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조회 수 134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알바는 돈이 필요한 노동자다

 

 

조 은 별 |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좋아하는 건 도로점거. 기타 연습을 열심히 한다. 많은 종류의 알바를 해봤다. 하지만 많은 양의 술을 마시니 쌤쌤.

 

 

ee4562eecfc27b75c05b845c5c8e8168.jpg

사진 : 맥도널드 앞에서 스피커를 대고 발언하는 조은별.



지난 6월 24일 알바노조와 노들야학이 맥도날드 대학로점에 갔다. 그동안 꺾기(매장이 한가할 때 강제 조기퇴근 시키는 것) 등의 꼼수, 노조 조합원 부당해고 등 나쁜 짓을 가득가득 해온 맥도날드에게 알바의 권리를 정당하게 ‘주문’하려는 것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맥도날드는 그냥 영업장을 폐쇄해버렸다. 2시에 간단한 기자회견 후 들어가 주문을 할 예정이었는데, 1시 반부터 매장 안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나를 내쫓았다. 그리고 맥도날드는 문을 걸어 잠갔다.예전에 내 친구들도 맥도날드에서 많이 일했다. 내가 살던 의정부는 맥도날드 매장이 막 생기기 시작했을 때여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지원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그 친구들도 주 단위로 시간표를 짜고, 꺾기가 있었다.


우리는 그때, 그것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알바를 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기 때문에 쉽게 알바를 할 수도 없었는데, 어디서 일용직 알바를 덥석덥석 물어 와서 나갔다.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점심을 먹다가도 전화가 와서 몇 시까지 나올 수 있냐고 물어오면 밥숟가락을 던지고 뛰쳐나갔다. 호텔 웨딩 알바, 옷가게 알바, 레스토랑 알바, 고깃집 알바 등 안 해본 알바를 꼽는 게 더 어려웠다.


하나같이 최저시급도 주지 않았다. 가령 고깃집은 평일오전 기준 4500원이었다(2012년 당시 최저시급은 4850원). 그래도 불평하지 않았다. 실제로 평일 오전에는 장사가 너무 안 되어서 돈을 받는 게 미안할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그리고 일이 없을 때에는 일찍 퇴근도 했었다. 물론 임금은 주지 않았다.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죽어라하고 일했던 호텔웨딩 알바는 초과근무 수당도 주지 않았다. 하나하나 다 세려고 하니까 참 슬픈 기억이다.


알바를 하느라 쉴 시간이 없어서 학교를 안 나가고 쉬기도 했다. 평일 저녁은 레스토랑, 주말 저녁은 고깃집에서 일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번 돈이 한 달에 70~80만 원이었다. 그런데 대학에 가니 다들 그렇게 살고 있었다. 다들 주 3~4회 아르바이트에 남는 시간에 동아리 활동 조금, 학생회 조금 하고 있었다. 내가 만난 친구들 대부분 쉬는 날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편의점에서 일해도 잘리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르던 친구, 하다하다 더러워서 때려치웠다는 애슐리 알바생 친구. 알바에게는 권리가 없었다.



ba54f66987c32569f14fbca1ab897db9.jpg

사진 : 맥도널드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 등을 외치며 구호를 외치는 노들야학과 알바노조 사람들. 



어떤 높으신 분은 청년들이 알바를 하는 걸 그저 취미생활쯤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더러워도 참고 일했던 건, 다른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서였다. 돈이 없었다. 어느 누가 스펙 쌓으려고 주 7일 일하다가 학교를 못갈까? 대학생까지 되어서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내 주변의 친구들은 한 명도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했던 것이다.


