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자립생활을 알려주마]

자립생활을 향한 험난한 여정

 

 

 

강미진 | 요즘은 멍 때릴 시간도 없는, 이래저래 바쁘고 몸이 지쳐있어 다크서클이 턱밑 까지 내려온 미진입니다.

 

 

지난 4월에 자립생활 전세자금대출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어 현재 주택을 구하고 있는 전세빈 님을 만나 집을 구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강미진3.jpg

강미진2.jpg

 

미진: 전세자금대출이 되어 축하합니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

세빈: 한편으론 좋고, 한편으론 걱정도 되고.

미진: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신다면 어떠한 것들이 좋고, 어떠한 것들이 걱정되나요?

세빈: 좋았던 것은 이름을 바꾸고 나서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구나, 이런 것(전세주택)도 선정되고. 모든 것이 이름을 바꾼 덕에 잘 된 것 같아요.^^ 걱정되는 것은 전세주택을 기간 내(731일까지) 얻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요. 예전에는 기간 없이 그 년도에만 얻으면 됐는데 올해는 딱 3개월을 주고 구하라고 하니까 답답했어요. 그래서 그 기간에 얻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거예요. 지금은 이사철이 아니라 집이 많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제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장애와 집을 맞춰서 구해야 하고, 지원해 주는 조건들이 까다롭기도 하고 답답합니다. 그래서 지금 집을 구하고 있는데 걱정이 많이 돼요.

 

전세자금대출 지원 조건

- 지원 금액 최대 85백만 원

- 2016731일까지 집을 구해야 함(구하지 못하면 대기자가 지원 받게 됨).

- 전세권설정 or 전세권보험 중 하나를 선택 할 수 있지만 둘 중 하나는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함).

- 근린생활시설(상가건물)은 불법건축물이라 계약할 수 없음.

- 월세 보증금은 지원 불가! 오로지 전세여야만 지원 가능함.

 

미진: 전세자금 대출을 어떤 절차를 통해서 받게 되었어요?

세빈: 연초부터 미진 씨(자립생활주택 담당자)가 닦달했잖아요.ㅎㅎ 얼굴만 보면, 공지 뜨면 바로 알려달라고. 그래서 2월 말에 공지가 떴다는 것을 듣자마자 신청해달라고 이야기했어요. 공지는 2월 말에 나오는데 서울시복지재단에서는 코디네이터에게만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4월에 면접을 봤는데 6명이 면접대상자였고, 그중 저는 마지막으로 면접을 보게 되었어요. 면접을 보고 나서 미진 씨에게 잘 못 봤다고, 안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죠.

미진: 저도 그때 안 될 줄 알았어요. 언니가 의기소침해 있어서 정말 못 봤나보다 했죠.

세빈: 심사위원들이 저에게 질문을 많이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생각했던 거예요.

미진: 그럼 지원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좋았겠네요.

세빈: , 그때부터 주택을 알아보러 다니는데, 너무 신났죠. 그런데 돈만 있으면 될 줄 알았던 주택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앞서 말했듯이 너무 까다로운 조건들 때문이죠.

미진: 까다로운 조건들 때문에 어렵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세요.

세빈: 아무래도 기간, 그리고 돈에 맞춰서 방을 얻어야 하는 것이 힘들어요. 그리고 꼭 전세여야만 하니까, 반전세도 되면 좋은데 조건들이 너무 까다로운 것 같아요. 조건들이라 함은 근린생활주택은 계약 불가, 전세권설정은 집주인이 해주지 않으려고 하고, 반전세는 많이 나오는데 전세가 없어요. 제가 대출이 확정된 초기에 등록해 놓은 부동산에서 전화는 많이 오는데, 이러한 조건 때문에 모두 안 된다고 거절해요.

미진: 그런 조건들을 다 갖춘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저도 담당자로서 알아보고 있기는 한데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근데 자립생활주택에서 살 수 있는 기간이 3년 남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자립을 하려고 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요.

