁이고 있네요. 그러니까, 말이죠. 욕심이 과한 건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이번 호에 실린 사랑이 ...Reply0 Views1411 -
2011년 12월 노들바람 제91호 겨울호
2011년 12월 노들바람 제91호 겨울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할 말이 너무 많아 감히 말할 수 없는 밤. 껌뻑 껌뻑 커서처럼 껌뻑이는 밤. 노들에서 보낸 벅찬 시간들, 고마운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책상에 앉아 고개를 살짝 들면 바로 보이는 곳에 <노들바람...Reply0 Views973 -
2011년 10월 노들바람 제90호 가을호
2011년 10월 노들바람 제90호 가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한글로 받아 적기 어려운 컴퓨터 쿨링팬 소리와 저의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남은, 지금은 고요한 노들밤입니다. 복도에 있는 정수기는 이따금 두드득 얼음 떨어지는 소리로 말을 걸어오고, 상담실에 ...Reply0 Views997 -
2011년 8월 노들바람 제89호 여름호
2011년 8월 노들바람 제89호 여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올여름이 참 특이하고 길게 느껴집니다. 몇 번에 걸쳐 피부가 티 나게 까맣게 바뀌고, 과한 노출에 피부 껍질도 벗겨지고… 이만큼 여름을 보냈는데 아직 ‘여름 중’입니다. 신기합니다. 한여름 태양이 ...Reply0 Views1377 -
2011년 4월 노들바람 제88호 봄호
2011년 4월 노들바람 제88호 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아오~ 올해는 반드시 봄 여름 가을 겨울 발행을 지 키고 말겠습니다. 노들을 지켜봐주시는 여러분 안녕. 봄이에요. 아 두 문장 잘 썼는데… 아 지난 마감 때와 마찬가지로 이 밤중에 이 하얀 모니터를 혼...Reply0 Views1462 -
2010년 12월 노들바람 제87호
2010년 12월 노들바람 제87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캄캄한밤에 하얀 화면을 들여다보고 앉아 누군가를 향해 말을 뱉고 있습니다. 누구를 향해 당신을 향해 바로 당신 항해 항해 항항항. 저기 있잖아요, 책이 이렇게 얼룩덜룩한 것은 말이지요. 고맙습니다. 한 ...Reply0 Views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