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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보다 더 두려운 것

 

김상희 | 노들센터 4년차, 버티는 삶에 대한 실험 중.

 

 

 

코로나19가 뭐길래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확인하는 일이 생겼다. 나의 몸 상태를 체크하는 일이다. 10년 전에 목 수술을 크게 받은 뒤로 기관지가 상당히 안 좋아졌다. 걸핏하면 편도염이 붓고 열이 오르며 날씨에 따라 목 상태가 달라진다. 응급실 찾는 일도 잦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 증상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이 증상에 대해 평상시처럼 올 것이 오는구나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다. 바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나의 익숙한 질환이 점점 다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수없이 했던 기침은 사람들 눈초리를 살피며 참는 상황도 많아지고 있다.

 

현재 온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또 한 번 전염병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내가 만약 코로나에 걸린다면?’ 이 생각 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렵게 예약한, 매주 다니던 물리치료도 중단했다. 불특정 다수에 의한 집단 감염이 높아지니 가지 않게 되었다. 다니던 병원이 국민안심병원이라고 지정됐어도 안심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방어인 셈이다. 활동지원인도 병원에 다니는 것을 불안해하는 눈치였다. 당장 온몸의 근육이 쑤셔와도 병원을 안 가는 게 나를 지키는 길이라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왔다.

 

요즘 나는 모든 것에 촉각을 세우며 의심의 감각이 뾰족하게 살아있는 것처럼 생활하고 있다. 몇 년 전 메르스가 유행할 때 사 뒀던 남은 마스크를 다시 꺼내어 쓰고 손소독제를 사들었다. 호흡이 예전만큼 못한 나는 마스크 쓰는 것도 힘들게 느껴졌다. 교통비가 부담되지만, 지하철 이용을 안 하고 장애인 콜택시로만 출퇴근하며,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도 코로나19가 묻어있지 않을까란 의심으로 개인 소독제를 뿌리면서 다닌다. 주변인으로부터 유난스럽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감염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러면서도 이 보이지도 않은 바이러스에 이토록 예민해야 할까, 생각도 든다. 죽음이 두려워서? 아픈 게 무서워서? 아니다. 내가 그렇게까지 두려운 이유는 감염보다 더 무서운 공포가 밀려오기 때문이다.

 

- 감염보다 두려운 것들

 

나는 전염병이 유행하면 감염의 우려보다 다른 공포로 두렵다. 나는 장애상 매일 밀접한 거리에서 신변보조를 받으며 사람들과 접촉해야 한다. 하루라도 몇 번씩 머리에서 발끝까지 활동지원인 손을 거쳐야 해서, 전염병이 유행하면 긴장하게 된다. 나나 지원인이나 상대에게 전염시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병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나로 인해 병에 걸리게 될 사람들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죄책감이 든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남에게 병을 전염시키고, 혹은 전염시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은 모든 면에서 매우 위축감이 들게 한다.

 

만약 활동지원인이 자가격리라도 되어 갑자기 올 수 없게 된다면, 활동지원인에게 익숙해진 나의 몸은 그만큼 그의 공백을 더 크게 느낄 것이다. 평소에도 활동지원인이 바뀔 때면 서로 익숙해질 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활동지원인들은 나를 옮기는 과정에서 호흡이 안 맞아서 나를 바닥에 주저앉게 해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만 한 시간 넘게 걸렸던 적도 있다. 지원인 혼자 할 수 없는 상황이면 가까운 지인을 부르거나 119에 신고하여 구급대원을 불러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럴 때면 나는 넘어지면서 다친 나의 몸보다 당황해하는 활동지원인을 다독거리며 괜찮다고 웃음 지어 보이곤 했다. 혹시 이 상황에 겁먹어서 그만둔다고 할까 봐 더 의연한 척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그 웃음이 잘 나오지 않는다. 사실 나에게는 신체가 무참하게 무너져 내려서 무기력하게 널브러져 있어야 하는 상황으로 절망이고 고통이었다. 그 상황을 될 수 있으면 마주하고 싶지 않다. 안 그래도 장애가 심해질수록 나의 신체는 더욱 무기력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실시간 뉴스를 보며 격리자 수에 내가 포함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 일상에서 수시로 보조가 필요한 내게 격리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설사 공공의료기관에 있는 음압병실에 입원한다고 해도 비장애 감염자보다 지원이 더 필요한 나는 아픈 몸과 함께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병원 입원을 여러 차례 해 봤던 경험에서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마다 내가 바라봤던 의료진들은 중증장애를 가진 환자가 낯설고, 섬세한 지원을 할 만큼 몸과 마음이 여유롭지 않았다. 그래서 코로나에 걸린, 전염성이 강한 중증장애 감염자에 대한 지원 또한 서로 원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다. 많은 병원에서 병만 남고 환자의 인권은 사라진다. 간혹 구석진 벽에서 환자의 권리 문구가 새겨진 벽보를 볼 수 있지만 그 벽보는 형식적인 액자 장식용 같았다.

 

최근 내가 사는 동네에도 확진자가 나오고, 대구에 장애인 확진자도 생겨나면서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긴급하게 장애인 확진자를 위한 지원방안이 생겨나고 있지만 걱정을 아예 안 할 수가 없다. 확진자를 위한 활동지원인이 파견된다 해도 이처럼 내겐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 ‘격리라는 말이 불편한 이유

 

전염병이 유행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가 격리. 전염병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을 가둬 놓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야 자신이 사는 곳이 안전해지니깐. 너무나 간편하게 불편한 존재에 대한 격리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에 나는 평소에도 공포를 느끼며 살고 있다.

 

최근 뉴스에선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격리조치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럴수록 난 더 무서워진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목숨이 달린 문제에서 객관적일 수 없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도 왠지 씁쓸하다.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격리된 사람들은 어떻게 그 두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사회로부터 위험요소로 분리된 그들은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게 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버텨내고 있을까.

 

그렇다고 전염성이 있는 사람을 내버려 두자는 말은 아니다. 따로 떨어져 있는 그들의 권리를 무엇으로 채워나가고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미 안전함이 확보된 사람들의 안녕의 언어가 아닌 감염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언어로 대체되어야 한다. 따라서 격리라는 말 대신 다른 말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자신의 몸은 아파도 삶의 존엄성은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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