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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야학 학생 김호식님의 글입니다.



국회의원들에게 드리는 보고

 

 고매하신 국회의원 여러분! 

여러분들은 장애인으로 살아온 저의 인생담을 발표 하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당신들 덕에 가능했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당신들이 원하는 장애인에서 이야기꾼이 되었습니다. 착한 장애인으로 살았다면 여까진 못왔을 것입니다. 고집이 있었으니까 여까지 왔지 고집이 없었다면은 여가지 못 왔을 것입니다. 집에서 주는 거나 받아먹고 가만히 있었으면 계속해서 주는 거나 받아먹고 안전하게 살고자 하는 고집이 생겼을 것입니다. 저는 공부하겠다는 고집으로 여까지 왔습니다. 


 국회의원 여러분, 

다들 늙고 병이 듭니다. 또 어릴 적에는 마찬가지로 부모가 돌봐줘야 합니다. 늙거나 어려서가 아니어도 사람은 누구나 서로가 돌봐줘야 합니다. 그렇게 모두가 장애인인 거 아닙니까. 국회의원여러분, 당신들이 말하는 장애인의 본능은 당신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 만들어낸 두려움입니다. 그래서 내가 지금 당신들 앞에서 무슨 보고를 하는 것이 꽤나 우스운 일처럼 보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약간은 쓸슬한 마음으로 그러나 좋은

이야기구가 하고 당신들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장애인으로 내가 가장 먼저 배웠던 것은 고통을 참고 무언가에 다가가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골촌놈입니다. 

그 시골에서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싫어하게 하는 총을 쐈습니다.

그 총은 양복을 차려입고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한 마디로 그렇게 폼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저는 그 두려움 같은 것에 맞은 놈입니다. 두 방을 맞았는데 두 방다 가슴에 맞았습니다. 한 방을 맞고 나에게는 꼴통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마치 제가 다른 착한 장애인들과 오로지 고집스럽다는 것으로만 구별된다는 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총알도 가슴에 맞았습니다. 제가 거침없이 웃게 되는 것을 가지고 사람들은 총을 쐈습니다. 그들은 내가 웃을 때마다 아직도 나에게 좋지 못한 습성이 남아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웃긴 것을 두고 참는 습성이 좋은 것 인줄 모르겠습니다. 제발 총을 쏘는 그들의 변태같은 습성이 내 웃음을 가지고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총에 두 방 맞은 이후 제가 깨어난 곳은 궤짝이었습니다. 이 무렵 때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허탈했습니다. 정신을 치리고 보니 열아홉살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해서 복지관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좋았다면 술 먹고 노는 게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공부 진도가 안 나가는 애들 같은 경우에는 자원봉사자가 오면 붙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냥 술 마시며 놀다가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맨 처음에는 그런 것을 몰랐는데 나중에는 이상하게 얽혀 들어 갔습니다. 1년 정도 다녔는데 내가 공부 진도가 안 나가니까 복지관에서는 다른 진도 잘 나가는 애들만 뽑아서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다시 나에게 궤짝처럼 다가왔습니다. 나는 다시 이 궤짝에서 나와야만 했습니다. 궤짝은 돈 가지고 장난을 합니다. 어떤 복지관에 가면 사람들을 가두어놓고 하는 그런 면이 있습니다. 전화해서 관리 같은 것을 해서 복지관으로 들어오라고 연락을 합니다. 그리고 출석체크만 하고 가라고 합니다. 복지관은 그렇게 돈을 받고 함께 공부하지는 못했습니다. 장애인의 날 때 올림픽 공원에 애들을 우르르 풀어놓고 밥 먹고 놀다가 버스를 태우고 복지관에 와서 풀어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무엇이었는가 싶습니다. 복지관에서 출구가 보이지 않았을 때 다시

천사 짓을 그만두었습니다.


 너의 발가락 사이의 살을 할퀴어보아라. 그래도 너는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을 거다. 쇠창살이 너를 거의 두 동강 낼 때까지. 네 등을 거기 대고 눌러라. 그래도 너는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을 거다. 그렇게 저에게도 어떤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그때부터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나는 친구를 따라 야학에 갔습니다. 그 때 나에게는 출구가 친구였습니다.


 친구를 따라가며 제가 바랬던 것은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게 하는 것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자주 곡예사 한 명이 그네에 뛰어올라, 그네를 구르고, 도약하고, 상대방의 품안으로 날아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것 역시 인간의 자유구나 인간들의 자유란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해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자유가 있다면 서커스 단원처럼 안 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유가 정말 있으면 저렇게

까지 연습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는 것을 인간들은 자유라고 부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면 자기 뜻대로 남을 다루는 것을 자유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인간들은 남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엄청나게 이루어야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을 우월한 것처럼 이야기하곤 합니다. 근데 친구관계에 있어서는 함부로 대하게  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함부로는 그 함부로가 아닙니다. 

만약에 장애인 시설에서 바깥에서 사람들이 온다고 칩시다. 그러면 돈 많은 사라들이나 사회봉사하러 오는 사람들은 우월감이나 홍보하려고 그 짓을 합니다. 인간들은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두는 것에서 자유를 느끼고 있습니다. 친구관계라고 보자면 자기가 즐거워서 하는 것들을 함께하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복지관에서 나왔을 때 야학에 다녔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게 좋았습니다. 그리고 데모나 시위나 그런 거를 참여하면서 위로와 이해감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같이 술도 마시고, 그랬던 것이 특히 좋았습니다. 복지관에서도 술을 마시긴 했는데 그때보다는 조금 나은 것은 있었습니다. 차별적이지 않다는 것, 자기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은 아직도 잘 안되고 있긴 한데 마음은 남아있습니다. 또 시위나 그런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기는 하지만 왜 싸우는 지 알 수 있게끔 해준 게 좋았습니다.


 그러다 6년 전에 따로 집을 마련해서 살게 되었습니다. 싸우고 안 볼 것처럼 하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깝깝하고 답답했습니다. 내가 대범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저는 조그만 일에 잘 놀라는 성격입니다. 집 밖으로 나간다는 것이 많이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누나도 시집간 마당에 뭐 내가 집을 나와서 살지 못하라는 법도 없고, 그리고 엄마가 언제한번 나가 살 집에 대해 이야기를 해서 그 때 집을 나왔습니다. 그토록 원했던 것만도 아닌데 나와서 살아보니까는 살았습니다. 그때는 활동보조인도 없었고 그랬으니까 자립할 여건도 잘 안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활동보조가 생기고 하니까 나아졌습니다. 생활이라고 조금 말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살짝 살짝 건드려보는 수준인데 그런 수준에서 뭔가를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책 읽고, 만드는 모임도 같이 하고, 복지관도 나가서 운동도 함께하고 있고 그렇습니다. 출구라고 해야되나? 

나는 출구의 열쇠를 얻고 싶었습니다. 


 자유가 남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었다면 장애인으로서 살아가는 방식으로 출구들을 찾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얻어먹는 것, 당당한 거지근성이라고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이것도 어느 정도 해야겠다 싶습니다. 뭘 못하는 것의 장애인이 아니라 뭘 해보는 장애인도 되야겠다 싶습니다. 정부를 대상으로 내가 하고 슾은 것을 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도 나의 출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도하고자 하는 것은 그림이나 동화를 만드는 것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장애인들을 구속하고 억압하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전하고 싶다는 겁니다. 장애인들과는 함께 못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들이 지배적입니다.

여기에 경종을 울려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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