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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아 안녕

겨울의 끝에 들어와 여름의 시작을 노들에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민푸름

 

 

 

 

민푸름_노들아안녕.jpg

 

 

 

 

 

 

 

 

 

 

 

 

 

 

 

 

 

 

 

     

 

 

     제가 맡은 목차가 또 하필이면 노들아 안녕입니다. 노들에 들어온 지 네 달이 지났습니다. 네 달간 안녕, 하고 반갑고도 어색한 인사를 수도 없이 나눴는데 노들아 안녕, 하고 입 안에서 되뇌면 중하게 안녕, 하고 인사해야했던 순간들을 놓쳐온 것만 같아서 후회됩니다.

 

 

      수많은 안녕들 중 318일의 안녕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소장님이 노역 투쟁에 들어가신 날입니다. 이날은 소장님께 안녕, 하고 인사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노역에 들어가시는 바로 그 날 오전까지도 소장님은 이런저런 회의로 바쁘셨습니다. 318일 검찰청 앞에서는 제가 바쁘다는 이유로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센터로 돌아왔습니다. 3일 뒤에 구치소 앞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인사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소장님은 아직도 저에게 존대를 하십니다. 다른 활동가들에게는 곧잘 말씀을 놓으시는데 저에게는 아직 존대를 하십니다. 저의 생일날 소장님이 기프티콘을 보내시면서 권익옹호 담당하면서 고생 많아요, 담에 술마셔요라고 또 존대를 하셨습니다. 분명 다정한 선물과 다정한 카드였는데 괜히 서운했습니다. 이게 다 소장님과 제가 안녕, 하는 흔한 인사를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제대로 못나눴기 때문일까요.

 

 

      35일에도, 63일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35일엔 구리의 성일장으로 철거민 투쟁 연대를 갔었습니다. 그 때 그 아이스크림을 먹었어야했습니다. 행진이 끝나고 감사하다며 구리인창C구역의 동지들이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다주셨습니다. 성일장 일층에서 지어주신 밥을 먹고 타주신 커피도 먹었는데 아이스크림까지 먹을 걸 그랬습니다. 그 때는 동지들의 고맙다는 말이 부담스러웠습니다.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고되지 않았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현장의 동지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그 고맙다는 말에 웃으며 답하며 넙죽 아이스크림을 받아먹는 게 미안했습니다.

      63일 그렇게 안녕하게 될 줄 알았으면 아이스크림을 먹을 걸 그랬습니다. 너무 맛있다는 말도 하고, 제가 더 감사하다는 말도 했어야했습니다. 천성호 교장선생님이 아무도 울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그 때 그 아이스크림까지 먹었다면 63일에 심지어 면회실에서 의연한 동지를 앞에 두고 혼자 유난 떨며 울진 않았을 겁니다.

 

 

      쫄딱 젖은 머리에 김 서린 안경을 쓰고 훌쩍이던 허접한 신입 활동가의 모습으로 동지에게 나중에 동동주를 함께 먹자고 했습니다. 면회를 기다리며 흡연실에서부터 준비했던 말이 그 뿐이어서 몇 번이고 그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동지가 꼭 그러자고 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동지와 동지가 있고 싶은 곳에서 꼭 동동주에 빈대떡을 먹을 겁니다. 그리고 그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도록 힘쓰고 싶습니다.

소장님과도 술을 먹고 싶습니다. 소장님이 말씀은 천천히 놓으셔도 좋습니다. 몇 번 술을 함께 먹으면 소장님도 언젠가는 말을 놓으시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몇 번의 술자리가 지나고, 몇 달, 몇 해라는 시간이 흐르면 저도 안녕, 하는 인사를 더욱 잘 하는 사람이 되어있으면 좋겠습니다. 안녕, 하는 짧은 인사에도 보다 더 마땅하고 알맞는 마음을 담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부쩍 더워진 여름 조금만 지치시고 시원한 수박 많이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콩국수도요.

 

감사합니다.

 

민푸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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