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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 점거농성 모습

 

[장판 핫이슈]

‘차별과 시혜’를 넘어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중증장애인 노동권을 위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 농성 30여일을 바라보며

 

 

박철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선전국장

 

 

  2017년이 다 가고 서늘한 겨울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11월 21일, 중증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님 백여 명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현수막을 사무실 곳곳에 붙이고, 강렬한 바람과 의지를 담은 종이 수백 장을 어딘가 들쑥날쑥하지만 고용공단 사무실 벽을 뒤덮을 듯 붙였다. 그리곤 오랫동안 바라왔지만 차별만이 가득한 이 사회에서 참았던 말을 구호로 토해내기 시작했다.

 

 

“중증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하라!”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보장하라!”
“희망고문 전문기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개혁하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수용시설 폐지의 목소리를 내걸었던 광화문 지하 1842일의 농성이 끝난 지 3개월 후, 장애인 운동은 다시 장애인의 일할 ‘권리’를 위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한 달 넘게 농성하고 있다.

 

누군가는 냉소적으로 말했다. “도대체 농성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농성이냐? 결국 장애인 당신들만 배불리기 위한 것 아니냐?”고... 그러나,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여전히 장애인은 차별 받고 있기에 또 투쟁하는 것이다. 여전히 장애인 인권은 배부른 건 고사하고 물조차 사 먹기 어려울 정도로 일하며 살기 힘든 환경인데 왜 우리의 싸움을 멈춰야 하느냐?” 전체 인구 고용률은 전체 인구 중 61%에 해당하나 장애인의 고용률은 여기서 반 토막 난 36.1%에 불과하다. 3분의 2 가량의 장애인이 고용이 되지 못하고, 심지어는 취업을 포기해서 열악한 빈곤 상황에 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장애인 일자리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언급을 하지 않는 실정이다.

 

 

 

장애인고용공단 점거농성 모습

 

 

 

일찍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공공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한 이상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는 1만개를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다. 중증장애인인권활동, 동료상담, 피플퍼스트, 권익옹호 등 장애인이 그동안 열심히 활동해 왔지만 노동으로 인정받지 않았던 활동들을 공공일자리로 만들 수 있다. 최저임금은 누구나 일한 만큼 최소한의 삶을 살기 위해서 마련해 놓은, 이 정도 급여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최대 가이드라인이다.


그러나, 최저임금법 제7조에는 “정신장애이나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최저임금에서 적용 제외해도 된다는 조항을 명시했기때문에 장애인은 아무리 일을 해도 그 가이드라인을 보장받을 수 없다. 2016년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최근 3개월 임금 분포 중 법정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노동자는 28.1%로 4명 중 1명이 100만원 이하를 받고 살아간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도 최저임금 이상을 받게 되면 그나마 있는 장애인 고용률은 더 줄어 들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이것은 도리어 장애인의 노동을 비장애인의 노동과 동등하게 보지 않는다는 차별적인 입장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장애인 의무 고용을 지키지 않으면 지금처럼 벌금으로 퉁치는 것 이상의 처벌을 해야 하는 거지, 그것이 장애인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최저임금 이하 수준을 넘어 월 10만원 정도의 임금을 줘도 된다는 식으로 정당화 돼서는 안 된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도 UN장애인권리위원회도 한국 정부의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제도는 문제점이 있으니 시정하라고 얘기한 바 있다. 정부는 장애인이 자립생활 할 수 없는 현 장애인 노동권 상황을 그대로 이어가려 하지 말고, 장애인도 함께 이 사회에서 노동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법 제7조 조항을 당장 삭제해야 한다. 현재 장애인을 의무고용해야 한다는 의무고용 조항도 장애인의 고용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해 기준 미달 인원 1인당 최소 매달 757,000원의 고용분담금만 내고 퉁치는 것으로 전락하고 있다.

 

장애인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이들의 행진 모습

 

 

그리고 그 고용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것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다. 본래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장애인의 고용을 위해 일해야 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하지 않는 사업장이 내는 돈으로 운영되는 모순에 빠진 것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장애인이 제대로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우리는 노동권 투쟁을 통해서 요구하고 있다.

 

정부나 기업에서 비장애인의 기준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면 장애인의 노동은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조금만 더 시야를 넓혀 보면 장애인 당사자가 할 수 있는 노동은 참으로 다양한 활동들이 많다. 동료 상담, 권익옹호, 인권 교육, 피플퍼스트 등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선 상상할 수 없는 장애인의 다양한 활동이 노동으로 인정받고 직업으로서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차별 없는 세상이 가능할 것이다.

 

한 달이 지나고, 외벽에 있는 현수막은 강제철거 당하고, 고용공단이나 건물 경비 업체는 계속해서 퇴거할 것을, 조용할 것을 강요하지만 중증장애인 노동권을 외치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농성장 바로 앞에서 세계장애인의 날 행사를 했으며, 농성장에서 열리는 추모제, 토론회, 워크숍 그리고 매일 진행하는 문화제를 통해 중증장애인 노동권 농성장은 사람이 끊일 날이 없다. 전태일재단,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민주노총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에서 방문하여 지지와 연대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사람을 향한 마음이 있기에 중증장애인 농성장은 중증장애인 노동권이 제대로 확보되고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하는 자리가 있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장애인 운동은 항상 넘실대는 파도에 맞서 나갔던 싸움이었다. 장애인도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버스와 지하철을 막았고, 장애인도 자립생활을 할 수 있기 위한 활동보조를 위해 한강대교를 기어갔고, 장애인에게 등급을 매기고 가족의 유무에 따라 복지를 주겠다는 낙인에 맞서 5년 넘게 광화문에서 농성을 하기도 했다. 모든 파도가 쉬운 과정이 아니었고 그 때마다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장애인이 스스로 차별 없는 세상을위해 긴 시간 싸웠던 투쟁으로 곳곳에 엘리베이터와 저상버스가 생겨나고 있고,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도 폐지하기 위한 협의체가 만들어졌고, 장애인은 시설로 가는 것이 복지라는 인식도 금을 내기 시작했다. 즉,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고 직접 외쳐대며 싸운 끝에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적 소수자들도 사회적 복지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세상까지 항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목소리가 곧 인권이었고, 그 인권의 목소리가 마침내 사람을 위한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갔다.

 

노동권 투쟁도 그 역사의 한 갈피일 것이다. 장애인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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