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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바람을 여는 창
by 뉴미


올해 4월 20일 아침 8시 40분 경 동대문 앞 횡단보도.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활동가들이 목에는 사다리를 걸고 온몸엔 쇠사슬을 두르고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부양의무제 폐지하라” 외쳐댔습니다. 갑작스런 시위에 교통경찰은 잔뜩 난감해하며, 저 분들 좀 말려달라고 했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여기서 이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저기 차들 좀 보세요.”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도 꿈적도 않고 계속 구호를 외치는, 의지의 활동가들.

저는 이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2009년 4월 20일에도 중증장애인 활동가들은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이 사다리와 쇠사슬을 건 채 구호를 외쳤습니다. 2009년 4월 20일에도 비가 왔고, 차들의 빵빵 소리와 운전기사들의 욕설이 똑같이 퍼부어졌습니다. 억압의 계속, 투쟁의 반복, 산다는 건 이런 것일까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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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2015년 4월 20일 동대문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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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2009년 4월 20일 동대문 앞



5월 17일은 서울 광화문역 지하보도에 천막을 치고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는 농성을 한 지 천일이 되는 날입니다. 천일 동안 이 세상은 무엇이 바뀌었을까 의문스러운데, 우리가 맞이한 죽음들은 명확합니다. 광화문농성장엔 고 김주영 활동가를 시작으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열한 분의 영정이 모셔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붙잡아매지 못한 죽음이 더 많을 겁니다. 가난한 이들의 죽음은 너무나 조용하기에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인천 해바라기 장애인거주시설에 살던 지적장애인 이아무개 씨가 지난 1월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이 씨는 작년 12월 25일 온몸에 피멍이 든 채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습니다. 이 씨가 왜 그렇게 죽어갔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의 죽음은 여전히 ‘의문사’로 남아있습니다.

저는 이 의문사 역시 익숙합니다. 갇힌 공간에서, 세상에 없는 듯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살아있지만 이미 잊힌 지 오래인 이들의 목숨, 스스로 큰 소리 내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목숨은 잔인하게도, 가벼웠습니다. 세상은 이들의 반복된 죽음에 무뎌졌고, 그렇게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목숨들은 그만큼 아무렇지 않게 다뤄졌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죽음들 앞에서 더 요란해지고 싶습니다. 억울한 죽음을 붙들어 매고, 이유 모르는 죽음에 끈질기게 들러붙어서, 길을 막고, 욕을 먹고, 손가락질 받는 게 차라리 더 낫지 않은가 싶습니다.

“출근길 교통대란을 일으킨 중증장애인에 대한 손가락질의 수와 길이와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이 사회와 권력의 무책임과 잘못된 방향에 대한 저항이 깊고 폭넓어질 것이다.” - 끈질김의 대명사 박경석 교장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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