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봄 126호 - 가짜정당’의 세상을 바꾸는 ‘진짜투쟁’, 탈시설장애인당의 71일 / 유금문
‘가짜정당’의 세상을 바꾸는
‘진짜투쟁’, 탈시설장애인당의 71일
유금문 |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와 노들야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야수에서 몸짓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3일,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서울”을 위한 탈시설장애인당이 창당했다. ‘가짜정당’, ‘위성정당’ 그리고 ‘투쟁정당’인 탈시설장애인당은 3월 24일 스스로 예고했던 해소 날에 맞춰 ‘진짜투쟁’을 선포하며 기자회견을 끝으로 당 활동을 마감했다. 변화에 대한 기대도, 인권과 존중도 사라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시기에 창당부터 자진해소까지 ‘투쟁’만을 외쳤던 탈시설장애인당은 71일간 어떤 활동을 했을까.
“본 선거 시작 전에 해소할 가짜정당”
‘가짜정당’인 탈시설장애인당은 5개 시·도당에 5,000명 이상의 당원을 요구하는 정당법을 가볍게 무시한 채, 돈도 당원도 아무것도 없이 11명의 서울시장 후보만을 내세우며 창당했다. 참여자의 목소리보다 해산을 요구하는 경찰의 경고방송이 더 컸던 창당대회에서 11명의 가짜 서울시장 후보자는 각자의 삶을 녹여낸 정견발표문을 통해 장애인의 ‘진짜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탈시설장애인당’의 활동이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에 위배되며, 이는 각각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원 이하의 벌금,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선거 때마다 장애인을 위한 쉬운 공보물과 그림투표용지를 요구했음에도 묵묵부답이던 선관위는, 장애인이 직접정치를 시작하자마자 “그건 불법이다!”라며 정치활동을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탈시설장애인당은 모든 선전물에 스스로를 가짜정당으로 명시하고, 본선거전에 해소할 것이라는 것을 밝혔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탈시설장애인당에 정당법 위반을 문제삼았다. 이는 장애인의 직접정치에 대한 탄압이지만, 동시에 탈시설장애인당의 투쟁이 ‘진짜투쟁’이었음을 반증하기도 한다. ‘가짜정당’인 탈시설장애인당은 곧바로 “선관위가 가짜정당을 진짜정당으로 왜곡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고, 장애인의 정치활동을 막는 선관위의 공문에 정면돌파했다. 11명의 후보들 역시 노역까지도 결의하며 탈시설장애인당을 사수했다.
“2021년 보궐선거에서 장애인의 의제를 알려내고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위성정당”
탈시설장애인당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위성정당’이다. 1월 13일 창당 직후부터 탈시설장애인당은 진보적 장애운동의 최전선을 지켜왔다. 이동권투쟁, 탈시설투쟁, 농성투쟁 등 어떤 투쟁현장이든 탈시설장애인당의 후보들이 피켓과 함께 맨 앞자리를 지켰고, 발언으로 함께했다. 장애운동의 현장뿐만 아니라 연대투쟁에도 빠지지 않았는데, 노동권정책 추경진 후보와 함께 김진숙 지도위원 도보행진에 함께했고, 장애여성정책 장주연 후보와 세계 여성의날 연대의 런데이에 참여했다. 또한 故백기완 선생님의 노제에도 함께했다.
‘위성정당’답게 정치활동에도 앞장섰는데, 진보당, 기본소득당, 열린미주당, 미래당, 국민의당의 후보를 만나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서울’을 위한 11대 장애인정책요구안을 전달했고, 정책협약을 맺었다. 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켜온 현장에서의 대중투쟁이 정치적으로 모아지는 순간이었다. 탈시설장애인당은 71일간 ‘진보적 장애운동의 위성정당’으로서 정치활동을 톡톡히 해왔다.
“장애인의 힘으로 만드는, 장애인차별철폐에 공감한다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탈시설의 전선을 구축하고 장애해방을 앞당기는 ‘투쟁정당’”
‘투쟁정당’인 탈시설장애인당의 활동은 “나중정치에 투쟁하는 장애인의 직접정치”였다. 2021년 현재에도 장애인의 삶은 ‘나중에’에 갇혀있다. 장애인은 언제 시설 밖으로 나가서 살 수 있냐는 물음에도 한국사회의 답은 늘 ‘나중에’였고, 장애인은 언제 시외버스를 탈 수 있냐는 물음에도 대답은 ‘나중에’였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장애인의 생존권과 교육권은 ‘나중에’였다.
사실 ‘가짜정당’이자 ‘투쟁정당’인 탈시설장애인당의 실체는 진보적 장애운동의 현장을 지키는 수많은 동지들이다. 당은 진보적 장애운동이 지켜왔던 거리와 농성장의 ‘위성정당’이었을 뿐이다. 71일간 탈시설장애인당은 현장에서의 투쟁이 곧 장애인의 직접정치였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탈시설장애인당은 해소했지만, 장애해방을 앞당기는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 투쟁의 현장에서 다시 ‘거리의정치’, ‘장애인의 직접정치’를 외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