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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아 안녕

오랜만에 써 보는 자기소개서

 

 

 이현정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이현정1.jpg

 

 

  나 자신을 누군가에게 소개하는 글, 정말 오랜만에 써보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지난 20년 정도는 특별히 자신을 소개할 일이 없었어요. 생각해보니, 참 재미없는 삶입니다. 그저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라는 직분 명을 가지고 직장과 연구현장, 각종 회의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아왔네요. 이번 기회에 저 자신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아들 한 명과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둘 다 제가 참 좋아하는 존재들입니다. 아들은 지금 중학생으로 거뭇거뭇 수염이 나고 있는 청소년이지만, 2008년 낳았을 때 평생의 어느 때보다 행복감과 환희를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 박사과정 학생이었고, 돈도 없이 가난하게 국가 보조를 받으며 사는 상황이었는데, 갓난아이가 어찌나 움직임이 신기하고 동글동글 귀엽던지 그야말로 매일매일 흥분했어요. 강아지는 말티푸라고 말티즈와 푸들 혼종인데, 까만색 강아지입니다. 아이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해서 유기견센터를 포함해서 이곳저곳 다니다가, 우연히 애견숍에서 직원이 “이 까만 강아지는 까만색이라서 아무도 데려가지 않아요”라고 하길래 제가 데려왔습니다. 콩자반을 닮아서 이름은 콩이입니다. 비록 밤늦은 시간에야 함께 있을 수 있지만, 이 두 존재와 함께 살면서 저는 꽤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친구도 없고, 취미도 없는 생활을 해왔습니다. 누군가가 “주말엔 뭐 하세요?”라고 물으면, 독서. “쉴 땐 뭐해?”라고 물어도 독서. 늘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생각하는 게 일이고 휴식이고 취미입니다. 한 번은 다른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부러워서 저도 취미를 가져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서 도예를 시작했는데요.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하는 동안 아주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도예를 한 지가 3년 정도 됩니다. 집에 제가 만든 그릇들이 꽤 있어요. 그런데 노들장애인야학에 교사로 지원하면서 도예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취미가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 저는 유튜버입니다. 〈이교수의 책과 사람〉이라는 채널을 운영한 지 1년 정도 되었습니다. 제가 책을 좋아하고, 또 사람을 연구하는 직업이라서 이런 제목의 채널을 만들었는데요. 일주일에 두 번씩, 두 권의 책 이야기가 올라갑니다. 가끔 다양한 저자를 초대해서 인터뷰하기도 해요. 제가 보기엔 꽤 재미있고 또 진심으로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구독자가 빨리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지금 6천 명이 좀 넘었습니다. 『노들바람』의 독자분들께서도 꼭 구독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20대부터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하고 살아왔는데, 그 역사를 다 줄줄이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는 연구와 실천을 같이 해나가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운동, 여성운동, 세월호참사 이후 진상 규명 운동 등 여러 일에 관여해 왔고, 조직을 만들기도 했고, 또 지금도 참여하고 있고요. 세월호참사는 가장 최근에 제가 연구하고 실천한 분야라서, 아직도 하는 일이 꽤 있습니다. 4.16기억저장소 이사이고, 안산트라우마센터 자문위원장이고, 4.16민주시민교육원에서도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장애 운동에 관심을 가질 생각입니다. 그래서 노들장애인야학에 들어왔고요. 노들야학의 식구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또 앞으로 함께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저에 대한 소소한 소개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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