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가을․겨울 109호 - 수백억의 더러운 유착은 병들고 죽어간 삼성 노동자들의 피눈물
수백억의 더러운 유착은 병들고 죽어간 삼성 노동자들의 피눈물
박근혜는 퇴진하라!
최순실과 삼성 이재용을 처벌하라!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하라!
권영은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 그림, 녹색을 좋아합니다. 탐욕과 센스 없음을 싫어합니다. 반올림 농성장에서 잔소리하며 종종거리는 시간이 대부분이지만, 틈틈이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대하여』를 읽습니다. 언젠가는 제 안도 들여다볼 사색의 시간이 넉넉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한 국정 농단 사태가 박근혜-최순실-삼성의 비리와 유착으로 얽혀져 있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반올림과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이 삼성 서초 사옥이 있는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 배제 없고 투명한 보상, 재발방지 대책의 성실한 이행’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 지 1년이 넘도록 삼성은 아무런 답변이 없었습니다. 그 동안 삼성은 오른손으로는 스물 몇, 서른 몇 살에 죽어간 피해자들의 부모에게 목숨 값 몇 천을 쥐어주고 입막음을 시도하면서, 왼손으로는 수백억이 넘는 돈을 최 씨 측에 갖다 바쳤습니다. 그래서 반올림은 삼성직업병 피해자들과 함께 참담한 심정으로 11월 3일 시국 선언에 나섰습니다.
백혈병 피해자엔 500만원, 최순실에게는 수백억 뇌물?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이 걸린 딸아이가 죽어 가는데 삼성은 500만원을 내밀었습니다. 황상기 씨의 억울함을 듣고 2007년에 반올림이라는 단체가 결성된 후 9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간 삼성 반도체와 엘씨디 공장에서 드러난 피해자가 사망자만 76명이고, 백혈병이나 뇌종양 등으로 병든 노동자는 제보가 이루어 진 것만 224명입니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두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고, 하반신이 마비되고, 이틀에 한번 투석을 하고, 혼자서는 밥도 먹을 수 없는 장애를 입은 피해자들, 병든 몸으로 일을 할 수 없어서 기초수급자가 되어 생활비조차 없는 이들이 허다합니다. 삼성 핸드폰을 만드는 하청공장 노동자들은 메탄올에 중독되어 두 눈이 실명되기도 했습니다.
영업 비밀 핑계로 산업 재해 증거 은폐
그 긴 세월 동안 반올림은 삼성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들의 산업 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싸웠습니다. 산업 재해를 인정받으려면 아픈 노동자나 유족이 증명을 하라는데, 삼성은 공장에서 쓰이는 화학물질들의 이름과 성분도 영업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안전보호구 현황마저도 영업 비밀이라며 감췄습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무슨 유해물질에 노출되는지 전혀 알지도 못한 채 죽어갔는데 말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뒤에 삼성 이재용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수방관했습니다. 검찰 수사 같은 건 아예 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정부는 삼성 편을 들며 작업 환경과 관련된 안전 정보를 삼성의 영업 비밀이라고 감췄습니다. 산업 재해를 인정받으려면 노동자가 증명하라는 부당한 제도를 수정하고, 정부가 삼성 직업병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 유엔(UN)의 권고도 모른 채 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하에 삼성 이재용은 지난 10월 27일 삼성전자 등기 임원으로 선임되는 화려한 대관식을 가졌습니다.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의 권력 승계를 위해 계열사 주가를 조작하고, 온갖 편법과 불법적 방법을 자행해 온 끝에 이제 권력 승계를 마무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국민연금이라는 공적 기관의 공조 덕분에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박근혜-최순실-삼성 등 재벌의 수백억대의 비리와 유착은 이 대한민국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었는지, 누가 진짜 우리를 지배해 왔는지, 그리고 삼성의 무소불위의 권력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11월 5일 박근혜 퇴진 민중총궐기에서 반올림은 박근혜-최순실-삼성의 수백억의 더러운 유착은 병들고 죽어간 삼성 노동자들의 피눈물이라고 외치며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최순실과 삼성 이재용을 처벌하라!!
반올림 농성이 1년이 넘어가는 현재까지도 삼성은 거리에 선 피해자들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시린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반올림과 피해자 가족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지켜보고 격앙될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이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거부하고 대화를 보류하며 결국은 얼마의 적은 ‘돈’으로 직업병 문제를 덮으려 할 때, 한편으로는 독일을 오가며 최순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노조 문제 협력과 연구비 지원을 약속’ 받았다고 하니 말입니다. 수백 명 노동자들의 목숨과 피의 대가가 어떤 방식으로 더러운 거래에 이용되고 있는지를 보고 있자니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반올림은 민중총궐기가 있던 11월 12일 ‘박근혜 퇴진’과 함께 ‘삼성 이재용을 처벌하라’를 외쳤습니다. 삼성직업병 피해자 224명을 대신하여 224명이 방진복을 입고 ‘박근혜 게이트의 최대 수혜자는 삼성이다. 최순실 일가에게는 수백억 뇌물을 주고, 백혈병 노동자에겐 500만원을 내민 삼성을 용서할 수 없다. 박근혜 게이트 최악의 공범, 삼성 이재용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탐욕의 제국 삼성과 박근혜 정부가 부디 사과-퇴진-구속-처벌로 이어지기 바랍니다. 더 이상의 고통이 삼성노동자에게도, 우리나라 국민에게도 계속되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