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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위 2015.01.09 00:02
    임희구
    (김씨)
    쌀을 씻어 안치는데 어머니가 안 보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어머니가 계실 것이다
    나는, 김씨! 하고 부른다
    사람들이 들으면 저런 싸가지 할 것이다
    화장실에서 어머니가
    어!
    하신다
    나는 빤히 알면서
    뭐해?
    하고 묻는다
    어머니가
    어, 그냥 앉아 있어 왜?
    하신다
    나는
    그냥 불러봤어
    하고는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인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똥을 누려고
    지금 변기 위에 앉아 계시는 어머니는
    나이가 여든 다섯이다
    나는 어머니보다 마흔 한 살이 어리다
    어려도
    어머니와 아들 사인데 사십 년 정도는 친구 아닌가
    밥이 끓는다
    엄마, 오늘 남대문시장 갈까?
    왜?
    그냥
    엄마가 임마 같다


    실실 웃음이 나온다. 이런 시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랐을까? 대개 시적 화자는 시인 자신이
    니까 이시의 정황도 시인의 어느 하루일 테다. 특별할 것 없이 비슷비슷하게 보내는 나날들 중
    하루. 그냥 그 하루에 시인이 포커스를 맞췄다. 왜? 그냥. 우리는 무슨 큰마음 먹고 스냅사진을 찍
    지 않는다. 그냥 마음이 당겨서 찍고 본다. 그런데 프로의 사진은 그냥 찍은 듯해도 그냥 사진이
    아니다. 구도, 색감, 분위기 등등이 깔끔하게 포착돼 작품이 된다. 마흔네 살 아들과 여든다섯 살
    어머니가 둥글둥글 정겹게 사는 정경이 담긴 [김씨]는 보글보글 찌개처럼, 담뿍 뜸 든 햅쌀밥처럼,
    착하고 맛깔스런 시다. 화자는 모든 어머니가 탐낼만한 아들이다. 연세는 많으시지만 건강한 듯한
    어머니가 계신데 밥을 자기가 짓는다! 우리나라에 이런 아들 드물다. 게다가 아침 댓바람부터 어
    머니에게 농을 건다. 요런 실없는 아들을 나이 드신 어머니가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씨’는 어머니에 대한 아들 전용 애칭이다. 어머니를 김씨라 부르는 건 아들이 어머니에게 건
    네는 농담이다. “임마 같은 엄마” 는 필시 어딘지 어수룩하고 귀엽고 웃음이 많으실 것이다. 이 모
    자도 다툴 때가 있을 테지. 어떻게 다툴까? 임희구의 시들은 재밌고 따스하다.
    이번호 [김씨] 라는 시의 코멘트는 황인숙 시인의 코멘트로 대신 해 봤습니다. 가비코멘트와는 차
    원이 다르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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