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노들아 안녕

낙인찍힌 몸을 자긍심으로

 

 

 

 하마무

 

 

 

 

하마무1.jpg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하마무입니다. 하마가 무를 먹는다, 이렇게 외우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2021년에 처음 노들에 놀러오기 시작했습니다. 미술 수업에 참여했던 적도 있지요. 하지만 제대로(?) 참여하게 된 건 올해 봄,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진(Zinn) 수업’ 때부터입니다.

 

  저는 진 수업을 정말 좋아합니다. 제가 가르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같이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진은 정말 자유롭습니다. 춤을 추거나 노래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아무것도 안 하거나 다 진입니다. 그래서 수업하는 날엔 많은 것을 배웁니다.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관들은 진 스타들 앞에서 와르르 무너집니다.

 

  제가 아는 진 스타들은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습니다. 춤을 추고 싶으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노래를 부릅니다. 종이에 구멍이 날 때까지 열정적으로 그리기도 하고, 물감을 많이 짜는데 나중에 그 팔레트 자체가 작품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진입입니다. 한 명 한 명 역사가 있고 사정이 있고 맥락이 있습니다. 분노의 맥락, 하기 싫은 맥락, 좋아하는 맥락. 수업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저에겐 행복한 목요일입니다.

 

  저는 그림을 그리고 산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주 긴 산책을 합니다. 젠더 스터디를 공부합니다. 일본어도 좀 하는 편입니다. 또 비건 실천을 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이성을 우월한 존재로, 몸을 나약한 존재로 둔 이분법이 동물(자연)과 인간, 여성과 남성, 장애와 비장애, 비정상과 정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억압하는 것을 정당화해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차별받는 존재는 자연이나 동물과 가깝게 여겨져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도 인간이다”, “나도 국민이다” 등 빼앗긴 자가 박탈한 자의 위치에 동화하려는 것을 거절합니다.

 

  사실 고정적이고 실재가 있는 권력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내 속에 그런 부분들이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차별을 받아 온 이들은 노동시장에서 ‘쓸모 있는 몸’을 만들려고 합니다. 노동을 할 수 있는 몸이라는 것은 건강한 백인 남성 중심적인 ‘정상’ 신체입니다. 여기서 배제되는 몸들은 그렇기에 끊임없이 극복을, 노력을 합니다. 능력주의입니다.

 

