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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동권이 엉망이라고 전해라
14시간 점거한 버스를 혼자 타고 집에 돌아오신 분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대표 인터뷰

김유미 | 노들야학에서 일하며, 노들바람을 만들어왔다. 책꽂이에 알록달록 꽂힌 노들바람을 볼 때마다, 아이고 깜짝이야! 수족냉증 타파를 위해 산책에 열심이다. 내년엔 허기진 사람마냥 사 모은 책들을 다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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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국내 최초 2층버스 운송개시합니다 (축)”이라는 띠를 두른 2층짜리 버스 밑에 사람 둘이 들어가 쪼그려 누워있는 사진이 *톡 단체 채팅방에 배달돼 있다. 서울시청 근처 광역버스 정류장,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8601 버스 점거 중. 아침 8시 반쯤 됐을까? 10월 26일의 일이다.

어딘가 자랑찬 느낌의 이 버스는 경기도가 광역 입석 대란의 대안으로 마련한 2층짜리 저상버스였다. 김포한강신도시에서 서울시청 사이를 오가는 경기와 서울을 잇는 노선이었다. 많은 인원을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고, 접이식 경사로가 달려 있어 휠체어를 탄 사람도 탈 수 있는 기똥찬 신식 버스였다. 그 버스가 자축의 띠를 떼지도 않은 상태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게 가로막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좋아 보이는 쌔삥한 수입산 버스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걸까?

버스 점거는 종일 계속됐다. 그리고 밤이 되어, 또 다시 카톡방에 뉴스가 쏟아졌다. 갑자기 버스 책임자들이 나타나 협상이 이뤄졌고, 이형숙 대표가 본인이 종일 점거한 버스를 혼자 타고 김포 집으로 간다는 소식이었다. 시트콤 같은... 음.

이 중대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 위해 이형숙 대표님을 만났다. 본래 인터뷰를 할 계획은 아니었고, 그저 본인이 원고 청탁을 한다는 걸 잊은 탓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운동하며 받은 벌금을 청산하기 위해 12월 한중간에 자진 노역을 한다는 소식도 듣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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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미 -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서울시청 근처에서 아침부터 점거투쟁을 벌인 2층 광역버스를 혼자 타고 집까지 갔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이 사건의 진위가 궁금합니다.

● 형숙 - 그날 어이가 없었어요. 그날 아침 8시부터 차를 잡았으니까, 밤까지 14시간을 붙잡고 있었던 거지. 나는 사실 아침까지 잡고 있고 싶었어요. 밤 10시가 넘어갈 때까지는 전혀 합의가 되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이 버스를 삼일 정도 잡아놓자고, 그러면 이동권 예산 1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 분도 있었어요. 어쨌든 전혀 합의가 안 되는 분위기였어요. 그러다 갑자기 11시 30분이 되니까 기획조정실장이 왔고, 이 사람이 다음에 날을 잡자고 하니까 모두 홀라당 넘어가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어이가 없었지. 게다가 나는 집까지 돌아갈 차도 없고, 못 간다 그랬더니 옆에 사람들이 이거 타고 가~ 그러는 거예요. 이게 김포 가는 버스니까. 그리고 이 기사도 빨리 집에 가고 싶었나 봐요. 갑자기 나한테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거지. 우리 사람들이 가자는 말이 나오니까 그때부터 막 차에서 내리는 거야. 나한테 막 눈치 주는 거지. 나만 달랑 혼자 있었어요. 근데 나는 좀 허무하더라고. 아침부터 14시간을, 비 맞아가면서 동지들이랑 투쟁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니까... 그렇게 그 버스를 타고 가는데 사람들이 카톡으로 혼자 전세버스 타고 가는 기분이 어떻느냐 그러는데, 나는 다음날 아침에 어떻게 나올지 끔찍했단 말이에요. 게다가 이 저상버스는 구조상 휠체어 좌석에 들어가면 창 쪽을 바라보면서 그 상태로 계속 가야 해요. 휠체어를 돌릴 수가 없어서. 그렇게 김포까지 간 거지. 나는 이틀 전에 장콜을 예약하지 않으면 일정 소화하기가 힘들어요. 근데 이날 갑자기 다음날 10시에 수원에서 만나 협상을 하자고 하는 거죠. 당장 내일 아침이고, 나는 장콜 예약도 안 돼 있는데... 10시에 만나려면 아침에 7시부터 장콜을 불러야 해요. 그런 나한테 자꾸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하고, 이 버스 타고 가라고 하고, 집에 보낸 거예요.