세빈: 센터에서는 자립생활의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자립생활주택 나형으로 전환을 고려해 보라고 했지만, 지금 성북구에서 받고 있는 활동지원 150시간이 성북구를 벗어나게 되면 지원이 불가능 하고, 성북구 내에 나형이 있기는 하지만 전동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나형으로 전환하려면 다른 구로 가야하는 상황인거죠. 그리고 나형의 주변 환경도 문제에요. 전부 집값이 싼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서 지금 주로 활동하고 있는 노들과의 거리도 무시를 못하고, 그곳에서 적응하는 문제도 있어요. 더군다나 나형 주택에서 살 수 있는 기간 7년 중 남은 기간이 3년이라 다시 집을 알아봐야 하는 문제도 있어, 되도록이면 이번 기회에 제가 살고 싶은 곳에서 완전히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미진: 그래요. 언니의 상황과 자립생활주택의 문제점을 알고는 있었지만 입주자의 상황을 세부적으로 들어보니 정말 심각한 것 같아요. 또 다른 문제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세빈: 자립생활주택에서 살면 꼭 참여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몸이 아플 때는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꼭 나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죠. 잘 모르는 사람들은 물리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하고, 안 가면 몸이 더 굳어진다고 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장애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미진: 집단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약속을 정해서 가야하는 경우가 있죠. 그런 경우 개별 일정에 일일이 맞추기가 좀 힘들어요. 장애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진행함에 있어서 불가피한 경우가 있어요. 언니가 완전히 자립을 하더라도 그런 경우가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건 그렇고, 온전히 혼자 살게 되면 가장 하고 싶은 건 뭐예요?

세빈: 집을 예쁘게 꾸며보고 싶고, 조용한 공간을 원해요. 웬만한 살림살이들은 다 있으니까 그릇이나 컵을 내 스타일에 맞게 사서 사용해보고 싶어요. 지금도 구입은 할 수 있는데, 혼자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배치를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사람들을 시간의 제약이나 성별 구분 없이 초대해서 술도 마시고 밤새 수다도 떨고 싶어요. 자립생활주택이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기는 하지만 공동생활 공간이라서 제약이 있고, 사람들을 편한 공간에서 만나고 싶을 때는 밖에 나가서 만나야 하니까요. 그리고 남자 친구를 초대하고 싶어도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혼자 살게 되면 이런 것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요. 그리고 늦게 들어오고 싶을 때는 늦게 들어오고도 싶어요. 자립생활주택에서 살 때에는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거든요. 늦게 들어오면 사람들이 걱정하고 시끄럽게 하니까, 사람들에게 비행 처녀(?)로 비칠까봐 두려웠어요.ㅋㅋㅋ

미진: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자립생활을 선택했으니 일탈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래요! 마지막으로 자립생활을 하고 싶은 시설거주 장애인이나 자립생활주택 입주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세빈: 우선 제 기준으로 봤을 때, 제가 몸이 약하다보니 건강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돈도 빨리 모으고, 자립생활을 하고 싶을 때 원하는 공간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진: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뭐에요?

세빈: 자립생활을 생각하고 있는 장애인이라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제가 몸이 약하다보니 돈이 약값으로 다 들어가요. 그리고 장애도 관련이 있어요. 저는 몸이 뻗치는 특성이 있어서 보톡스를 1년에 한 번이나 두 번은 정기적으로 맞아야 하고, 게다가 보험 적용도 안 되는 약품이라서 돈이 많이 들어가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을 잃으면 자립생활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임대아파트에 당첨이 되거나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하기 전에 자신이 갖고 있는 돈과 장애 상태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신청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저는 8,500만원이라는 돈만 있으면 집을 빨리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집값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ㅋㅎ

 

자립생활을 꿈꾸는 많은 장애인들이 있지요. 세빈 씨랑 대화를 나누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 끝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자립생활의 계획과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시설에서는 그런 것들을 의존적이게 만들어서 스스로 할 수 없게 하지만 자립생활주택에서는 그런 기회가 있고, 마침내 세빈 씨는 자립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우리 모두 세빈 씨에게 자립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응원해줍시다. 파이팅~!