  그러나 그런 몸을 극복의 대상이 아닌 자긍심으로 삼을 때 저항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쓸모없음을 자긍심으로 삼을 때, 나의 동물임을 자긍심으로 삼을 때, 나의 퀴어함을 자긍심으로 삼을 때, 비정상에 머무르고 정상 되기를 거절할 때 말이죠. 저항의 가능성이란 순간 등장했다 다시 숨어 버리기도 합니다. 변해야 하는 것은 내가 아닌 세상입니다. 세상에 분노하고, 거절당하고 낙인찍힌 이 몸을 자긍심으로 삼고 싶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1084 2024년 봄 137호 - [노들 책꽂이] 사람을 목격한 사람 / 박정숙 노들 책꽂이 사람을 목격한 사람        박정숙 노들야학 한소리반 학생. 사단법인 노란들판 활동가입니다.           『사람을 목격한 사람』은 노들야학 철학반... file
1083 2024년 봄 137호 - [노들은 사랑을 싣고] 노들, 그때 그 사람들 / 윤혜정 노들은 사랑을 싣고 노들, 그때 그 사람들        윤혜정 노들야학 동문           며칠 전에 요양 도우미 언니가 가져다준 핸드폰을 받아보니, 노들야학의 한혜... file
1082 2024년 봄 137호 -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후원인을 모집하는 후원인, 이현옥님 인터뷰 / 박임당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후원인을 모집하는 후원인  이현옥님 인터뷰      박임당 노들야학 교사           십여 년 전 공부하러 갔던 한 인문학 공간에서 같... file
1081 2024년 봄 137호 - 고마운 후원인들 고마운 후원인들       노들과 함께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3년 12월 ~ 2024년 2월 29일 기준)        CMS 후원인 (주)피알판촉 강경희 강나...
1080 2023년 겨울 136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 김도현 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도현 〈노들바람〉 편집인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2023년이 꼭 열흘 남은 시점입니다. 상투적인 말이긴 하지만, 시간이 ...
1079 2023년 겨울 136호 - [형님 한 말씀] 후원자님께 드립니다 / 김명학 형님 한 말씀 후원자님께 드립니다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안녕들 하세요.     계절은 어느새 겨울로 접어들고... file
1078 2023년 겨울 136호 - [노들아 안녕] 노들야학은 최고의 학교 / 하지연 노들아 안녕 노들야학은 최고의 학교        하지연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하지연입니다. 반갑습니다. 딸 여섯 중 넷째입니다. 막내하고 아파트에... file
» 2023년 겨울 136호 - [노들아 안녕] 낙인찍힌 몸을 자긍심으로 / 하마무 노들아 안녕 낙인찍힌 몸을 자긍심으로        하마무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하마무입니다. 하마가 무를 먹는다, 이렇게 외우시면 되겠습니다.^^ 저... file
1076 2023년 겨울 136호 - [노들아 안녕] 노들아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 박선진 노들아 안녕 노들아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박선진             안녕하세요, 노들센터 신입활동가 박선진입니다. 활동명은 지니이고요. 노들센터에서 권리중심... file
1075 2023년 겨울 136호 - 무수히 고유한 / 서한영교 무수히 고유한  노들에스쁘와 어라운드 공연 2022~2023      서한영교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탈탈탈팀 & 김유미, 「그림의 벽」, 2022, 그래픽 천에 ... file
1074 2023년 겨울 136호 - '세상에 없던 학교' 노들야학의 서른 해 / 강혜민 '세상에 없던 학교' 노들야학의 서른 해  노들장애인야학 30주년 개교기념제 현장 취재기      강혜민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비마이너〉 기자           쿵쿵차... file
1073 2023년 겨울 136호 - [노들은 사랑을 싣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 제작합니다 / 조상지 노들은 사랑을 싣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 제작합니다  영화반의 노들야학 30주년 축하 영상 제작 일기      조상지 노들장애인야학 부총학생회장           ... file
1072 2023년 겨울 136호 -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준비위원장의 말_ 사랑사랑 내 사랑 노들야학, 오래오래 오래도록 백일장! / 이예진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준비위원장의 말] 사랑사랑 내 사랑 노들야학, 오래오래 오래도록 백일장!      이예진 어쩌다보니 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준비위...
1071 2023년 겨울 136호 -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심사위원장의 말_ '심사'를 '숙고'하기 / 이지훈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심사위원장의 말] '심사'를 '숙고'하기      이지훈 노들야학에서 글을 함께 쓰고 삶을 다시 짓는 사람           2023년 7월 25일... file
1070 2023년 겨울 136호 -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수상작을 소개드립니다!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수상작을 소개드립니다!           이번 ‘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에는 35명의 학생이 총 46개의 글과 그림을 출품했습니다. 백일장... file
1069 2023년 겨울 136호 - 얼렁벌렁한 첫 연구수업을 끝내고 / 송나현 얼렁벌렁한 첫 연구수업을 끝내고        송나현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안녕하세요, 이번 학기 청솔1-B반 국어 수업으로 노들과 함께하고 있는 송나현입... file
1068 2023년 겨울 136호 - 똑똑똑, 취재 왔어요 / 비마이너읽기반 똑똑똑, 취재 왔어요 노들야학 〈비마이너〉 읽기반의 미술반 취재기        〈비마이너〉 읽기반 (명학, 희자, 인혜, 오성, 세현, 기대, 혜민) 목요일 3, 4교시 ... file
1067 2023년 겨울 136호 - 움직이는 진 무리 / 하마무 움직이는 진 무리        하마무 진 수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목요일 진 수업이 인생의 낙입니다. 사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Zine) 수업에... file
1066 2023년 겨울 136호 - 또 다른 감각, 노들야학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이야기들 / 이민제 또 다른 감각 노들야학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이야기들        이민제 들숨 날숨 잘 호흡하며 살고픈 우주 시민. 현재, 실상사 작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 file
1065 2023년 겨울 136호 - 고마운 노들의 식구들에게 / 구김본희 고마운 노들의 식구들에게        구김본희 푸른꿈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2023년 여름, 노들장애인야학에서 3주간 인턴십으로 함께 했습니다.         ...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6 Next
/ 56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