○ 유미 - 혼자 즐겁게 타고 가신 게 아니었군요. 그날 그 광역버스는 왜 못 가게 막은 거예요?
● 형숙 - 김포시나 경기도가 엄청 자랑을 했어요. 2층 광역버스를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한다, 그리고 그것이 저상버스이다. 출퇴근 시간 광역버스의 입석 대란을 해결할 대안이라며 홍보를 많이 한 거죠. 김포에서 서울시청 가는 버스가 생긴 거니까. 김포시청에 버스를 갖다 놓고 홍보하고, 9월엔 로터리 한 쪽에 운행할 차를 갖다 놓고 시승식도 했어요. 그런데 시승식을 다녀온 활동가들 말이 버스가 너무 좁다는 거예요. 전동휠체어가 1대밖에 못 타고 자리를 돌려 앉지도 못하고, 전동스쿠터는 전혀 탈 수가 없다는 거죠. 우리가 경기도에 이걸 고치지 않고 운행을 하는 건 안 된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랬더니 그쪽에선 휠체어 고정석 옆에 좌석을 두 개 빼면 될 것 같다고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했어요. 한번 알아보겠다고. 그런데 실제로는 어려움이 있었나보더라고요. 어쨌든 우리는 이걸 개선하지 않고 운행한다면 우리가 차를 세우겠다고 엄포를 놨어요. 그리고 우리 내부에서 논의를 했죠.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는데 나 같은 경우는 시승식 하는 지금 당장 기자회견을 하자는 의견이었고, 다른 형님들은 지금 우리가 차를 고치라고 얘기를 했으니까 개통했을 때 상태를 보고 움직이자고 했어요. 개선이 안 된 채로 운행하면 본인들이 차 밑에 들어가겠다고. 다수결을 통해서 두 번째 의견이 결정됐어요. 시간이 좀 지나고 확인해보니 10월에 버스가 개통을 했더라고요. 차는 안 고쳐져 있었고. 그래서 그때 결정한 것에 따라 한규선 소장님이 차 밑에 들어가게 됐어요. 처음엔 김포운수 차고지에서 차를 막자 이렇게 얘기를 하다가, 경기장차연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들도 있으니 김포에서 하지 말고 서울시청에서 차를 잡고 투쟁하자 이렇게 결정했어요. 예전에 이동권 예산이나 자립생활 지원 문제로 관에서 약속한 것들이 있었는데, 확인해보니 아무것도 반영이 안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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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미 - 그날 하루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 형숙 - 아침 7시에 집결을 했어요. 근데 우리가 버스를 안 타봤으니까, 아무도 버스 시간을 검색할 줄 모르는 거예요. 김포에선 출퇴근 버스라고 홍보를 했으니까, 그냥 감으로 7시에서 8시 사이에 이 버스가 분명 시청을 지나갈 거다 그렇게 생각했죠. 근데 은별이가 ‘엄마 버스 앱으로 검색해봐’ 그러는 거죠. 노선 번호를 치니까 바로 다 나오데요. 그렇게 아침 7시에 사람들이 다 왔어요. SBS도 오고. 앱을 보니까 이 차가 강서구 쪽에서 출발해서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차가 안 오더라고요. 계속 기다리다가 8시 10분쯤 되니까 드디어 차가 왔어요. 김포 동지들, 석암 동지들이 주로 있었어요. 아침에 모이는 거다 보니까 경기 지역 동지들을 많이 조직 못했어요. 대신 서울에 선수들을 조직했죠. 진수 형님, 규선 형님이 탈시설한 분들 중심으로 조직을 많이 했더라고요.

