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 138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 한혜선
노들바람을 여는 창
한혜선
<노들바람> 편집인
노들바람을 받아 글을 읽는 시간과 노들바람 속 글의 시간에는 시차가 있습니다.
일 년에 네 번 계절별로 발행하는 계간지라 한 권의 노들바람에는 석 달 치의 이야기가 실립니다. 지난 호가 나온 후, 여름호 준비를 위해 4월 둘째 주에 편집위원들이 모여 1월부터 3월까지의 이야기를 모아 원고 꼭지 기획회의를 합니다. 시간에 쫓기며 힘들게 쓰셨을 소중한 원고를 받아 작업을 거쳐 우리가 노들바람 여름호를 만나는 때는 7월, 늦으면 8월입니다. 그러니까 한여름에 1, 2, 3월 이야기를 읽는 겁니다. 예정대로라면요.
늦어지고 늦어져서 10월이 되어서야 여름호를 읽게 되었습니다. 편집인의 게으름으로 많이 민망하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번 호는 권리중심노동자 해복투 활동과 탈시설장애인당(當)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몹시도 추웠던 1, 2월 경기도를 오가며 투쟁현장을 찾아가고, 뜨거운 여름날 거리로 나서며 힘들어하는 모습도 많이 보았기에, 이 기록을 채우는 모든 이들이 한없이 대단하고, 멋지게 다가옵니다.
서울시가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빼앗아 갔지만, 낮수업과 다른 일자리들로 센터 이용자들과 야학 학생들의 일상은 큰 변화 없이 계속되어서 다행입니다. 그간 낮수업을 지켜내고 다져온 덕분이고, 낮 일상을 무너지지 않게 노력하는 이들이 있어 가능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것을 빼앗기고 잃었습니다. 빼앗긴 지금 서/울/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이 이름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단어들이 가지는 의미들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깁니다. 그 이름 그대로 꼭 되찾아 올 것입니다.
원고를 편집하면서 부족한 점이 참 많지만, 그중에도 이번에는 쉼표를 어떻게 적절히 넣어야 하는지 많이 어려웠습니다. 어떤 글에서는 쉼표를 가득 넣어야 할 긴 문장인데 몽창 빠져있어서 빠짐없이 넣어 보았더니 처음 글의 느낌이 전혀 안 느껴지지 뭡니까. 다시 다 빼보았더니 그제서야 그 글의 글맛이 그대로 살아나더군요. 글쓰기 기초부터 배워야 함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고 갑니다.
야학 수업시간에 ‘내가 꼭 나가고 싶어서’ 투쟁에 나간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하는 박지호 서울장차연 대의원의 글은 수업시간에 충분히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 꽉 차 있어서 흠뻑 빠져 읽고 또 읽었습니다. 좋았습니다.
그동안 과하다고 생각되던 투쟁이 3.26대회 현장을 지키며 가슴으로 이해되었다는, 그래서 이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오랫동안 투쟁 현장을 떠나지 않겠다는 센터판 송석호 활동가의 다짐 글도 눈여겨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투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