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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은 사랑을 싣고]
노들야학 휴직교사 ‘화짱’의 근황
이게 다 ‘악마의 테이블’ 때문이다

by 노들야학 민 구

사진1 화짱얼굴.jpg



노들야학 유일의 팬클럽을 보유하고 있는 휴직교사 화짱(가명)을 만났다. 필자 역시 ‘화짱의 엄동설한’이라는 팬클럽의 회원이다. ‘화짱의 엄동설한’은 철저하게 점조직으로 구성돼 있으며 창립 초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개적인 정모를 진행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모인적은 없지만 회원 각자 음지에서 은근하게 활동 중이다. 필자의 팬심을 담아 오래간만에 화짱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근황은 어떠세요?
- 스트레스. 스트레스. 1월까지는 막 수업을 이걸 하고 저걸 하고 1월 중순까지 아름다운 꿈을 꾸며 집에서 뒹굴고 책도 보고 진짜 아름답게 살고 있었거든. 2012년부터 14년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작년까지는 퇴근하면 국립중앙도서관으로 가는 거야. 거기서 공부하고 책 읽고.

✽퇴근하고 도서관을 가요?
- 그럼. 거기 가 봤어? 국립중앙도서관.

✽전 도서관 싫어해요.
- 시설 진짜 좋다. 나중에 학생들 데리고 견학 한번 가라. 고속터미널역 근처에 있거든. 거기 장애인도서관도 크거든. 국립이라 장서 많고 시설 깔끔하고. 말 나온 김에 꼭 가봐라.

✽ 고속터미널이면 자주 갔었어요. 그쪽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살거든요. ㅋㅋㅋㅋ 투쟁하러 간 김에 한번 들러 봐도 좋겠네. 누난 도서관 가서 책 봐요? 공부해요?
- 응. 거긴 열람실이 안 되고 책 보러가는 거거든. 인문학 서적이나 이런 거 본다.

✽어떤 책?
- (주섬주섬 책을 꺼내며) 이거 빌렸는데 내일이 반납일이거든. 근데 앞에 요거밖에 못 읽었다. 75페이지?

✽삶의 격-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
- 내가 자존감이 너무 없는 거 같아서. 요즘 내 가장 큰 고민이다.

✽ 내가 불수레반 국어 수업한다고 했잖아요. 다양한 책을 보는데 지난주에 뭘 봤냐면 정혜신 박사가 쓴 『홀가분』을 봤어요. 거기 보면 그렇게 나와요. 가치감이 사는 데 가장 중요한데 이걸 어떻게 얻느냐 하면 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감정을 가져야 한데요.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 그리고 나를 위해서 작은 사치를 부려라. 내가 이 정도의 사치를 부려도 되나 싶을 때가 가장 적당한 사치다. 자존감이 낮으시면 야학에 와서... 푸핫.
- 사람들 사이에서 자존감을 지키는 게 힘든 거 같아. 배려를 하면서 내 자존감을 지키고 이런 균형감을 갖는 게 난 어려운 거 같아. 학교 일을 하면서 내가 잘못 사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후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기’에 대한 인문학적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 내 작품 보여줄게. 노는 동안 할 일이 없었던 거지. 나라고 그렸는데 다들 비웃었다. ㅎㅎㅎ 이건 경복궁에 닭처럼 생긴 게 있어서 사진 찍어서 그린 거다.



사진2 닭.jpg



✽ 잘 그린다. 잘 그렸네요.
- 이건 한강철교.

사진3 한강철교.jpg

✽그림 그리는 게 취미에요?
-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해. 이거 나 안 닮았지? 코가 너무 길어.


✽승화짱 언닌가? ㅋㅋㅋ

사진4 화짱언니.jpg


사진5 가을.jpg


이 모든 평화로운 나날은 ‘악마의 테이블’에 앉는 순간 끝이 났다고 한다.