○ 유미 - 출근 시간인데다 서울 한복판에서 종일 버스를 잡아 놓고 있었던 건데, 주변 시민이나 기사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 형숙 - 버스에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거기가 종점이라서 사람들이 다 내리고 다시 타는 상황이었어요. 타는 사람들은 그냥 내버려뒀어요. 우리는 어차피 뒤쪽 문 경사로로 움직이니까. 경사로가 가운데를 접었다 폈다 하는 방식이었어요. 처음에 우리가 버스를 타겠다고 손을 흔들어서 세우니까 기사가 경사로를 펴주고 우리를 태웠어요. 그냥 타는 것처럼 타니까 첨엔 기사가 가만히 있었어요. 진수 형님이 먼저 타시고, 그 다음에 스쿠터 탄 사람이 램프에 딱 올라탔어요. 그러니까 기사님이 와서 왜 그러는 거냐고 뭐라고 하고, 2층에 올라가 있던 비장애인 활동가들한테도 내려오라고 하고... 다른 승객들도 내리면서 한마디씩 하죠. 왜 그러냐, 우리 빨리 가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 일반 승객이 다 내렸는데 조금 있다가 뒤차가 오니까 사람들이 다 그걸 타고 그냥 가버리더라고요. 승질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이 차도 점거할까 말까 하다가 우선 한 대만 점거하자, 그랬죠. 그러고 한 한 시간 있으니까 우리 사람들이 우르르 오더라고요. 우리가 김포사람이라고 김포시 교통과장이 왔어요. 생전 얼굴도 안 보이던 사람이 오니까 너무 웃겼어. 그리고 김포운수 사장, 버스 담당도 왔어요.

○ 유미 - 그날 요구한 게 받아들여진 게 있어요?
● 형숙 - 광역버스 개선에 대해선, 우리가 원한 건 좌석을 두 개 빼는 거였는데요. 근데 그 좌석 두 개를 빼려면 이 차가 만들어진 나라로 가야 한대요. 여기서 못한대. 이미 출고된 차들은 휠체어석 근처에 기둥 같은 것 때문에 불편한 점도 있어서 이걸 개선하기로 했어요. 그 외에 앞으로 들어오는 차들은 경기장차연과 확인해서 도입하기로 했어요. 또 이동권 예산 중에 현재 경기도가 특별교통수단에 10% 예산을 지원하는 게 있어요. 이걸 우리가 30%로 높여서 지원하라고 요구했는데, 부담스러워 하더라고요. 결과적으론 앞으로 모든 구입하는 차량을 지역의 재정자립도를 봐서 구입비를 최대 100%까지 지원하겠다고 했어요. 수요조사를 해서 필요한 예산을 올리는 것으로요.
그리고 저상버스는 남경필 도지사가 1년에 100대씩 늘리겠다고 발표한 게 있어요. 그런데 지금 대폐차 차량만 해도 1년에 100대가 넘거든요. 이렇게 1년에 100대씩 해가지고는 저상버스 도입되는 데 100년도 넘게 걸릴 거야. 그래서 우리는 매년 버스의 10%씩을 저상버스로 바꾸라고 요구했는데, 경기도에선 그렇게는 어렵고 어쨌든 2015년 하반기에 상징적으로 저상 300대를 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경기도에 대중교통정책위원회가 있는데, 그 회의에 경기장차연이 위원으로 참석하기로 했어요. 이도건 위원장이 들어가기로 했고요. 자립생활 관련해서는 내년도에 체험홈 3곳을 더 지원하고, 아직 확정은 아닌데 자립생활센터 지
원 예산도 높이겠다고 했어요. 또 최중증 와상 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 하루 24시간을 보장하라고 요구했고, 내년에 추경예산 같은 걸 통해서라도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을 얘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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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미 - 서울에 꽤나 자주 나오시는데, 평소엔 어떻게 이동하시나요?
● 형숙 - 저희 집에서 탈 수 있는 저상버스가 없어요. 그래서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지하철역까지 가려면 장애인콜택시(장콜)를 타야 해요. 일정이 있으면 이틀 전부터, 당일까지 곤두서있어요. 장콜 때문에 못살겠어요. 이틀 전에 예약해놓거나, 즉시콜을 이용해야 하는데요. 즉콜은 오전 9시부터 운행하고, 보통 2시간 전부터 예약해서 이용하는 시스템이에요. 9시 이전이나 밤 10시 이후엔 이용이 불가능하니까 주로 이틀 전에 예약을 해서 움직이게 되죠. 수원, 용인 같은 장거리를 갈 때는 이틀 전에 예약을 해놔요. 즉콜로 움직일 땐 장거리를 간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이용 못한다고 해서 콜이 연결이 안 될 때가 많아요. 즉콜은 단거리 중심인 거죠. 경기도에 광역이동지원센터가 만들어져서 잘 돌아가야 하는데, 경기 31개 시군이 각자 이동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김포는 김포대로 자기 룰에 맞춰서, 이천은 이천 룰에 맞춰
서 각각 운영하니까 김포 장콜 타고 이천은 가요. 그런데 이천은 병원 가는 목적 같은 게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못 보낸다고 해요. 이런 식으로 서로 연계가 안 돼서 경기도 안에서 움직이는 게 힘들어요. 그래서 우리가 광역이동지원센터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거고.

