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노들바람 제89호 여름호
2011년 8월 노들바람 제89호 여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올여름이 참 특이하고 길게 느껴집니다. 몇 번에 걸쳐 피부가 티 나게 까맣게 바뀌고,
과한 노출에 피부 껍질도 벗겨지고… 이만큼 여름을 보냈는데 아직 ‘여름 중’입니다.
신기합니다. 한여름 태양이 피할 수 없게 쏟아지는 곳에서 건설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아이고 죽겠다’ 한 마디 못한 채로 픽픽 졸도해 죽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 삶은 얼마
나 억울할까?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초파리를 손으로 쫓으며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제 발로 그런 곳에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두려움 같은 건 당최 없는 사람
처럼 말입니다. 죽는 것, 다치는 것, 아픈 것, 욕먹는 것, 갇히는 것, 내가 두려워하는 여
러 가지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올여름 그런 사람들이 유독 눈에 띕니다.
친구 하나가 일본에 갔습니다. 노들 사람 몇몇에게 요가를 가르쳐주고, 투쟁이 있을 때
찾아와 구운 쿠키와 커피를 내놓던 친구인데요. 눈에 보이지 않고 피할 수도 없다는 방
사능이 쫙 깔린 동네에 제 발로 찾아갔습니다. 그 위험한 곳에 대체 왜 간다는 거냐? 물
을 때마다 돌아온 건 어렵지도 별스럽지도 않은 대답이었습니다. 부서진 곳에서 살아가
는 사람들을 만나고, 누군가의 안방이었던 곳에 들이닥친 진흙을 조금이라도 퍼내고 싶다.
그 친구와 간간히 연락이 닿을 때마다 무조건 건강히 돌아오라고 당부하지 만, 뭐, 허망한
당부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면부지의 사람 하나. 이 사람은 이제는 뜨거운-한때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크레인 위에 올라가서 겨울-봄-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편히 먹고 자는 일조차
편치 않게 만든 절망과 같은 사건들, 노동자 백 명 이백명 자르고도 편히 먹고 잠잘 수 있는
사람들, 그것들에 맞서 싸우는 일, 그 싸움에서 분명한 희망을 보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결
국 이때 할 수 있는 건 희망도 절망도 걸지 않고 자신의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 일이 아니었
을까. 이 일을 그냥 넘겨버리면 앞으로 제대로 살 수 없을 거라는, 단순한 하나의 마음. 몇
달을 지켜보며 내마음대로 넘겨 짚어본 그 사람 마음은 이런 것 이었습니다.
쉽게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쓴 여름입니다.
노들바람을 통해서 쉽게 알 수 없었던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말 나온 김에 이 별거 아닌 작은 소식지에 며칠씩 끙끙대며 마음 담아 글써주는 분들에게 감사
인사 전합니다. 89호 노들바람은 1년 쉬고 복귀한 노들야학 전 사무국장 홍은전 님의 글로 시
작합니다. 모두 땡큐!
노들바람 제89호 보기 ▶ 노들바람 89호.pdf
- 이야기 구성 -
03 두 번째 노들, 수련이 필요해-
07 [탈시설인_터뷰] 누군가의 이십육 년 하고도 여섯 달
12 [노들아 안녕] 극단 새 단원 성진
13 [나는 활동보조인입니다] 황재순 님
17 노들센터 사업장 폐쇄(?)의 변 - 미안해요, 고마워요~
20 [뽀글뽀글 활보상담소] 내 활보 허리는 내가 관리한다
22 활동보조 이용자도 교육이 필요하다
26 현수막의 여행 (아무 요일도 아닌 이상한 날)
31 [현수막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번 달, 현수막 주문 살펴보기
34 극단, 이사 또 했어요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36 4월 5일 효성이의 담벼락
38 내가 투쟁하는 이유
40 명수 씨의 투쟁
41 교장샘이 알려주는 ‘420 요구안’
45 [교단일기] 부끄러, 부끄러! 어색해, 어색해!
48 교육모임 중간평가에 대신하여
53 검시장에서, 검시에 대해 묻다
56 내가 검시를 치는 이유
58 다른 곳의 사람들을 만나다
62 [현장인문학] 헛, 허허허… 노들의 건방짐을 위하여!
68 노들음악대원을 소개합니다
연간기획 [평화로운 밥상을 위하여]
73 학생들의 서러운 밥상에 대해 생각하며
74 당신이 경험한 최고로 서러운 밥상에 대하여
78 결혼의 재구성 - 상연과 정란의 결혼식부터 신혼여행까지
83 그리고 이어진 동림 미경의 결혼식
84 제동이 노들에게 - 김제동의 노들 특강 후기
91 투사의 일반인 코스프레 쩐다
94 [대학로야 놀자] 낙산공원의 이야기
97 [노들은 사랑을 싣고] 야학 동문 강현정 님
100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이영미 님
104 쇠사슬, 잘 감아드릴게
[위클리 수유너머] 59호 동시대반시대
‘노들, 야학(夜學)에서 야학(野學)으로’
109 존재염색 - 노들에서 물들다
111 노란들판에 오면
114 김호식 노들야학 학생 - 루쉰에 빠지다
121 <좌담> 노들야학은 무엇을 꿈꿀 수 있는가?
