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노들바람 제94호 늦은 가을호
2012년 11월 노들바람 제94호 늦은 가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머릿속이 텅 비었다. 한동안 이 책을 빨리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 말고는 끈질
기게 이어지는 생각이라는 것이 없었다. 할 수 없었다.
사람이 죽었다. 얼마 전 농성장에서도 마주친 사람이 죽었다. 그녀의 불탄 집이
아침 뉴스에 나왔다. 그녀에게 ‘화재’라는 사고가 닥쳤다. 모든 일은 우연하게 그
렇게 들이닥친다. 그녀는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몸에서 살았고, 불이 났고, 피하
지 못했다. 불의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유독가스가 심하게 나왔고, 그녀가 그
것을 마셨고, 깨어나지 못했다. 사고 세 시간 전, 활동보조인은 그녀를 자리에 눕
혀주고 퇴근했다. 바우처가 부족했고, 밤엔 그녀 혼자 있어야 했다. 국가는 예산이
없다. 늘 우리에게 줄 예산이 없다. 사람이 죽어도 예산이 부족하다.
어안이 벙벙했다. 그렇게 그녀가 죽었다. 혼자 있을 때 집에 불이라도 나면 어떡
혀, 휠체어에 누워 지내는 야학 언니는 종종 이런 얘기를 했었다. 우연하지만 예견
된 사고. ‘우연하지만 예견된’이라는 말의 모순된 조합에 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이제 우연히 마주칠 수도 없게 된 그녀의 노제를 치르던 날, 마이크를 쥔 목소
리는 바로 전날 파주에서 일어난 또 하나의 사고를 전했다. 이번에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어린아이였다. 집에 동생과 둘이 있다가 불이 났고, 유독가스를 마셨다고 한
다. 그리고 아흐레 뒤, 사경을 헤매던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 아이의 영
정 아래에 아이가 좋아하던 치킨과 콜라가 놓여있었다. 어린 누나는 열세 살. 뇌병
변장애가 있는 열한 살 동생은 뇌사 상태로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
우연하게도 우연한 일이 겹쳐서 일어났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우리는 우리의
우연한 앞날을 내다보게 된다. 겁이 난다 눈물이 난다 살고 싶습니다. 광화문역 안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에서 그녀와 어린아이의 영정을 본다. 이제
야 슬프다. 고 김주영 활동가, 고 박지우 양의 명복을 빕니다.
나는 어쩌자고 노들바람 첫 장에 이런 글을 남기는가.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노들바람 제94호 보기 ▶ 노들바람 94호.pdf
- 이야기 구성 -
02 노들바람을 여는 창
03 장애인야학에게 ‘참교육’은 무엇인가?
10 고백告白GoBack의 배꼽인사
18 [장판 핫이슈1] 비극의 탄생
20 [장판 핫이슈2] 농성장에 들이닥치는 질문들
23 차라리 잡아가라!!!
26 [뽀글뽀글 활보상담소] 활동보조 수급자격에도 유효기간이 있어요!?
29 씨앗성장기_물 이야기
31 [현수막으로 바라보는 세상] 내가 사는 동네
33 과연 어떤 공연이 좋은 공연일까?
40 무대 위, ‘몸’이 던지는 메시지
연간기획 [우리, 집, 이야기]
47 그들이 사는 세상
54 집, 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구하라
63 2012 노들야학 모꼬지
68 [노들아 안녕] 노들야학 신입학생 박관현 님
70 [나는 활동보조인입니다] 노랑사 님
72 [교단일기] 머리 아픈 수학 시간이 아닌 즐거운 수학 시간 만들기
74 [동네 한 바퀴] 정든 이웃과 함께 사는 마을기업 ‘동네목수’ 배정학 님
81 [형님 한 말씀] 우리는 광화문에서 투쟁하고 있다
82 극단 정기공연 ‘엄마라는 이름으로’ 보러오세요
85 [노들책꽂이]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 장애인이동권연대, 투쟁의 기록』
92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김미성 님
96 [노들은 사랑을 싣고] 야학 동문 이규식 님을 만나다
103 고마운 후원인들
- 장애인야학에게 ‘참교육’은 무엇인가?,
- 고백告白GoBack의 배꼽인사,
- [장판 핫이슈1]비극의 탄생,
- [장판 핫이슈2]농성장에 들이닥치는 질문들,
- 차라리 잡아가라!!!,
- [뽀글뽀글 활보상담소]활동보조 수급자격에도 유효기간이 있어요!?,
- 씨앗성장기_물 이야기,
- [현수막으로 바라보는 세상]내가 사는 동네,
- 과연 어떤 공연이 좋은 공연일까?,
- 무대 위 ‘몸’이 던지는 메시지,
- 연간기획 [우리. 집. 이야기],
- 그들이 사는 세상,
- 집. 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구하라,
- 2012 노들야학 모꼬지,
- [노들아 안녕]노들야학 신입학생 박관현님,
- [나는 활동보조인입니다]노랑사님,
- [교단일기]머리 아픈 수학 시간이 아닌 즐거운 수학 시간 만들기,
- [동네 한 바퀴]정든 이웃과 함께 사는 마을기업 ‘동네목수’ 배정학 님,