○ 유미 - 서울에 비해 경기도는 이동권이 잘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해도 되나요?
● 형숙 - 사실 경기도가 2007년, 2011년보다 이동권이 많이 후퇴돼 있어요. 제가 알기론 경기에 2006,7년부터 저상버스가 도입되기 시작했는데, 9년 정도면 대폐차할 때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현재 대폐차 해야 할 시기가 온 건데, 폐차에 해당하는 차량이 저상버스로 도입되지 않는 게 많은 거예요. 실질적으로 교통약자, 장애인이 느끼는 건 저상버스 도입율이 더 줄어든 거죠. 13%에서 11%로 후퇴돼 있어요. 저희 집 같은 신도시의 경우 2011,2년엔 저상버스가 다녔는데 이게 갑자기 다른 경로로 가는 거예요. 내 입장에선 집 앞에 오던 저상버스가 없어진 거지. 김포시 같은 경우도 2007년 저상버스 도입율이 37%나 됐던 적이 있어요. 김포시가 버스 유지비를 보완해주기로 해서 그랬던 건데, 그걸 1,2년 하다가 마니까 유지가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20%대로 도입율이 떨어졌어요. 예전 기사 찾아보면 김포시가 굉장히 진보적이다 그런 내용들이 나와요. 하지만 그 뒤로 안 하는 걸. 이게 전체적으로 지자체 31개 시군의 흐름인 거예요. 저상버스도 몇 개 노선에만 있고.

○ 유미 - 앞으로 어떻게 싸워나갈 계획인지요?
● 형숙 남경필이 100대를 도입하겠다는 개똥같은 소리를 했지만, 바꿔야죠. 경기는 경기장차연 거점 지역이 있는 데는 이동권이 조금 나아요. 그런데 경기장차연 거점이 없는 남양주 같은 데는 저상버스가 한 대도 없어요. 인구가 80만이 넘는데 말이에요. 재정자립도가 높고, 좀 싸워볼 만한 지역은 연초부터 투쟁하려고 해요. 경기도에서 특별교통수단 차량 구입비도 대준다고 하니까. 저상버스 관련해서는 정책적으로 좀 싸울 계획이고요. 자립생활 관련해서도 집행부에서 계속 뭔가 하려고 하고 있고. 중요한 건 계속 싸우는 거죠. 정말 엉망이에요. 우리도 서울처럼 이동권 선언하는 게 꿈이에요.


✚ 서울시 이동권 선언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 시내버스에 저상버스 100% 도입, 무장애 정류소 구축, 바우처 택시 도입, 서울시는 2015년 12월 3일 장애인 이동권 증진 계획을 담은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선언’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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