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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준비위원장의 말]

사랑사랑 내 사랑 노들야학, 오래오래 오래도록 백일장!

 

 

 이예진

어쩌다보니 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준비위원장을 맡게 된 사람, 질척하고 지난한 노들야학만의 순간들을 더 많이 발견하고 싶은 사람.

 

 

 

 

  노들야학의 백일장에는 야학의 공부와 투쟁, 일상과 지원, 표현하고 이야기하기, 드러내고 보여주기 같은 다양한 쟁점들이 전부 얽혀있습니다. 표준화된 말과 글의 형태를 가장 익숙하게 접해 온 저에게 야학의 춤과 그림, 말과 소리가 준 어떤 충격의 순간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 어떻게 잘 전달하고 어떻게 작은 파장이나마 일으킬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하게 되는 활동가들의 순간순간이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각자 활동지원사가 누구인지 따라, 가족의 존재나 그들과의 관계에 따라, 야학과의 친밀감이나 소속감 정도에 따라 이들의 이야기를 지원할 수 있는 정도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백일장에서만 해도 그런 지원 정도의 차이에 따라 작품의 제출 여부부터 달라지고 마는 점에서 그걸 다시금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 간의 그런 차이에 개개인의 ‘역량’은 과연 얼마나 개입될까, 누군가는 작품을 내고 싶었는데도 좌절해야만 하진 않았을까, 그런 격차들이 일상적 차원의 지원에서도 나타나지 않을까, 많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노들야학의 백일장이 야학의 모두에게 잘 가닿을 수 있을까요?

 

  아직도 위 질문에 대한 답은 미궁 속에 있습니다. 이렇듯 노들야학에는 이야기를 전달 혹은 번역하는 데에 실패하는 순간들이 너무나도 많은데요. 그 실패를 어떻게 넘는지 또한 값진 과정일터, 항상 그때그때 주어진 일을 해결하는 데에 바빠 그 경험과 감각을 하나하나 잘 기록해두지 못하는 것이 늘 너무나 아쉽습니다. 당연히 모두가 이 작품들에 대해 같은 감각을 갖진 않을 겁니다. 이 특집에 실린 백일장 작품들도 이걸 쓰고 그린 학생들을 더 많이 알아갈수록, 시간과 노력을 더 많이 쌓아갈수록, 이 작품들이 지닌 어딘가 거친 면모를 넘어 어떤 언어와 마음을 담고 있는지 저리도록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학생들과 쌓아가는 모든 시간들, 일상의 모든 실패들, 거기에 겹쳐지는 모든 사랑과 미움의 경험들이 각각의 작품들을 볼 때 서로 다른 무게를 주는 것이겠지요.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던 글과 그림이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올 이 인식의 틈을 어떻게 좁혀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 적어도 아직까지 저에게 야학은 그런 변화와 노력에 대한 믿음을 주는 곳인 듯합니다. 이런 믿음의 공간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람들, 특히 이번 백일장을 함께 꾸려간 국어 선생님들, 글쓰기 수업 선생님이자 심사위원장을 맡아준 지훈, 탈탈탈 출품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민경, 언제나 든든한 〈비마이너〉의 편집장이자 기쁘게 심사를 맡아준 혜민, 본격적으로 심사를 시작하기 직전 갑작스럽게 심사위원을 제안했는데도 흔쾌히 응해준 찬욱, 행사 전반을 함께 진행하고 작업하느라 고생한 영희, 이외의 모든 야학 성원들…. 한 사람이라도 없었다면 잘 진행되기 어려웠을 거라는 것만큼은 감히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도 글이라는 표현 매체를 통해서야 제가 바라는 저 자신의 운동이 더욱 강해질 수 있겠다고 감히 확신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스스로의 이야기를 잘 써내려가고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잘 풀어낼 수 있을지는 아주 큰 고민거리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저 자신이 그저 ‘말을 옮기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저 또한 노들야학의 일원으로서, 이것은 ‘우리’의 언어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라는 사실, 서로의 역할과 위치가 다를지라도 저 또한 그저 도우러온 사람이 아닌 함께 일궈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항상 마음에 잘 새겨보려고 합니다. 이런 야학의 정신에 너무나도 중요한, 곧잘 인용되는 한 문장을 옮기며 글을 마쳐보려 합니다.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여기에 오셨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당신의 해방과 나의 해방이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함께 일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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