요즘 ‘최저임금 1만원으로’가 대세다. 알바노조가 생길 때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실현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3년이 좀 넘었나? 지금은 최저임금을 논할 때에 빠지지 않는 구호가 되어버린 것 같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권리가 뭔지 알 겨를도 없이, 그저 눈앞에 떨어진 일감들을 줍기 바쁜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손을 꼭 잡고 말해주고 싶다. 힘들죠. 우리 최저임금 1만원 받으면서 일해요. 그래야 좀 살맛이 나지 않겠어요. 최저임금 1만원, 이 정도 금액이면 대학생들이 그래도 두 발 조금 더 뻗고 지내며 알바를 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으로 일하는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들도 생활이 좀 가능해지지 않을까? 높은 분들이 생각하는 동화 같은 알바 생활은 없다. 우리는 돈이 필요한 노동자다. 내년도 최저시급, 6030원으로 결정되었다. 갈 길이 멀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140 2015 겨울 106호 - [동네 한 바퀴] PL사랑방, 반갑습니다! 【 동네 한 바퀴 】 PL사랑방, 반갑습니다! KNP+ 문수 님을 만났습니다. 한명희 | 노들야학에서, 그리고 광화문 지하역사2층에서 가난한 사람과 장애인이 함께 ... file
139 2015 겨울 106호 -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연대매니저 손지후 님을 만났습니다 노들은 어딜 가든 사람이 여럿 모이면 여러 가지 걱정거... file
138 2015 겨울 106호 - [노들은 사랑을 싣고] the power of 승배 【 노들은 사랑을 싣고 】 the power of 승배 야학 동문 정승배 학생 김진수 | 야학교사 진수입니다. 요새 취미는 점심시간마다 낙산에 올라 제가 살고 있는 곳... file
137 2015 가을 106호 - 2015년 기부금영수증(소득공제용) 발급 안내 2015년 기부금영수증(소득공제용) 발급 안내 2015년 한 해 동안 따뜻한 정성을 보내주신 노들 회원+후원인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번 해에도 노들에서는 기부...
136 2015 겨울 106호 - 고마운 후원인들 2015년 11월 노들과 함께하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CMS후원인 강경완 강귀화 강남훈 강문형 강미진 강병완 강복원 강복현 강성윤 강수혜 강영미 강유...
135 2015 가을 105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노들바람을 여는 창 올해 노들야학은 큰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야학은 아차산에서 대학로로 오면서 ‘밤 야’자를 쓰는 야간학교에서 ‘들 야’자를 쓰는 들판의 학...
134 2015 가을 105호 - 광화문농성? 자연스럽게 끝나는 날이 옵니다 광화문농성? 자연스럽게 끝나는 날이 옵니다 두 제도 완전히 폐지되면 당연히 농성도 끝! 김 유 미 | 노들야학 상근자로 일하며 노들바람을 만든다. 물론 혼자서... file
133 2015 가을 105호 - 그의 끝이 미완인 이유 그의 끝이 미완인 이유 고 병 권 | 오랫동안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밥 먹고 공부해왔으며, 이번 여름부터 무소속 연구자로 살아가고 있다. 노들야학에서 철학... file
132 2015 가을 105호 - 노란들판의 꿈, 이루어지다? 노란들판의 꿈, 이루어지다? 네 번째 공장 이전을 하며... 박 시 백 | 노란들판 10년차 디자이너- / 맥주 500cc 5잔 이상부터 내면으로부터 끓어오는 에너지로 ... file
131 2015 가을 105호 - [노들아 안녕] 송무림 송정규 박누리 김진수 이상우 최영은 이수현 이승헌 정우영 노들아 안녕? 노들과 새롭게 함께하게 된 분들을 소개합니다 송 무 림 l 송 정 규 l 박 누 리 l 김 진 수 l 이 상 우 l 최 영 은 l 이 수 현 l 이 승 헌 l 정 우 ... file
130 2015 가을 105호 - 우리는 2인 1조 우리는 2인 1조 둘 사이를 잇는 발판 김 유 미 | 노들바람 편집인이다. 앞서 들어간 본인 글에도 자기소개를 넣은 터라 이번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필자 자... file
129 2015 가을 105호 - 저는 노들 활동보조인교육기관에서 일해요 저는 노들 활동보조인교육기관에서 일해요 박 정 숙 | 노들야학 학생이고 (사)노들 활동보조인교육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종이공예를 하고, 가끔 시 쓰는 것을 ... file
128 2015 가을 105호 - [뽀글뽀글 활보 상담소] 초보 활보코디의 생각’s [뽀글뽀글 활보 상담소] 초보 활보코디의 생각’s 송 정 규 | 나는 하정우를 닮은 송정규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 주변에서 자꾸 욕을 한다. 그런 내 얼굴이 궁금...
127 2015 가을 105호 - 메르스로 사망한 활동보조인, 그림자노동의 슬픔 메르스로 사망한 활동보조인, 그림자노동의 슬픔 사망한 활동보조인,‘전파자’ 아닌 ‘산재 노동자’로 불려야 고 미 숙 |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사무국장입니다.... file
» 2015 가을 105호 - 알바는 돈이 필요한 노동자다 알바는 돈이 필요한 노동자다 조 은 별 |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좋아하는 건 도로점거. 기타 연습을 열심히 한다. 많... file
125 2015 가을 105호 - 스물두 번째 <노란들판의 꿈 - 니나노>에 초대합니다. 스물두 번째 &lt;노란들판의 꿈 - 니나노&gt;에 초대합니다. &quot;카르페,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 너희들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quot; - 영화 &lt;죽은 시인의 사회&gt; 중 삶... file
124 2015 가을 105호 - [장판 핫이슈1] 현금지급제와 개인예산제, 아이고 의미 없다  [장판 핫이슈1] 현금지급제와 개인예산제, 아이고 의미 없다 김 도 현 | 노들장애인야학 교사이자 인터넷 장애인언론 『비마이너』 발행인. 틈틈이 장애학(Dis... file
123 2015 가을 105호 - [장판 핫이슈2] 개별 급여로 바뀐 기초생활보장제도, 아이고 어려워 [장판 핫이슈2] 개별 급여로 바뀐 기초생활보장제도, 아이고 어려워 더 복잡해졌지만 함께 찬찬히 봅시다~ 정 성 철 | 2013년 사회복지학 공부. 2014년 6월 빈곤... file
122 2015 가을 105호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도 먹읍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도 먹읍시다” 2015 후원주점에 성원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한 혜 선 | ‘짧은 글짓기’를 이렇게 끙끙대며 오래 쓰는 애는 첨 봤다며 혀를 ... file
121 2015 가을 105호 - [교단일기] 그래 함께 있어 보자!  [교단일기] 그래 함께 있어 보자! 가 나 | 작년 4월부터 노들야학에서 교사활동을 하고 있다. 두 학기 동안 초등과정인 국어3반 수업과 청솔2반 담임을 맡았다....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 54 Next
/ 54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