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오만 일천 칠백 사십 사 시간 동안

 

 

 

 조정은

들다방 6년 지기

 

 

 

 

조정민1.jpg

 

  안녕하세요, 들다방 근로지원인 조정민입니다. 제가 들다방에서 바리스타분들과 함께 일한 지가 오만 일천 칠백 사십 사(51,744) 시간, 그러니까 거의 6년이 다 되어 갑니다. 들다방에서 잡 코치(job coach)로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제가 이렇게 오래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6년이란 기간 동안 들다방과 함께했지만, 저에게 ‘평등한 밥상’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행사였던 것 같습니다. 행사 날에도 평소처럼 매장에서 들다방 업무를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해야 했거든요. 매년 티켓을 구매했지만 그 티켓을 사용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냥 야학 학생들의 식사를 위해 내가 기부하는 것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등한 밥상’은 내가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은 건물 안에서 들다방을 지켰고, 퇴근하면서 잠깐 행사장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지요.

 

  그런데 올해는 저에게 평등한 밥상 행사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6년 동안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행사를 함께 즐겨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남편과 함께요.^^ 남편에게 우리 회사에서 노들야학 장애인들의 급식 기금 마련을 위한 행사를 하는데 참여할 의사가 있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퇴근 후 남편과 만나서 맛있는 음식도 사 먹고, 대항로 건물의 선생님들이 열심히 준비한 행사도 함께 즐겼습니다. 맨날 이야기로만 듣던 남편도 제가 일하는 데가 어떤 곳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지나가던 박경석 선생님을 보고는 “어, TV에서 많이 보던 분인데…”라며 거의 연예인을 보듯 사인받을 기세였습니다.ㅋㅋㅋ

 