- [형님 한 말씀]우리는 광화문에서 투쟁하고 있다,
- 극단 정기공연 ‘엄마라는 이름으로’ 보러오세요,
- [노들책꽂이]『더 이상 죽을 수 없다 - 장애인이동권연대. 투쟁의 기록』,
-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김미성님,
- [노들은 사랑을 싣고]야학 동문 이규식 님을 만나다,
- 고마운 후원인들,
-
2013년 3월 노들바람 제96호 봄호
2013년 3월 노들바람 제96호 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쓰러지고 깨지는 것들 속에 서있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괴롭고 슬픈 사람들, 쓰러지고 짓밟히는 것들의 동무일진대, 신경림 시인이 이르듯 이것이 그다지 억울할 것은 없다.” <부싯돌> 1호, ‘교사의 글...Reply0 Views1416 -
2012년 12월 노들바람 제95호 겨울호
2012년 12월 노들바람 제95호 겨울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와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를 치렀습니다. ‘화’를 못 누르고 술을 한 사흘 정도 퍼 마셨습니다. 눈 뜨면 아침, 눈 뜨면 대낮, 세상은 그 대로 굴러가고 내 몸만 바뀌더군요....Reply0 Views1233 -
2012년 11월 노들바람 제94호 늦은 가을호
2012년 11월 노들바람 제94호 늦은 가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머릿속이 텅 비었다. 한동안 이 책을 빨리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 말고는 끈질 기게 이어지는 생각이라는 것이 없었다. 할 수 없었다. 사람이 죽었다. 얼마 전 농성장에서도 마주친 사람이 죽었...Reply0 Views1179 -
2012년 8월 노들바람 제93호 여름호
2012년 8월 노들바람 제93호 여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①... <노들바람>이 점점 두꺼워지고 있습니다. 계절에 한 번 낸다는 이유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습니다. 제법 계간지 같은 모습이 되어 가는데, 단체 소식지치곤 과한 모습이지요. 우리의 <노들바람>은 ...Reply0 Views1341 -
2012년 4월 노들바람 제92호 봄호
2012년 4월 노들바람 제92호 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밀려나고 있는 것 같은데, 밀려와 보니 출렁이는 한가운데. 나의 손바닥 친구들은 이 봄밤에도 출렁이고 있네요. 그러니까, 말이죠. 욕심이 과한 건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이번 호에 실린 사랑이 ...Reply0 Views1411 -
2011년 12월 노들바람 제91호 겨울호
2011년 12월 노들바람 제91호 겨울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할 말이 너무 많아 감히 말할 수 없는 밤. 껌뻑 껌뻑 커서처럼 껌뻑이는 밤. 노들에서 보낸 벅찬 시간들, 고마운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책상에 앉아 고개를 살짝 들면 바로 보이는 곳에 <노들바람...Reply0 Views973 -
2011년 10월 노들바람 제90호 가을호
2011년 10월 노들바람 제90호 가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한글로 받아 적기 어려운 컴퓨터 쿨링팬 소리와 저의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남은, 지금은 고요한 노들밤입니다. 복도에 있는 정수기는 이따금 두드득 얼음 떨어지는 소리로 말을 걸어오고, 상담실에 ...Reply0 Views997 -
2011년 8월 노들바람 제89호 여름호
2011년 8월 노들바람 제89호 여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올여름이 참 특이하고 길게 느껴집니다. 몇 번에 걸쳐 피부가 티 나게 까맣게 바뀌고, 과한 노출에 피부 껍질도 벗겨지고… 이만큼 여름을 보냈는데 아직 ‘여름 중’입니다. 신기합니다. 한여름 태양이 ...Reply0 Views1377 -
2011년 4월 노들바람 제88호 봄호
2011년 4월 노들바람 제88호 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아오~ 올해는 반드시 봄 여름 가을 겨울 발행을 지 키고 말겠습니다. 노들을 지켜봐주시는 여러분 안녕. 봄이에요. 아 두 문장 잘 썼는데… 아 지난 마감 때와 마찬가지로 이 밤중에 이 하얀 모니터를 혼...Reply0 Views1462 -
2010년 12월 노들바람 제87호
2010년 12월 노들바람 제87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캄캄한밤에 하얀 화면을 들여다보고 앉아 누군가를 향해 말을 뱉고 있습니다. 누구를 향해 당신을 향해 바로 당신 항해 항해 항항항. 저기 있잖아요, 책이 이렇게 얼룩덜룩한 것은 말이지요. 고맙습니다. 한 ...Reply0 Views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