강미진1.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220 2016년 여름 108호 - [고병권의 비마이너] 희망 없는 인문학 [고병권의 비마이너] 희망 없는 인문학 루쉰이 다시 글을 쓴 이유에 대하여       고병권 | 오랫동안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밥 먹고 공부해왔으며, 작년 여름... file
219 2016년 여름 108호 - 낙산 발정(發程) 낙산 발정(發程)       김진수 | 노들야학 상근 교사이고, 2016년 교사대표이기도 해요. 요새 취미는 점심시간마다 낙산에 올라 제가 살고 있는 곳을 보고 오는 ... file
218 2016년 여름 108호 - [노들아 안녕] 노들에서 ‘활동하는’ 필순입니다 [노들아 안녕] 노들에서 ‘활동하는’ 필순입니다       김필순 | 자연색의 머리카락을 가졌다. 갈색 머리라 흰머리가 덜 보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노들장애... file
217 2016년 여름 108호 - [노들아 안녕] You Only Live Once! [노들아 안녕] You Only Live Once!       이승현 |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남성 자립생활주택 3개월 차 신입 코디네이터 & 활동가.     #1. 드라마 「응답... file
216 2016년 여름 108호 - [노들아 안녕] 꽃동네에서 나와 노들로 [노들아 안녕] 꽃동네에서 나와 노들로       추경진 |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현재 평원재에서 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추경진입니다. 저는 1997년에 교... file
215 2016년 여름 108호 - 안녕하세요, 『비마이너』 기자 박정수입니다 안녕하세요, 『비마이너』 기자 박정수입니다       박정수 | 수유너머에서 오랫동안 밥 먹고 공부하며 생활해왔다. 올해 3월부터 『비마이너』의 프리랜서(!) 기... file
214 2016년 여름 108호 - 노란들판의 꿈 노란들판의 꿈       김명학 | 노들야학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2016년 5월 12일 목요일 오후 7시에 노들장애인야학에서 『노란들판의 꿈』(『그럼에도 불구...
213 2016년 여름 108호 - [교단일기] 청솔 과학반이 일구는 노란들판 [교단일기] 청솔 과학반이 일구는 노란들판       최재민 | 탈시설 운동하는 사람이다. 시설에서 생활하다 자립해서 잘사는 경남 누나를 보고 시설 따위는 없애야... file
212 2016년 여름 108호 - 노(怒)치아나! 놓치않아~!! 노(怒)치아나! 놓치않아~!!       김진수 | 노들야학 상근 교사이고, 2016년 교사대표이기도 해요. 요새 취미는 점심시간마다 낙산에 올라 제가 살고 있는 곳을 ... file
211 2016년 여름 108호 - 센터판의 독립과 이사, 그 새로운 출발점에서 센터판의 독립과 이사, 그 새로운 출발점에서       서기현 | IT업계의 비장애인들 틈바구니에서 개고생하다 장판에 들어와 굴러먹은 지 어언 15여 년. 현재는 장... file
210 2016년 여름 108호 - 수연 언니 외박기 수연 언니 외박기       김지윤 | 수연 언니 활동보조인, 청솔1반 담임, 낮 수업 강사, ‘아싸클럽’ 및 ‘내 몸 찾기’ 모임 및 ‘노들인문학세미나’ 열혈 회원, 무엇... file
» 2016년 여름 108호 - [자립생활을 알려주마] 자립생활을 향한 험난한 여정 [자립생활을 알려주마] 자립생활을 향한 험난한 여정       강미진 | 요즘은 멍 때릴 시간도 없는, 이래저래 바쁘고 몸이 지쳐있어 다크서클이 턱밑 까지 내려온 ... file
208 2016년 여름 108호 - [나는 활동보조인입니다] 익숙해지는 시간 [나는 활동보조인입니다] 익숙해지는 시간       남다영 | 노들야학에 다니고 있는 최영은 언니와 일주일에 3일을 함께 지내고 있다. 어린 활동보조인을 찾은 영... file
207 2016년 여름 108호 - 노들야학 후원마당 ‘밥상이 나르샤’를 마치고 노들야학 후원마당 ‘밥상이 나르샤’를 마치고       한혜선 오랜만에 국어수업을 맡아 학생들 얘기를 많이 듣는 게 즐겁습니다. 수업시간에 제 말은 좀 더 줄여볼... file
206 2016년 여름 108호 - 세월호 참사 2주기 ‘기억식’과 ‘진실을 향한 걸음’ 세월호 참사 2주기 ‘기억식’과 ‘진실을 향한 걸음’       박준호 | 전(前) 노들야학 상근자     2014년 4월 16일 아침, 나는 노들장애인야학의 학생 및 교사들과 ... file
205 2016년 여름 108호 - 우리 모두 내성천의 친구가 되어봅시다 우리 모두 내성천의 친구가 되어봅시다       박임당 | 수유너머N에서 주로 공부하고 있다가 작년 4월의 어느 날 노들야학의 낮 수업과 만나 바람이 났습니다. 그... file
204 2016년 여름 108호 - 도대체 부정수급이 무어란 말이냐 도대체 부정수급이 무어란 말이냐 우리를 부정수급자로 몰아가다니, 뿔이 난다!!       조은별 | 노들야학과 사랑에 빠져 수년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수업 ... file
203 2016년 여름 108호 -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탈시설 장애인의 벗, 이종각 선생님을 추억하며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탈시설 장애인의 벗, 이종각 선생님을 추억하며       조사랑 | 노들야학 휴직교사이자 전 상근활동가. 2009년부터 평원재 담당자로... file
202 2016년 여름 108호 - 고마운 후원인들 2016년 6월 노들과 함께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CMS 후원인   감광국, 강귀화, 강남훈, 강문형, 강미진, 강병완, 강복원, 강복현, 강성윤, 강수...
201 2016년 봄 107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노들바람을 여는 창]     안녕하세요, 김유미 활동가에 이어 『노들바람』 편집인을 맡게 된 노들야학 상근교사 김도현입니다. 노들야학은 제가 2000년에 첫 사...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54 Next
/ 54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