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108호 - [노들아 안녕] 노들에서 ‘활동하는’ 필순입니다
[노들아 안녕]
노들에서 ‘활동하는’ 필순입니다
김필순 | 자연색의 머리카락을 가졌다. 갈색 머리라 흰머리가 덜 보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노들장애인야학과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한다.
안녕하세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는 필순입니다. ‘활동하는’이라는 이 말이 아직 입에 잘 붙지 않아요. 많은 시간 저를 소개할 때 ‘○○에 김필순입니다’, ‘○○에 근무하는 김필순입니다’, 이렇게 말을 했었거든요. 저는 오랜 시간 직장이라는 곳에서 근무했어요. 근무하는 것과 활동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지를 물어보면 아직은 정확히 구분하여 말할 수 없지만 저는 이 ‘활동하는’이라는 단어가 좋아요.
‘노들에 어떻게 오게 되었어요?’, ‘이전에 다니던 곳이 더 괜찮은 직장 아니에요?’, 노들에서 활동하면서 많이 받는 두 가지 질문이에요. 우선 노들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이건 저도 수많은 노들인에게 묻고 싶은 것이기도 해요.^^ 또 ‘학교 다닐 때 운동하셨어요?’라는 질문도 많이 받지만 저는 학생운동 출신(?)도 아니에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얘기한 것처럼 운동을 좋아했어요. 관심이 많았지요. 그러다 고장 쌤의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를 읽고 노들과 장애인운동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만 해도 저런 곳에서 일하는 건 너무 힘들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수많은 집회에서 늘 마이크를 잡고 대중을 선동하는 고장 쌤이 허리를 굽혀 해치마당에 깔개를 까는 모습을 보고, 저곳은 어떤 곳일까 생각을 했어요. 궁금하다. 저 조직.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노들을 보았지요.
두 번째 질문과 관련해서. 이전에 일하던 곳에서는 모두들 ‘직장’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그러니까 전에 다니던 곳은 활동하는 공간이 아닌 직장이었던 것이지요. 노들센터보다 업무량은 적고 급여는 조금 더 많은 곳이었어요. 많은 이들이 더 나은 직장이라 말하지만, 그렇게 비교하는 자체가 불가능하지요. 한 곳은 직장이고, 한 곳은 직장을 넘어 활동하는 공간이니까. 그래서 노들에서 일할 기회가 생기자마자 냉큼 오게 되었답니다. 야학에서는 신입교사 딱지를 떼고 수학 4반 수업을 하고 있고, 센터에서는 사업과 운동이 분리되지 않는 활동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요. 그런 저를 보고 ‘그러다 쓰러진다’고, ‘너무 피곤하지 않냐’고 걱정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 정도는 아니에요. 재밌어요, 노들이.
좋아하는 것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자신이 행복한지 아는 사람이라는 글을 읽었어요. 저는 커피, 빵, 맥주를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고 산책을 좋아해요. 그 좋아하는 것에 노들이 들어왔습니다. 행복하기 위해 좋아하는 것을 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것을 하고 좋아하는 것들과 가까이 있어 느끼는 행복감이라면 열심히 누릴 마음을 먹었어요. 우리 노들에서 자주 만나요. 노들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