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겨울 106호 - ‘턱턱턱’에 대해서
‘턱턱턱’에 대해서
어디까지 당해봤나? 문전박대!
민아영 | 노들야학 8개월 차에 접어든 꼬꼬마 교사입니다. 한 학기 동안 불수레 영어반과 함께했습니다. 재미있는 수업을 하고 싶은데 고민이 많이 드네요. :) 좋은 의견이 있는 분들은 제가 커피 한잔 살게요!
모두가 그렇듯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하나의 행복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에서 장애인의 삶은 어떤가요? 먹고 싶은 것 먹으러 나가는 것도,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쉽지가 않습니다. 그것은 바로 턱,턱,턱 때문인데요. 가게 문 앞을 지키고 있는 턱도 물론이지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그 '턱'도 큰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나누어 봤습니다. 노들야학 학생분들이 경험한 그 '턱'에 대해서!
사진 : 맛있는 디마떼오. 여기엔 턱이 없지만, 비싸아
◌ 아영 먹고 싶은 음식 못 먹고 가고 싶은 곳 못 가고 하는 일들, 우린 너무 쉽게 당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주변에서는 바뀌었다고 이야기 하지만 아직 한참 멀었죠. 야학 주변에서 밥을 먹는 것만 해도 갈 곳이 제한되는 것처럼요. 학생분들은 야학뿐만 아니라 그냥 생활하면서도 많이 느낄 것 같아요.
● 상윤 맞아요. 인도는 물론이고 식당 앞 입구에 턱이 있어서 휠체어 이용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 정자 또 대부분 식당 문이 좁아가지고 휠체어가 들어가기 힘든 경우도 많고.
◌ 아영 그렇죠. 들어가기도 전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식당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야학에서 반끼리 밥 먹으로 가면 매번 ‘육갑’이나 ‘갑부집’ 아니면 ‘뽀꼬닭’ 요렇게 가고.
◎ 남옥 나는 가게에 접근은 할 수 있었는데 아예 못 들어오게 한 적이 있어요. 사람들 많다고 나중에 오라고. 뻔히 자리 보이는데.
◐ 진석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이건 식당 이야기는 아니긴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목욕탕에 갔었는데 손님이 많다고 안 받는다고 그러더라구요.
사진 : 왜 때문에 계단만...
◌ 아영 목욕탕에서 손님이 많다는 이유로 안 된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은데. 거 참 웃기는 목욕탕이네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 진석 다음에 오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옆에 있는 목욕탕에 갔지, 뭐. 이런 것도 있고 문전박대 당하는 경험은 저상버스에서도 했어요.
◌ 아영 일반 버스야 리프트가 없으니 물리적으로 힘들다고 해도 리프트가 있는 저상버스가 그냥 지나친 건 문제가 있네요.
◐ 진석 저상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그냥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저상버스를 탔는데 승객이 많아서 휠체어 타기가 복잡한 상황이기도 했어요. 승객이 엄청 짜증을 내더라구요.
◌ 아영 특히 휠체어 이용하시는 학생분들이 이런 경험이 많을 것 같아요.
◐ 진석 (끄덕끄덕) 그래도 덜 억울했던 건 버스 기사가 나와서 승객한테 화를 내더라구요.
◌ 아영 저상버스에 많은 인원을 태우는 것은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승객한테 문제를 이야기한 것은 옳은 일을 했네요. 하하 아무래도, 휠체어 이용하는 학생분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많은 것 같아요. 어서 빨리 바뀌어야 할 텐데... 주원이 형은 어떠세요?
♦ 주원 나는 차별 당한 적 없는데?
◌ 아영 음.. 그렇구나.. 하하.. 수연언니는 어때요?
✚ 수연 (한이 맺힌 듯) 어휴, 말을 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최근에 동대문에서 그런 적이 있어요.
◌ 아영 동대문에서?
✚ 수연 동대문 근처에서 활동보조인과 메밀국수를 먹으러 갔어요. 근데 식당에서 사람은 2명인데 4인석 차지한다고 못 들어오게 했어요.
◌ 아영 와, 자리가 아예 없던 것도 아니면서 그냥 나가라고 한 거예요? 막 따지지 그랬어요.
✚ 수연 짜증이 나긴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곳에서 먹기도 좀 그렇고. 그래서 그냥 잔치국수 먹으러 갔어요.
◌ 아영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느끼는 거지만 우리는 일상에서도 계속해서 투쟁해야 할 것 같아요. 더 많이 목소리를 내고 사람들과 부딪히구요.
✚ 수연 맞아~~!!
◌ 아영 그쵸 수연언니!! 하하. 만약 그런 차별받는 일이 생겼을 때 그냥 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투쟁해서 만든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있잖아요! 정말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다면 확실하게 "이건 범법 행위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도 어디서든 먹고 싶은 거 먹고 즐길 수 있는 권리 가지고 태어났잖아요.
사진 : 경사로 계단 반반. 좋아요.
사진 : 계단뿐인 출입구. 앙 미워 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