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최유리입니다. 노들야학의 교실 공간 확보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글을 올립니다. 지금 노들야학이 있는 장소는 학생들이 수업을 받으려고 교실로 이동할 때 휠체어끼리 부딪히는 경우도 많고, 휠체어 2대가 서 있으면 사람이 지나다니기 빠듯합니다. 수업받는 교실도 학생들이 공간이 좁아서 더운 여름에도 다닥다닥 붙어서 수업받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조금 더 넓고 편한 장소들이 마련된다면 학생들이 더 편하게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장님, 저희 학생들이 맘 편하게, 더 넓고 편한 장소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노들장애인야학 최유리 올림
4월 14일, 노들야학은 현장학습 차원에서 서울시장실을 견학했다. 엄청 자주 데모해 재끼는 우리를 정말 받아줄 것인가, 살짝 들떠서 서울시청을 향했다. 이렇게 착한 견학생이 되어 관청을 방문해보기도 오랜만이다. 야학 학생들과 활동보조인, 교사까지 못해도 6~70이 되는 인원이 시장실에 만원 버스 타듯 줄줄이 구겨져 들어갔다. 그 와중에 내가 목격한 소동이 있었다. 미*언니는 박원순 시장님의 환영을 받으며 활짝 웃으며 시장실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만, 박원순 시장의 발을 밟고 만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가 탄 육중한 전동휠체어의 바퀴가 시장의 발 위를 넘어간 것. 반가운 마음에 쑹 들어가다 생긴 일이었지만, 박 시장은 “어어어, 괜찮습니다.” 했지만, 밟혀본 나는 안다. “... ...” 우리가 들어가기 전까지 분명 널찍하던 시장실이 어느새 꽉 차서 옆 사람 협조 없이는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박원순 시장은 우리의 방문으로 단방에 알게 되지 않았을까. 우리에게 교실이, 공간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하자센터처럼 독립적인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마당도 있고요.” 기회를 틈 타 나도 한마디 전했다.
사진 : 박원순 시장실에 입장하는 병기 학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노들야학 다니는 이준수입니다. 저는 집안 환경 어려워서 급식을 못 먹어습니다. 그래서 무상급식 제공으로 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니다” 노들장애인야학 이준수 올림
학생들이 이렇게 오타 내며 쓴 글을 맞춤법에 맞게 바로 잡아 보여주는 게 좋은지 아닌지 나는 늘 헷갈린다. 위는 그냥 옮겼다. 작년에 정말 어렵게 시작한 급식. 적자+적자+적자... 적자 행진이었다. 이 적자 속에서도 야학은 올해 밥값을 1000원 낮춰 2000원으로 결정했다. 누군가는 산수도 못 하냐며 구박했다. 하지만 우리도 산수! 한 거다! 한 달에 100만원이라도 버는 나 같은 사람에게 ‘한 끼 3000원’은 아주 착한 가격에 속하지만, 노들야학은 항상 그랬듯 쉬운 공간이 아니다. “... ...” 3000원이 없어서 급식실 앞을 어슬렁거리는 학생들, 여전히 간식으로 한 끼를 때우는 학생들. 늘 그랬듯, 모두에게 행복한 밥시간은 아니었다. 빈 틈은 늘 있다.
사진 : '교실이 필요해' 선전물을 머리에 쓴 김이준수 님.
사진 : 박원순 시장에게 보내는 노들야학 학생들의 손편지.
사진 : 마치 시장실 점거라도 한듯... 야학 사람들로 꽉찬 시장실.
홍준표 도지사처럼 시대를 역행하는 사람이 영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상급식!이 대세 아니던가... 무상급식, 평등한 밥상, 이런 것을 경험하는 것도 교육이랬다. 혼자만 잘 먹으면 무슨 재민겨. 평등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노들에게 급식은 치열한 일상, 함께 살아내려는 몸부림이었다.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투쟁. 박원순 시장은 급식 문제로 야학에 찾아온 적이 있다. 시장 연임 선거를 앞둔 때였던가. 아무튼 그날 나는 역시나 기회를 틈 타 “친환경 무상급식 해주세요” 한마디 전했다. 안전한 먹을거리로 급식... 가능한 날이 올까 모르겠지만 생각만 해도 기쁘다. 친환경 급식까지 못 가더라도, 무상급식만 되어도 야학 학생이 100명이 넘어가지 않을까. 사실 좀 두렵기도 하지만, ㅎㅎㅎ 같이 맘 편히 밥 먹을 수 있으면, 투쟁도 더 잘하고 건강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 꿈꾸니까 좋으네...
“과장님~ 노들야학 이 분들이 지금 말씀하시는 게 두 가진 것 같은데, 무상급식이랑 교육장 확보... 과장님~ 한번 알아봐주세요. 신경 좀 써주세요.” 박원순 시장은 이날 장애인복지과 과장님을 여러번 불렀다. “과장님~ 교실 확보 어렵습니까?” “과장님~ 저번에도 급식 얘기 드린 것 같은데~?” “과장님~” 시장님 위에 과장님이 있었다. 뭔가 재밌는 견학이었다. 시장실 책상 위엔 내 키보다 높이 서류들이 쌓여 있었다. 시장님도 야근하시나요?
그래서 시장님~ 과장님~ 우리 밥과 교실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