  여기저기에서 저를 아는 야학 학생분들이 남편에게 반갑게 인사해주고, 남편도 친구처럼 웃으며 인사하고 손 잡아주는 모습이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낸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장애인분들에게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가 주는 남편의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려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뮤지컬도 보면서, 박수 치고 웃으며 행사를 즐기던 남편의 첫마디가 “여기는 장애인들의 천국이네. 이렇게 함께 어울려서 편견 없이 즐길 수가 있는 행사가 있을까? 여보, 정말 멋진 곳에서 일하는구나” 였습니다. 맞네!!! 내가 일하는 이곳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곳이었네. 남편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왜 여태 나는 여기서 함께 어울려 행사에 참여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남편의 말처럼 장애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평등한 밥상’ 같은 행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고, 앞으로는 저도 이곳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일원이 되어 보려고 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1080 2023년 겨울 136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 김도현 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도현 〈노들바람〉 편집인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2023년이 꼭 열흘 남은 시점입니다. 상투적인 말이긴 하지만, 시간이 ...
1079 2023년 겨울 136호 - [형님 한 말씀] 후원자님께 드립니다 / 김명학 형님 한 말씀 후원자님께 드립니다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안녕들 하세요.     계절은 어느새 겨울로 접어들고... file
1078 2023년 겨울 136호 - [노들아 안녕] 노들야학은 최고의 학교 / 하지연 노들아 안녕 노들야학은 최고의 학교        하지연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하지연입니다. 반갑습니다. 딸 여섯 중 넷째입니다. 막내하고 아파트에... file
1077 2023년 겨울 136호 - [노들아 안녕] 낙인찍힌 몸을 자긍심으로 / 하마무 노들아 안녕 낙인찍힌 몸을 자긍심으로        하마무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하마무입니다. 하마가 무를 먹는다, 이렇게 외우시면 되겠습니다.^^ 저... file
1076 2023년 겨울 136호 - [노들아 안녕] 노들아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 박선진 노들아 안녕 노들아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박선진             안녕하세요, 노들센터 신입활동가 박선진입니다. 활동명은 지니이고요. 노들센터에서 권리중심... file
1075 2023년 겨울 136호 - 무수히 고유한 / 서한영교 무수히 고유한  노들에스쁘와 어라운드 공연 2022~2023      서한영교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탈탈탈팀 & 김유미, 「그림의 벽」, 2022, 그래픽 천에 ... file
1074 2023년 겨울 136호 - '세상에 없던 학교' 노들야학의 서른 해 / 강혜민 '세상에 없던 학교' 노들야학의 서른 해  노들장애인야학 30주년 개교기념제 현장 취재기      강혜민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비마이너〉 기자           쿵쿵차... file
1073 2023년 겨울 136호 - [노들은 사랑을 싣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 제작합니다 / 조상지 노들은 사랑을 싣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 제작합니다  영화반의 노들야학 30주년 축하 영상 제작 일기      조상지 노들장애인야학 부총학생회장           ... file
1072 2023년 겨울 136호 -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준비위원장의 말_ 사랑사랑 내 사랑 노들야학, 오래오래 오래도록 백일장! / 이예진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준비위원장의 말] 사랑사랑 내 사랑 노들야학, 오래오래 오래도록 백일장!      이예진 어쩌다보니 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준비위...
1071 2023년 겨울 136호 -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심사위원장의 말_ '심사'를 '숙고'하기 / 이지훈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심사위원장의 말] '심사'를 '숙고'하기      이지훈 노들야학에서 글을 함께 쓰고 삶을 다시 짓는 사람           2023년 7월 25일... file
1070 2023년 겨울 136호 -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수상작을 소개드립니다!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수상작을 소개드립니다!           이번 ‘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에는 35명의 학생이 총 46개의 글과 그림을 출품했습니다. 백일장... file
1069 2023년 겨울 136호 - 얼렁벌렁한 첫 연구수업을 끝내고 / 송나현 얼렁벌렁한 첫 연구수업을 끝내고        송나현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안녕하세요, 이번 학기 청솔1-B반 국어 수업으로 노들과 함께하고 있는 송나현입... file
1068 2023년 겨울 136호 - 똑똑똑, 취재 왔어요 / 비마이너읽기반 똑똑똑, 취재 왔어요 노들야학 〈비마이너〉 읽기반의 미술반 취재기        〈비마이너〉 읽기반 (명학, 희자, 인혜, 오성, 세현, 기대, 혜민) 목요일 3, 4교시 ... file
1067 2023년 겨울 136호 - 움직이는 진 무리 / 하마무 움직이는 진 무리        하마무 진 수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목요일 진 수업이 인생의 낙입니다. 사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Zine) 수업에... file
1066 2023년 겨울 136호 - 또 다른 감각, 노들야학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이야기들 / 이민제 또 다른 감각 노들야학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이야기들        이민제 들숨 날숨 잘 호흡하며 살고픈 우주 시민. 현재, 실상사 작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 file
1065 2023년 겨울 136호 - 고마운 노들의 식구들에게 / 구김본희 고마운 노들의 식구들에게        구김본희 푸른꿈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2023년 여름, 노들장애인야학에서 3주간 인턴십으로 함께 했습니다.         ... file
1064 2023년 겨울 136호 - 들다방 급식이 달라졌어요 / 오하나 들다방 급식이 달라졌어요 노들장애인야학 급식소는 비건식도 해낸다!        오하나 들다방 마감 & 청소 담당. 동물들이 편히 머물다 갈 수 있게, 작당하고 ... file
1063 2023년 겨울 136호 - 들다방이 상을 받았습니다 / 박준호 들다방이 상을 받았습니다        박준호 들다방 4년차           들다방이 상을 받았습니다. 들다방은 대항로 건물 4층에서 밥을 하고 커피와 음료를 파는 곳입... file
» 2023년 겨울 136호 - 오만 일천 칠백 사십 사 시간 동안 / 조정민 오만 일천 칠백 사십 사 시간 동안        조정은 들다방 6년 지기             안녕하세요, 들다방 근로지원인 조정민입니다. 제가 들다방에서 바리스타분들과 ... file
1061 2023년 겨울 136호 - [장애인권교육 이야기] 장애인권 교육을 위한 인권 공부 / 임미경 동네 한 바퀴장애인권교육 이야기 장애인권 교육을 위한 인권 공부        임미경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우리는 우리의 자리에서 인권을 이야기합니다....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4 Next
/ 54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