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 137호 - [노들 책꽂이] 사람을 목격한 사람 / 박정숙
노들 책꽂이
사람을 목격한 사람
박정숙
노들야학 한소리반 학생. 사단법인 노란들판 활동가입니다.
『사람을 목격한 사람』은 노들야학 철학반 선생님이신 고병권 철학자이자 작가님이 최근에 지으신 책입니다. 제목부터 확 끌려 꼭 사서 읽어야지 했는데 고병권 선생님이 ‘읽기의집’에서 연 시독회에 초대해 주시고 책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책 표지에 그려진 그림과 책 이름이 ‘사람을 목격한 사람’인데 보고 있자니 자꾸 말을 걸어오는 듯해서 마음이 설렜습니다. 급한 대로 목차를 보니 1부~7부까지 모두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중엔 내가 아는 사람도 있고 이름은 알고 잊었던 사람도 있고 그냥 지나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냥 보고 있던 그 사람들이 나에게 뜨거움으로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람을 봅니다. 그런데 작가님은 사람을 목격했다고 했습니다. 봤다고 해도 될 텐데 왜 목격했다고 했을까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프롤로그를 읽으며 사람을 보거나 대하는 마음이 그냥 보고 지나가는 나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지요. 장애인 농성장에 있는 낡은 앰프가 되어 투쟁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들을 키워서 멀리멀리 보내고 싶은 그 마음이라는 걸요. 작가님은 본인의 글이 비극적인 사건 앞에서 울어대는 춤 말고 슬픈 사람 앞에서도 작은 힘, 작은 기쁨으로 건넬 수 있는 그런 춤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이구나. 목격했다고 말하는 건 사건이 있는 거고 동정이나 시혜가 아닌 절절한 연대에서 나오는 깊은 애정과 진실한 마음이 아니면 풀어갈 수 없는 사람 이야기입니다.
천천히 읽어가며 마음이 녹아 들어가 힘들기도 합니다. 야학에서 공부했던 그날이 떠올라 피식거리기도 하고 억울하게 죽어야만 했던 사람의 이야기 등등. 책장을 쉽게 넘기며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무겁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때때로 슬프지만 투쟁과 연대와 낡은 앰프에 키워진 소리가 있어 이기고 가는 힘을 얻어 가는데 도움이 되는 지도책 같기도 합니다.
야학에서 선생님 수업을 들으며 철학 속으로 들어가게 됐고 그 수업을 통해 철학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선생님의 수업은 알아듣기 쉬운 말과 비유로 설명해 주시고 우리의 이야기도 잘 들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 책 1부에 우리 수업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독회 때 한 번 읽었지만, 그 후에 두 번 더 읽었습니다. 옛날 기억도 선명해지고 또 무겁지 않고 좋아서요.
이 책은 철학자가 쓴 사람 이야기입니다. 나의 이야기이고, 친구의 이야기이고 내 동지 내 이웃의 이야기입니다. 서로를 향한 용기와 믿음 투쟁의 승리를 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두고두고 더 천천히 목격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볼 생각입니다.
『사람을 목격한 사람』(고병권, 사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