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 138호 - [3.26 장애인대회] 직면... 그리고 변화 / 송석호
3.26 장애인대회
직면... 그리고 변화
송석호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
오랜만에 노들바람의 기고 요청을 받고 글재주가 없는 제가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작성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민하다가 주제에 맞춰 지난 3. 26까지 제가 경험한 투쟁 야기를 일기 형식으로 하려 합니다.
돌이켜보면 나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하 협의회) 소속 센터에 오기 전에는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 있었다.
초중고 역시 부모님의 권유로 학교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같은 반에서 공부하며 지냈고, 장애 역시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 여러 차례의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아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 비장애인으로 참여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을 하였다. 이후 대학에서 장애학을 배우고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이하 연합회) 소속 센터에서 근무하며 나의 장애와 국가에서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제도의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투쟁하지 않고, 정권에 따라 정치권 행사에 따라다니는 투쟁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업무의 하나로 정치행사에 일방적,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에 환멸을 느껴 협의회 소속 센터로 이직을 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2020년 10월에 협의회 소속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에 들어왔고, 비로소 나의 투쟁 활동이 시작되었다. 어느덧 2024년 네 번째의 3.26 투쟁을 맞이했다.
만 4년의 시간 동안 투쟁에 대한 내 생각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투쟁이라는 것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은, 이전에 연합회 소속 센터에 근무하며 동원되어 정권의 행사에만 참석하는 때와 다르게 국가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첫 3.26과 4.20 투쟁에 참여하며 코로나19 감염과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내 안에 점점 커져만 갔고, 결정적으로 처음 입사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지하철 투쟁 방식에 대한 견해의 차이가 생겨나며, 투쟁이 부담으로 다가온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게 머릿속으로만 투쟁을 이해하고 소극적으로 투쟁에 임하던 나는 협의회의 다양한 교육과 현장에서 지켜본 동지들의 투쟁하는 모습과 발언으로 아주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그 변화의 큰 계기가 된 것은 2024년 3.26 투쟁이었다. 솔직히 이번 투쟁 이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투쟁해야 하나? 이제는 그동안 오랜 기간 투쟁했던 단체이니 우리가 잠시 기자회견 정도만 해도 어느 정도 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고, 서울시와 정부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아니 일부 특정 계층을 제외한 다른 계층의 삶에 관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어느 정도 포기한 정권이라서 격한 투쟁은 멈추는 것이 동지를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3.26에 참여하며 내 생각은 큰 변화를 맞았다. 올해 3.26 투쟁에서 직접 내가 목도한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근현대 역사서에서 본 공권력의 일방적인 인권탄압의 현장이었다. 지하철 침묵시위를 강제 연행으로 해산시킬 뿐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행위를 금지한다며 거짓 방송을 일삼고, 대외적으로는 퇴거를 요청하면서도 우리 대열이 움직이려고만 하면 방패와 바리케이드로 차단하고, 화장실에 간다고 해도 점거의 우려가 있다며 화장실 출입도 차단하고, 갑자기 건물에 감금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중적인 탄압을 현장에서 직면하며 진심으로 분노했고 절망했다.
그때서야 과하다고 생각되었던 선배 활동가들의 투쟁 당시 행동과 말들이 비로소 가슴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가 앞장서서 투쟁하기에는 아직 겁이 나는 요소들도 많아 사실 갑자기 적극적인 자세로 투쟁할 자신은 없지만 언젠가 내가 발언했던 대로, 이번 정권의 사람들처럼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때까지 투쟁을 계속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이번 투쟁에서 느낀 것을 잊지 않고 올해를 기점으로 이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오랫동안 투쟁 현장에서 떠나지 않고 투쟁하겠다는 다짐을 동지들에게 남겨본다. 투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