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봄 110호 - 혁명의 시작!
혁명의 시작!
2017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조현수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달리기와 등산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글쓰기도 더 많이 익숙해지고 잘 하고 싶지만 생각만큼 잘 안 되고 어려워한다.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 참 어려운 요즘이다.
2017년 4월 20일은 정부가 만든 ‘장애인의 날’로서 올해로 서른일곱 번째를 맞이합니다. 장애인의 차별받는 현실은 이야기하지 않은 채 ‘동정’과 ‘시혜’의 관점으로 장애인을 대상화시켰던 ‘장애인의 날’. 우리는 하루 잔치를 거부하고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기 위해 2002년부터 공동투쟁단을 구성하여 많은 이들과 함께 투쟁했습니다. 노동자들에게는 5월 1일 ‘노동절’, 여성들에게는 3월 8일 ‘여성의 날’, 성소수자들에게는 5월 17일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 있는 것처럼, 4월 20일은 이제 장애인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연대투쟁의 날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우리는 또 다시 투쟁을 시작합니다.
“이게 나라냐?!” 작년 10월말 터져 나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촛불이 광장을 가득 메웠고 결국 박근혜 파면까지 이끌어냈습니다. 촛불은 박근혜 한 사람의 퇴진만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가 만들어놓은 잘못된 제도들과 정책들의 폐기도 함께 요구했습니다. 박근혜로 표현된 낡은 사회의 폐단들, 우리 사회 불평등의 근본적인 모순들이 광장에서 이야기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이 광장을 채웠습니다. 그 광장의 한 가운데, 박근혜와 우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잘못된 제도로 폐기물 취급받아왔던 장애인 역시 함께 외쳤습니다. “박근혜 퇴진이 복지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박근혜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박근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야기하면서 ‘부정수급 색출’을 1호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또한 복지 구조조정을 통해 3조원의 재정 절감을 이뤄내겠다고 공언하였으며, 이른바 ‘박근혜 복지법’으로 불리는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앞세워 복지를 축소했습니다. 박근혜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을 마치 ‘잠재적 범죄자’처럼 취급했습니다. 장애와 가난을 개인과 가족이 짊어져야 할 책임으로 몰아붙였고,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은 그 무게를 견
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박근혜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죽어가도록 내버려두는 국가폭력의 얼굴 그 자체였으며, 그렇기에 박근혜 퇴진만이 우리의 존재 그 자체로 인정받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박근혜 한 사람의 퇴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적폐’들을 청산하는 것입니다.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고 있는 ‘적폐’는 바로 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 빈곤의 사슬 ‘부양의무제’, 사회가 만든 감옥 ‘장애인 수용시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파면과 그 이후 조기 대통령 선거로 이어지는 한복판에 4월 20일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이 있으며, 올해 420투쟁은 3대 적폐 청산을 반드시 이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장애등급제’는 한국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의학적 손상만을 기준으로 한정된 예산 내에서 장애인의 삶을 저울질하는 공포정치입니다. 장애등급제의 폐지 없이는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였으며 박근혜도 대통령 후보 시절에 자신의 공약으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4년의 결과물은 1급에서 6급까지의 등급제를 중증과 경증으로 이름만 바꾼 ‘장애등급제 개편’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장애등급제의 완전한 폐지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대안은 장애인의 욕구와 필요에 맞게 소득과 사회서비스가 보장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하며, 이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 예산의 확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부양의무제’는 빈곤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시키고 대물림하는 적폐입니다. 실제로 가난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권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이 117만 명에 이릅니다. 그리고 최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신청자 중 절반이 넘는 사람이 부양의무자 기준 등을 이유로 탈락되었으나, 탈락자 중에 부양의무자를 포함한 친지나 이웃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사람은 4명 중 1명에 불과했습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맞춤형 개별급여’로 변화되었지만 권리성은 오히려 후퇴하였고, 수급자 수도 제자리걸음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화가 아닌 부양의무제 완전 폐지만이 한국 사회 빈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전체 국민 5%의 빈곤의 문제인 부양의무제의 완전 폐지, 국민총생산 1%에 해당하는 예산만 있으면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장애인 수용시설’은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그들을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배제’하는, ‘사회가 만든 감옥’입니다. 시설 종사자들이 거주인들을 마치 장난치듯 폭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CCTV에 담겨 충격을 줬던 ‘남원 평화의집’. 최근 6년 동안 무려 309명이 시설에서 사망했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영되면서 제2의 형제복지원으로 불리고 있는 ‘대구시립 희망
원’.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을 포함해 누군가를 가두고 인권을 유린한 역사는 1960년대 「사회복지사업법」 제정과 함께 시작된 오래된 적폐 중 하나입니다. 국제 사회에서는 수용시설 정책이 아닌 지역사회 내 자립생활 중심으로 정책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졌지만, 한국은 여전히 시설 중심 정책이 남아 있고 그로 인한 구조적 문제들이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수용시설 중심의 정책을 폐지하는 것만이 인권 유린의 참혹한 역사를 마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2017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슬로건은 ‘혁명의 시작’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문제로 정의되었고 문제로 다뤄졌던 장애인이 스스로의 존재를 다시 써내려가는 것. 그것이 곧 ‘혁명’이고 이번 420투쟁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 위해 1,700일 가깝게 투쟁했던 역사가,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시설 내 인권유린에 맞선 투쟁들이 바로 ‘혁명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번 420투쟁에서는 문제로서 정의된 노동자와, 문제로서 정의된 빈민과, 문제로서 정의된 성소수자와, 문제로서 정의된 차별받는 이들과 함께 살맛나는 세상을 향한 혁명을 함께 시작하고자 합니다.
올해 420투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아마도 『노들바람』이 완성되고 지금 이 글을 여러분들이 보실 때쯤엔 420투쟁의 일정 절반 이상이 지나갔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투쟁은 계속될 것이고, 수용시설정책 폐지를 위한 탈시설투쟁도 계속되고 있을 것입니다. 아래 420투쟁 일정들과 이후 투쟁에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해주시고 연대해주시면 우리의 ‘혁명’을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해주세요~!
2017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주요 일정
● 3월 25일 13회 전국장애인대회 및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식
● 4월 5일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나무를 심자!” 탈시설 나무 대선후보 전달 기자회견
● 4월 11일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 4월 17일 “장애등급제 희생자 송국현을 잊지말아요” 송국현 3주기 추모제
● 4월 17일~20일 15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서울시청 바스락홀)
● 4월 20일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
● 4월 20일~21일 420 전국 집중 1박2일 투쟁
2017년 420 장애인권위원에 함께 해주세요!
● 문의
Tel. 02)739-1420 / E-mail sadd@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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