- 학교에 교무부장이 비었어. 교무부장이 회의 진행해야 하고 이런 업무가 있어. 근데 그게 비었다고 나보고 하래. 난 처박혀서 서류나 만지고 이런 건 잘하거든 내가. 근데 막 회의를 진행해야 하고 그런 건 하지를 못하는데... 일이 생기면 조정해야 하고. 근데 난 나도 조정이 안 되는데 누굴 조정하냐, 푸흡. 회의나 이런 것들 잘 못하겠다. 근데 해야만 하고 막 그건 게 너무 스트레스다. 나랑 맞지 않는. 그래서 처음에 그렇게 고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할 사람 없다고...



✽그럼 야학 복직은 언제쯤?

- 모든 게 이 악마의 테이블로 귀결되는데, 이거 안 했으면... 난 야학이 좋거든. 야학이 재밌거든 나는.


✽ 그럼 내년에는 그런 업무 안 맡도록 야학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할게요. 전동 몇 대 싸악 와서 점거하고 여기 오야 누구냐고. 오야 나와! 전동이 둘러싸면 겁나지 ㅋㅋㅋㅋ


✽수업하는 건 재밌어요?

- 수업하는 건 좋아하지. 1학년이라 재밌는 것도 있고. 애들 귀엽잖아. 오늘은 수업 들어가서 뭐 했냐면 수업 시간에 누가 그런 말을 했다. “닭죽을 먹었는데 닭이 없었어요!” 그래서 “주말에 닭 먹은 사람 손~!” 하니까 스무 명 중에 열두 명이나 닭을 먹은 거야. 푸핫. “그럼 닭 말고 돼지를 먹은 사람 손~!” 이런 걸 해도 애들이 그렇게 즐거워해. 애들 진짜 착하다.


✽ 며칠 전에 ebs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미국에서 시작한 교수법인 거 같아요. 무슨 이름이 있었는데...

- 거꾸로? 거꾸로 수업?


✽ 어어어어. 재밌더라. 미리 동영상으로 집에서 공부해 오고 학교에 와서 모둠별로 토론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 그렇지. 해볼 만한 수업이지. 근데 내가 잘 못하는 게 모둠수업, 활동수업 이런 걸 능숙하게 못 하고 교사주도의 수업을 하는 편이거든. 그래서 올해는 그런 거 쫌 해볼라구. 애들한테 기회를 주는 수업. 근데 애들이 너무 밑바탕이 없으면 토론도 안 되잖아. 그래서 밑바탕 만들어 주는 것 때문에 수업을 하다 보니 내가 너무 주도를 하는 수업을 하게 되는 거야.


- 야학수업 할 때 조금 힘들었던 게, 활동하는 거 할 때 학생들은 굉장히 적극적이야. 주체적이고. 근데 부자연스러운 게 있다 보니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살짝 아쉽고 그랬지.

✽ 맞아요. 덕민이형 같은 사람들이 “그거 왜 해” “하던 거 해” 이런 말 하고. 새 학기 때 교사가 항상 물어 보잖아요. “이번 학기엔 어떤 국어 수업을 해 볼까요?” 하면 “뭘 물어. 어차피 물어 보고 니가 하고 싶은 거 할 거면서~” 푸핫.

- 푸하하하하. 짱 현실적이야.


- 일이 많으니까 다들 컴퓨터에 코 박고 있다가 날카로워지고 막. 참. 나 노들텃밭 떨어졌다. 노들텃밭 떨어지고 대방동 여성프라자 앞에도 텃밭 있거든. 거기도 신청했는데 떨어졌다.

✽ 누나도 텃밭농사 좋아하죠? 그럼 학교를 조금 한적한 곳으로 가고 싶진 않으세요?

- 가고 싶지. 가고 싶은데 혼자 너무 따로 떨어져 있는 거 같아서...


✽ 나중에는 한적한 학교로 가고 싶은 계획도 있어요?

- 가면 좋지. 구체적인 계획까지는 없는데 그런 거 좋아하니까.



우적우적 음식을 먹으며 인터뷰는 계속됐다. 하지만. 쉿! 이후 대화는 오프더레코드(영어로 못 씀)다. 뒷담화는 소중하니까! 이후 대화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화짱의 엄동설한’에 가입하시라. 언제 할지 모르는 2차 정모 때 얘기해 줄 테니. (회원가입 루트는 비밀이다. 워낙 비밀스럽게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는 조직이니 이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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