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봄 110호 - ‘노들장애학궁리소’는요?
‘노들장애학궁리소’는요?
노들장애학궁리소는 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공부를 ‘궁리’라고 부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궁리’(窮理)에는 ‘이치를 끝까지 따진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장애’를 규정하는 근거에 대해서 바닥까지, 아니 그 아래까지 따져 묻고자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궁리’가 ‘장애’를 타자화함으로써 자신을 정립하는 ‘비장애성’(nondisability)―소위 ‘정상성’―의 근거를 파헤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압니다. 장애에 대한 물음은 우리 자신의 규정에 대한 물음이자 그 규정이 깨지는 곳에 대한 물음입니다. ‘궁리’란 거기까지 공부를 밀고 가겠다는 우리의 이론적 다짐입니다.
다음으로, ‘궁리’(窮理)에는 ‘상황을 타개할 실천적 전략’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장애’라는 이름 아래서 우리를 억압하고 병들게 하는 온갖 삶의 형식들을 부수어나갈 운동의 지혜와 전략을 ‘궁리’할 생각입니다. 고립, 배제, 방치, 포기, 시
혜 등의 부정적이고 예속적인 삶의 형식을 타파하고, 자율적인 공동의 삶을 위한 전략들을 궁리하겠습니다. ‘궁리’란 공부를 투쟁으로 만들겠다는 우리의 실천적 다짐입니다.
노들장애학궁리소는 우리 사회의 장애인들이 던진 무수한 말들, 때로는 고함으로 때로는 신음으로 때로는 몸짓으로 던졌던 그 말들, 대부분 사회화되지 못한 채 바깥에서만 맴돌다 사라져버린 그 말들 위에 세워졌습니다. 우리는 그 소중한 말들이 살아나는 그런 장(場)을 만들어가겠습니다. 말들이 만나는 장, 개념이 생겨나는 장, 새로운 삶의 형식이 구상되는 그런 장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말하고 쓰는 일, 생각을 옮기고 실천을 알리는 일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리는 한국 장애인운동의 경험 속에서 ‘자율적 삶’을 향한 투쟁이 결국 ‘함께 하는 삶’을 향한 투쟁이었고, ‘함께 하는 삶’을 통해서만 ‘자율적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공부, 우리의 ‘장애학-하기’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장애학-하기’를 ‘장애학-함께하기’로 고쳐 부릅니다. 장애학을 함께 생각하고 실천하고, 살아가는 것. 장애/비장애의 분할을 넘어선 공동의 존재로 우리 자신을 변형시키고, 장애를 산출하는 세계를 변혁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 그러나 노
들장애인야학 교가의 노랫말처럼, 우선은 밑불이 되고 불씨가 되는 것. 장.애.학.함.께.하.기. 이것이 노들장애학궁리소가 여러분에게 보내는 다짐이고 선언이며 초대입니다.
여러분, 함께 해요!
노들장애학궁리소 웹사이트 주소 http://goongre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