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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불러요 

 ‘합창과 연대’ 수업과 ‘세월호 기억식’ 이야기

 

 

 이예인

월, 화, 수, 목, 금 센터판에서 일해요. 금요일 저녁에는 노들야학에서 합창 수업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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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 좋을 때는 가만히 있어도 노래가 나와요. 슬프면 노래가 잘 안 나와요. 말도 잘 안 나오고요. 세월호 참사를 생각하면 마음이 그렇게 돼요. 올해는 2024년이에요.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10년이 지났대요.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을 떠올리면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어요.

 

  올해 노들야학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합창수업이 생겼어요. 416연대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억하려고 4160명이나 되는 합창단원을 모집한다고 했거든요. 수업은 매주 금요일 저녁이었어요. 교실 234에서, 선생님은 네 명이었어요. 학생분들은 3,4교시를 듣는 모두들이었는데 그보다 작게 모였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기억식에 나올 영상을 찍어 보내기로 했어요. 기억식날 안산에도 같이 가구요.

 

  개학식 하고서 첫 수업하던 2월에는 각자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을 꺼내봤어요. 뉴스를 봤던 이야기가 꽤 나왔어요. 티비를 봤는데 참사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는 이야기들. 한 학생분이 그때 사진을 보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에게 말해줬어요. 특강에 와준 선생님은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지금에 대해 전해줬어요. 안산에 대해서도요. 그 다음부터 진짜로 합창을 했어요.

 

  네버 엔딩 스토리, 화인,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영상으로 찍어 보낼 노래는 이렇게 세 개였어요. “손 닿을 수 없는 저기 어딘가”를 떠올리며 시작하는 네버엔딩 스토리. “이제 사월은 내게 지난 날의 사월이 아니다” 되새기는 화인.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외치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이렇게 세 곡을 쭉 들어봤어요. 익숙한 노래도 있었고 처음 듣는 노래도 있었어요. 들어보고 따라 부르고. 또 듣고 또 부르고. 그러면서 노란 리본 모양으로 포스트잇도 붙이고. 유리빌딩 2층 복도 천장에 노란 종이배도 달았어요.

 

  매번 수업이 끝나갈 때마다 합창 영상을 찍었어요. 바닥에 세워둔 핸드폰 카메라랑 마주보고 나란히 서 봤어요. 우리가 어떻게 부르고 있지? 알고 싶어져 수업에서 같이 보기도 했어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우리가 어떻게 불렀더라? 기억이 잘 안 났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영상을 다시 봤어요. 틀어둔 피아노 반주가 나와요. “손 닿을 수 없는 저기 어딘가” 부터 시작이에요. 오른쪽 왼쪽 손 흔들면서 박자 맞추는 사람이 있어요. 가사지 없이 앞만 보고 부르는 사람도. 누구는 딴 데를 봐요. 어디 보는지는 모르겠어요. 목소리가 아주 잘 들리는 사람도 있고. 입을 움직이는 사람. 입을 닫은 사람. 다른 노래로 넘어가면서 조금씩 웃는 사람. 노래 중간에 나오는 반주에서 2절을 다 같이 시작해버리기도 해요. 노래 부르면서 조금씩 움직이다가 화면 밖으로 나가는 사람도 있어요. 이제는 아예 안 보이네요.

 

  우리가 하는 합창은 사람마다 음이 다 달라요. 박자도 가사도 다 달라요. 우리가 부르는 노래가 매일 다르니까 합창 시간을 더 기다렸던 거 같아요. 전부 다른 소리. 어떤 날은 굳고. 어떤 날은 힘이 나고. 매일 다른 금요일에 밥 먹고 나서 같이 노래 불렀어요. 그 금요일들을 모아 416연대에 영상을 보냈어요. 그리고 모두 같이는 아니지만 4월 16일 안산에 갔어요.

 

  그날 안산 기억식에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어요. 날씨가 맑았어요. 저는 조금 더웠고요. 도착했을 때 자리가 거의 차 있어서 휠체어 들어갈 곳을 찾아야 했어요. 앉을 수 있는 의자도 찾고. 자리 잡고 나서 추모의 말을 들었어요. 죽음을 슬퍼하는 시도 들었어요. 전체 합창 시간에는 그날 합창하는 사람들이 우르르 무대로 나갔어요. 합창단 뒤로 나오는 영상에 우리가 어디 나오나 샅샅이 봤는데. 다른 쌤이 화면 귀퉁이에 작게 나온 우리를 찾아줘서 기뻤어요.

 

  합창 수업을 하고서 나는 누굴 만나면 합창 수업에 오라고 말했어요. 금요일 저녁밥 먹고 수업에 와서 노래 연습하고 가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요. 왜 자꾸 같이 부르자고 하고 싶을까요. 내년 4월에도 안산에 가서 같이 부르고 싶어요. 합창 수업에서 만났던 모든 분들아! 또 같이 불러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만나서 하구요. 먹고 싶은 거 생기면 같이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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