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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선전전

나의 투쟁은 일상생활이다

 

 

 박지호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개인대의원

 

 

 

 

  나는 매주 두 번 정도 혜화역 아침 출근길 침묵 선전전에 나가고 있다. 8시에 진행하는 선전전에 참여해야 하니, 나는 보통 5시에 알람을 맞춰 놓고 잔다. 5시 알람이 울리면 눈을 두 번 정도 깜빡이며 잠에서 깬다. 여기서 나의 투쟁이 시작된다. 나는 최중증뇌병변장애인으로 사지를 쓰지 못한다. 그래서 나무젓가락으로 길게 만든 터치펜을 이용해 입으로 핸드폰을 조작한다. 5시에 일어나서 내가 해야 할 투쟁은 입으로 핸드폰을 조작해 활동지원사에게 전화를 걸어 깨우는 일이다. 활동지원사가 있는 방에서 내가 있는 방으로는 단 5m, 하지만 나는 언어장애도 있어서 전화를 해야 활동지원사를 깨울 수 있다.

 

  그렇게 5시에 나와 활동지원사가 일어나면 일단 근육이완제를 복용한다. 근육이완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몸이 뻣뻣해지고, 언어장애가 심해져 말이 안 나와 근육이완제는 나에게 마약이다. 그리고 내 깔끔한 성격 탓인지 샤워를 하지 않고서는 외출하지 않아 새벽부터 샤워를 한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잠자는 시간 내내 굳어있던 근육이 펴지며 기분이 좋아진다. 샤워를 마치는 시간은 5시 50분, 50분 정도 소요된다. 그런 다음 활동지원사의 신체지원을 받아 옷을 입고, 드디어 집에서의 투쟁이 끝나고 밖에서의 투쟁인 선전전을 하러 나간다.

 

  6시 정도에 집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한다. 그리고 혜화역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2호선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1시간이다. 혜화역에 도착해 보이는 풍경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규식 공동대표가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혜화역에서 7시 30분에 안내방송이 울린다. “특정장애인단체의 불법시위가 예정되어 있으니, 고객 여러분께서는 혼잡하더라도 양해바랍니다. 신속히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아니! 우리가 특정장애인단체라니. 기분이 나쁘고, 어이가 없다. 시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하철 승강장에 있을 뿐인데, 불법이라니. 말도 안 되는 방송을 하고 있는 ‘특정교통공사’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 명씩 개성을 가진 동지들이 혜화역 동대문 방향 5-1로 속속 모인다. 그리고 7시 40분 쯤 ‘특정교통공사’의 보안관들이 우리를 가리려고 방패를 들고 나타난다. 사실 이 방패는 승강장과 지하철 틈이 넓어 휠체어나 유아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탈 때 사용하는 이동식 발판이다. 휠체어 장애인이 안전하게 지하철 탑승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동식 발판이 어느 순간 우리를 가로막는 방패로 변하였다.

 

  8시에 선전전이 시작되면 혼란의 도가니다. ‘특정교통공사’ 혜화역장의 경고방송과 혜화경찰서 경비과장의 경고방송으로 혼이 나간다. 그리고 우리를 불법이라고 하면서 비장애인 활동가를 먼저 끌고 나가며 강제퇴거를 한다. 5분 단위로 장애인 활동가를 끌어낸다. 이것은 불법퇴거이다. 그 중 눈에 띄는 사람은 단연코 이형숙 대표이다. 9시까지 선전전을 하겠다고 외치며 강제로 끌려 나가는 모습이 멋있고, 한편으로는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폭력적인 상황에 ‘특정교통공사’ 부장은 법! 법! 법!이라고 반복하며 “끌어내”라고 말하고, 정말 ‘끌어낸다’. 이에 끌려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안타깝다.

강제퇴거 후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20분 정도 선전전을 진행한 뒤 마무리한다. 이렇게 나의 투쟁은 끝났지만 또 다른 투쟁이 이어진다.

 

  내가 일주일에 두 번 새벽 일찍 일어나 혜화역 아침 출근길 침묵 선전전에 나가는 이유는 선배 장애인들이 투쟁으로 만들어낸 권리가 하나씩 없어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예전에 투쟁을 하지 않았던 장애인으로서 투쟁의 자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일주일에 두 번 선전전에 나간다. 혜화역 아침 출근길 선전전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투쟁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인권변호사까지 했다면서, 부끄러운 줄 알았으면 한다. 장애인 노동권을 빼앗아간 주범이자, 인권 영역에서 퇴행 정치를 하는 자로서 인권변호사라는 타이틀을 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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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권리중심일자리 최중증장애인노동자 400명 해고 철회 촉구! 출근길 지하철선전전(혜화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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