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107호 -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노들야학 댄스반 교사 원해선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알고 보니 후원인, 노들야학 댄스반 교사 원해선!
한명희 | 노들야학에서, 그리고 광화문 지하역사 2층에서 가난한 사람과 장애인이 함께 살기위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명희에요. 놀러 와요.
금요일 오후 4시, 노들야학의 복도에 노랫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립니다. 그 옆 교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어도 “귓방망이 쫙쫙, 귓방망이 야”, 화장실에 들어가서 일을 보고 있는 중에도 “그런 만남이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난 알 수 없는 예감에~”의 가사가 들리죠. 심지어 플레이어를 통해서 나오는 스피커의 기계음이 아닌 실제 육성으로 말입니다. (이 육성은 댄스반 선생님의 춤에 맞춘 구호와 노랫소리입니다.) 이번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에서는 노들장애인야학의 오랜~ 후원인이자, 댄스반 선생님이기도 한 원해선 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해선 반가와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면 좋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노들야학 댄스반 ‘노세노세’를 세계적으로 이끌어 가고 싶은 노세노세의 댄스 선생님 원해선입니다. 저는 대학교 때 실용무용과를 전공했어요. 졸업한 이후엔 팀에 들어가서 춤을 추기도 하고, 여러 형태의 다양한 곳에 있었던 거 같아요. 대학교 졸업하고 잠깐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었죠. 그때도 새벽에 팀에 들어가서 연습을 하기도 했었어요. 그러고 보니 춤은 제가 살면서 한 일중에 가장 뜨겁게 함께 하고 있는 일인 거 같아요. 요새는 오전엔 다른 비장애인들을 강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들과의 인연이 오히려 신기한데요? 어떻게 오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나의 오랜 친구인 노들야학 한명희 씨의 소개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노들야학의 문을 두드리고 온지가 벌써 햇수로 7년이 되어 가요. 2010년에 노란들판의 꿈 달오름판(저녁행사)에 야학의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춤을 연습해서 올라가는 코너가 있었어요. 저는 간단한 춤동작만 가르쳐 주면 된다는 꼬임에 넘어가서 노들야학에 오게 되었죠. 처음에 왔을 때는 휠체어를 탄 2~3명의 학생들과 비장애인 교사들 10명 정도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중구난방이였죠. 확실히 다른 곳에서 함께 호흡하며 춤을 추는 느낌과는 많이 달랐어요. 요새는 군무라고 해서, 딱딱 맞춰서 춤을 추는 게 춤동작이라고 많이들 생각을 하니까요. 휠체어를 타신 분들이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시니까, 혹시나 수업 듣다가 상처 받으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춤이라는 것은 음악과 함께 하는 거고 음악에는 리듬이 있으니까요. 리듬에 맞춰 몸을 자유자재로 흔들흔들 춤을 추어 주셨고, 손을 올려야 하는 동작이 있는데 수빈 언니가 발을 올리시는 걸 보고 진짜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보통 외부에서 와서 연습을 하면 다 같이 열심히 하는 분위기인데, 잘 안 오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5일을 연습한다고 치면, 5일 동안 한 번씩 매번 다른 분이 오실 때도 있었죠.
해선은 노들야학의 오랜 후원인이기도 한데요, 가끔 후원 내역에서 이름이 빠질 때도 있고 들어가 있을 때도 있어요. 무슨 일이죠? 예술은 가난한가요? 춤 선생님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 예술은 가난하지 않습니다. 풍족하진 않지만 나름 굶지 않을 만큼은 됩니다. 저의 일상은 오전 수업 그리고 노세노세 수업을 하고 있고, 너무나 여유롭게 자유스러운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직업상 많이 활동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거에 비하면 원래 태생적으로 게으른 편이라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아요. 요즘은 의무적으로라도 밖으로 나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예술은 가난한 게 아니라, 예술은 잔인하다, 라고 말하고 싶네요. 훗.
그렇군요. 제가 해선과 각별한 사이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는 종종 듣고 있습니다. ‘노들야학에 오면 너무 좋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요, 그 중 노세노세가 수업 중 큰 힘이라는 것도요. 노들야학 댄스반을 기반으로 구성된 공연팀 노세노세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 노들 댄스팀 노세노세가 생긴 지는 이제 일 년이 좀 넘은 거 같네요. ‘노세노세’라는 센스 있는 이름은 경남 언니께서 지어주셨습니다. 노들야학에서 주최하는 행사, 농성장이나 집회에서 공연을 하고 있어요. 종종 섭외가 들어오고 있고 반응은 정말 폭발적입니다. 벌써 그런 외부 공연을 한지도 한 해가 넘어가고 있네요. 노세노세 공연을 하면서의 고민은 학생 분들이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포인트되는 안무라던가 노래를 외우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유로운 느낌 속에 함께 같은 방향을 보고 호흡한다면 더 빛나는 무대가 될 거 같아요. 반복되는 연습에 가끔 지겨워하실 때도 있는데, 어떻게 하면 흥이 날 수 있을까 고민도 해요. 하다보면 알거든요. 오늘은 서로 호흡하고 있구나, 오늘은 산만한 분위기로 가고 있구나, 라는 것을요. 이럴 때일수록 집중하게 만드는 것도 저의 몫이겠죠. 그리고 가장 큰 다짐과 앞으로의 계획은 댄스반의 수업이 한 시간 동안 원 없이, 지금처럼 흥나게 계속 이어지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노들에서 함께 나누고 있는 춤이란 해선에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저에게 춤이란 스웩~!입니다. 춤은 저에게 절대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아마 평생 즐기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올해 11년 째 춤을 추고 있는데 아직도 어렵고, 춤 앞에서 두렵고, 그저 잘하고 싶고, 나의 한계를 이기고 싶고, 또 이겨내야 할 존재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좋아하는 만큼 어려운 게 춤이라는 말입니다, 하하. 그리고 노들은 저에게 고마운 곳입니다. 선생님으로 노들에 가지만 오히려 제가 배울 때가 더 많은 곳입니다. 삭막하고 복잡한, 가끔은 더러운 세상에 치여 있을 때, 노들에 가면 정수기에서 물이 걸러지듯 저도 정화된 느낌이 드는 그런 곳입니다. 훗훗.
노들에 더 하고 싶은 말 없나요?
- 앞으로도 잘 해봅시다!!!
좀. 더. 길. 게. 해보세요.
- 긴말은 필요 없어. 짧게, 임팩트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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