129 노들야학과 만나면서
135 고마운 후원인들
- 두번째노들,
- 수련이필요해,
- 탈시설인_터뷰 누군가의이십육년하고도여섯달,
- 극단새단원성진,
- 나는활동보조인입니다-황재순,
- 노들센터사업장폐쇄의변-미안해요고마워요,
- 내활보허리는내가관리한다,
- 활동보조이용자도교육이필요하다,
- 현수막여행-아무요일도아닌이상한날,
- 이번달현수막주문살펴보기,
- 극단이사또했어요,
- 4월5일효성이의담벼락,
- 내가투쟁하는이유,
- 명수씨의투쟁,
- 교장샘이알려주는420요구안,
- 교단일기-부끄러부끄러어색해!어핵해!,
- 교육모임중간평가에대신하여,
- 검시장에서검시에대해묻다,
- 내가검시를치는이유,
- 다른곳의사람들을만나다,
- 현장인문학-헛허허허노들의건방짐을위하여,
- 노들음악대원을소개합니다,
- 학생들의서러운밥상에대해생각하며,
- 당신이경험한최고로서러운밥상에대하여,
- 결혼의재구성-상연과정란의결혼식부터신혼여행까지,
- 그리고이어진동림미경의결혼식,
- 김제동의노들특강후기,
- 투사의일반인코스프레쩐다,
- 낙산공원이야기,
- 야학동문강현정님,
- 오그대는아름다운후원인-이영미님,
- 쇠사슬잘감아드릴께,
- 노들야학에서야학으로,
- 존재염색-노들에서물들다,
- 노란들판에오면,
- 김호식ㅇ노들야학학생-루쉰에빠지다,
- 좌담-노들야학은무엇을꿈꿀수있는가,
- 노들야학과만나면서,
-
2013년 3월 노들바람 제96호 봄호
2013년 3월 노들바람 제96호 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쓰러지고 깨지는 것들 속에 서있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괴롭고 슬픈 사람들, 쓰러지고 짓밟히는 것들의 동무일진대, 신경림 시인이 이르듯 이것이 그다지 억울할 것은 없다.” <부싯돌> 1호, ‘교사의 글...Reply0 Views1416 -
2012년 12월 노들바람 제95호 겨울호
2012년 12월 노들바람 제95호 겨울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와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를 치렀습니다. ‘화’를 못 누르고 술을 한 사흘 정도 퍼 마셨습니다. 눈 뜨면 아침, 눈 뜨면 대낮, 세상은 그 대로 굴러가고 내 몸만 바뀌더군요....Reply0 Views1233 -
2012년 11월 노들바람 제94호 늦은 가을호
2012년 11월 노들바람 제94호 늦은 가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머릿속이 텅 비었다. 한동안 이 책을 빨리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 말고는 끈질 기게 이어지는 생각이라는 것이 없었다. 할 수 없었다. 사람이 죽었다. 얼마 전 농성장에서도 마주친 사람이 죽었...Reply0 Views1179 -
2012년 8월 노들바람 제93호 여름호
2012년 8월 노들바람 제93호 여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①... <노들바람>이 점점 두꺼워지고 있습니다. 계절에 한 번 낸다는 이유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습니다. 제법 계간지 같은 모습이 되어 가는데, 단체 소식지치곤 과한 모습이지요. 우리의 <노들바람>은 ...Reply0 Views1341 -
2012년 4월 노들바람 제92호 봄호
2012년 4월 노들바람 제92호 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밀려나고 있는 것 같은데, 밀려와 보니 출렁이는 한가운데. 나의 손바닥 친구들은 이 봄밤에도 출렁이고 있네요. 그러니까, 말이죠. 욕심이 과한 건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이번 호에 실린 사랑이 ...Reply0 Views1411 -
2011년 12월 노들바람 제91호 겨울호
2011년 12월 노들바람 제91호 겨울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할 말이 너무 많아 감히 말할 수 없는 밤. 껌뻑 껌뻑 커서처럼 껌뻑이는 밤. 노들에서 보낸 벅찬 시간들, 고마운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책상에 앉아 고개를 살짝 들면 바로 보이는 곳에 <노들바람...Reply0 Views973 -
2011년 10월 노들바람 제90호 가을호
2011년 10월 노들바람 제90호 가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한글로 받아 적기 어려운 컴퓨터 쿨링팬 소리와 저의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남은, 지금은 고요한 노들밤입니다. 복도에 있는 정수기는 이따금 두드득 얼음 떨어지는 소리로 말을 걸어오고, 상담실에 ...Reply0 Views997 -
2011년 8월 노들바람 제89호 여름호
2011년 8월 노들바람 제89호 여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올여름이 참 특이하고 길게 느껴집니다. 몇 번에 걸쳐 피부가 티 나게 까맣게 바뀌고, 과한 노출에 피부 껍질도 벗겨지고… 이만큼 여름을 보냈는데 아직 ‘여름 중’입니다. 신기합니다. 한여름 태양이 ...Reply0 Views1377 -
2011년 4월 노들바람 제88호 봄호
2011년 4월 노들바람 제88호 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아오~ 올해는 반드시 봄 여름 가을 겨울 발행을 지 키고 말겠습니다. 노들을 지켜봐주시는 여러분 안녕. 봄이에요. 아 두 문장 잘 썼는데… 아 지난 마감 때와 마찬가지로 이 밤중에 이 하얀 모니터를 혼...Reply0 Views1462 -
2010년 12월 노들바람 제87호
2010년 12월 노들바람 제87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캄캄한밤에 하얀 화면을 들여다보고 앉아 누군가를 향해 말을 뱉고 있습니다. 누구를 향해 당신을 향해 바로 당신 항해 항해 항항항. 저기 있잖아요, 책이 이렇게 얼룩덜룩한 것은 말이지요. 고맙습니다. 한 ...Reply0 Views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