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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다시 치른 노들 반편성 배치고사

 

천성호 | 노들야학에서 학생들에게 국어 선생님으로 불리고,

야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만나, 함께 꿈꾸고, 집회도 함께 가고,

가난한 사람들이 차별없이 평등하게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고 활동하고 있다.

 

 

 

 

  노들야학에서 반편성 배치 고사를 치르는 날, 학생들은 반편성보다는 고사라는 시험에 더 긴장한 것 같다. 노들이 추구하는 것과 한참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학생들의 수준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것을 왜 치르게 되었는지 배경이 궁금할 것 같다.

 

   지난해 우리는 교육청 감사를 받으면서 몇 가지 권고를 받았다. 물론, 교육청의 권고 사항이라기보다는 노들 자체의 고민이기도 했다. 첫 번째는 학생들이 야학에 나오는 출석률에 대한 것이었다. 야학 내부적으로 자주 오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고민이었다. 학교에 자주 빠지는 학생들의 이유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출석부에 기재되어 있는 것은 맞는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 두 번째는 한 반당 학생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어느 과목의 경우 3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어, 이 인원의 학생들이 한 반에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교육청에서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교사들 고민은 학교에 못 나오는 학생들의 다양한 형편들을 다 들어주지 못한다는 것, 기본적으로 학생으로 등록되어 있다면 야학에 나온 지 10년이 넘었어도 야학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발달장애 학생들에 대한 고민, 야학에 나온 지 오래되었고, 그만큼 성장했지만, 지식 위주의 수업보다는 개별적 특성과 흥미에 맞게 수업이 진행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새로운 반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반(청솔 1), 새로운 반도 하나 개설되어야 했다.

 

  결국, 몇 차례의 학제 개편 회의를 통해서 지금까지 유지하였던, 청솔 1, 2, 불수레, 한소리 반 4개의 반에 한 반을 추가하여 청솔 3반을 만들었다. 전체 62명의 학생을 대략 5개의 반으로 12~15명 내외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도출되었다. 어떻게 나눌 것인가? 지금의 반을 유지할 수는 없고, 누가 더 실력이 있는가도 모호했다. 대체로 오래된 학생들이 잘하는 것 같은데, 어찌 보면 그렇지 않은 것도 같았다. 청솔 2, 불수레, 한소리 반의 학생들 실력은 알쏭달쏭했다. 국어는 잘하는데, 수학은 못 하고, 그 반대의 학생도 있었다. 어떤 학생은 반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동한 학생도 있었다. 교사마다 학생의 실력에 대해 서로 다르게 말하기도 했다. 결국, 반을 나눌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반편성 배치 고사를 보기로 하였다.

 

  반편성 배치고사는 두 과목 국어와 수학을 보기로 했다. 노들은 2008년과 2012년에도 학제개편과 관련하여 반편성 배치 고사를 보았는데, 그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정하였다. 국어 출제는 종헌 샘이 전에 치렀던 문제를 수정 보완했는데, 올바른 낱말 맞추기, 자연스러운 문장 고르기, 지문 해석하기 등이다. 지문의 경우 장애인의 감수성과 맥락에 맞게 수정하였다. 수학은 임당 샘이 출제했는데, 사칙연산과 도형, 분수의 덧셈, 뺄셈, 방정식이었다.

 

  시험 당일 1시부터 6시까지 보는데 학생이 몰릴 것을 예상하고, 시간대 별로 학생들을 배치하였는데, 당일 날 학생들은 점심을 먹고 와서 바로 시험에 응하였다. 총 전체 62명의 학생 중에 청솔 1반을 제외하고, 2반의 학생들 일부를 제외하고, 42명의 학생이 배치 고사에 응시했으니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참여하였다. 교실 1~5까지 시험장으로 꾸미고 시험에 들어갔다. 긴장하고, 열심히 시험을 보는 학생, 조금 보다 슬며시 찍고 나가는 학생, 활동지원사 님의 도움을 살짝 받아서 보는 학생, 어찌보면 과목에 대한 시험보다는 사람의 성격이 시험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긴장된 시간들이 끝나고, 바로 바로 평생교육사 실습생분들이 체점을 시작하였다.

 

  미리 말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시험 점수가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말하면, 국어점수는 그래도 좀 높았고, 수학 점수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학생들이 수학에서 계산을 암산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렇게 반편성배치고사가 끝나고, 모두 5개 반으로 나누었다. 시험이 끝나고 학생들의 민원도 제기되었다. ‘누구는 활동지원사 님이 푼 것 아니냐 시험감독을 잘해야 하는 것 아니냐, 나를 원래 반으로 돌려 달라, 시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안 했다. 그 민원들을 곱씹으면서 그러나 시험보다, 반을 나누는 것보다 우리가 노들에서 함께 배운다는 것이 기쁘지 않겠냐고 스스로를 담담히 위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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